장경자 유족의 조바심에는 97세의 노모가 있어

[6월 24일 여순사건 2차 재심재판 이면의 이야기] 최성문 편집위원


지난 6월 24일 오후 2시 순천지원에서 여순사건 2차 재심재판이 열렸다. 재판 30분 전부터 316호 법정 앞에는 많은 방청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뒤이어 여순10·19프로젝트 수업의 일환으로 방청을 신청한 송산초 6학년 13명의 학생들이 도착해 많은 언론들의 관심을 받았다. 전남도의회 여순10·19특위 의원들을 비롯하여, 순천시의회 여순사건특위 의원들도 법정을 찾았다. 그 밖에 시민, 다수의 언론인 등 100여 명의 방청객들이 몰려, 재판 시작 전부터 316호 법정 앞은 북적거렸다. 지난 4월 1차 재심재판처럼 법원에서 방청객 제한 조치를 엄격하게 하자 입장하지 못한 방문객들의 안타까움 또한 여전했다. 

지난 4월 29일 1차 재심재판 이후 두 달 만에 재개되었음에도 재심재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여순사건재심대책위원회가 6월 12일 순천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시민설명회는 jtbc를 비롯하여 많은 언론들의 취재 열기로 뜨거웠다. 재판부의 재심재판 의견서 제출 요청에 3,000여 명의 각계각층의 의견서가 재판부에 전달되었다. 짧은 기간이었고, 직접 손으로 서명해야 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유족회, 정계, 언론계, 종교계, 학계 등 시민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이러한 각계각층의 재심재판에 거는 기대와 열망이 컸던지 사법부에서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2차 재심재판에서 검찰은 “공소사실 복원을 위해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으며, 재판부도 “무죄 판단이 재판부의 열망”이라고 밝혔다. 제주4·3과 달리 공소기각이 아닌 무죄 판결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경자(75) 씨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1차 재심재판에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며 조속한 재판 진행을 요청했고, 이번 2차 재심재판에서도 “검찰의 사과를 받고 싶다.”며 검찰 측의 사과를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속한 재판을 앞세울 경우 검찰의 공소사실 특정 노력이 어려울 수도 있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재판을 진행하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재판부의 입장과 달리 장경자 씨는 신속한 재판 진행과 확정판결 전부터 국가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조바심을 태우고 있다. 


왜, 그럴까? 장경자 씨의 조바심에는 고령의 어머니 진점순 여사가 자리하고 있다. 진점순 여사는 현재 전북 완주에 위치한 ㅇㅇ요양원에서 요양 중인데, 97세 고령으로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른다. 2차 재심재판이 끝나고 장경자 씨는 서둘렀다. 어머니의 정신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어머니로부터 남편의 억울한 죽음, 남편 없이 두 딸을 키워야 했던 한 많은 세월을 직접 듣고,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했기에 한시가 급해졌다. 

 

 

2차 재심재판이 끝난 직후 장경자 씨와 함께 완주에 있는 ㅇㅇ요양원에서 진점순 여사를 만났다. 97세 고령에도 꼿꼿이 휠체어에 앉아 딸들의 도움을 받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뭐하러?”
  “아버지 끌려갔던 이야기 해봐.”
  “그 이야기 하려면 맥이 막혀서 못해.” 
  하면서 눈물부터 글썽거렸다. 

 

장경자 씨는 “어머니가 작년에는 기억도 못하는 등 증세가 심했는데 최근 들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진점순 여사는 중간 중간 기억이 새롭게 났던지 그동안 딸들에게 하지 않았던 말씀도 들려주셨다. 남편 죽고 절반은 미쳐서, 남편이 근무했던 철로에서 달려오는 기차에 두 딸과 함께 죽고 싶었는데 죽지도 못하고 살았다는 말씀에 두 딸도 눈시울을 붉혔다. 30여 분 진행되었던 인터뷰는 “죽기 전에 국가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되었다.


검찰의 공소사실 특정을 위해 시간을 가지고 재판을 진행하고자 하는 재판부와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71년 전 아버지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 국가로부터 사과를 받아내려는 유족의 조바심 속에 여순사건 재심재판의 시계는 오늘도 흘러가고 있다.


최성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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