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편집위원
‘세금여행’이라는 오명으로 얼룩진 의원과 공무원의 해외여행을 두고 올해도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20일 ‘순천시 공무국외여행 규칙’이 개정되었는데, 이는 올해 3월 15일 ‘순천시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 조례’ 개정에 이어 공무원의 국외여행을 내실 있게 하려는 취지이다.
|
“시의회 조례도 본받지 못하면서…
5월 20일 개정된 공무여행규칙, 모자라다”
지난 5월 20일 개정된 ‘순천시 공무국외여행 규칙(이하 공무여행규칙)’이 공정성 등의 측면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의 구성이 바뀌었다. 심사위원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국외여행을 심사할 때에는 심사위에서 배제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심사위원을 13명으로 늘려서 감사실장을 포함시켰다. 심사위원은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국장, 소장 등 모두 공무원이다.
반면에 ‘순천시의회의원 등 공무국외출장 조례(이하 시의회 출장조례)’에서는 심사위원회를 의원 4인, 교육계·법조계·언론계·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민간위원 8인 등 12인 이내로 구성하며, 민간위원 비율을 2/3 이상이 되게 하였다.
순천시의 공무여행규칙과 달리 시의회 출장조례에서는 심사위의 위원장을 민간위원 중에서 호선하고, 위원은 2년 임기제로 하되 연임할 수 있게 하였다. 특히 지난 3월 개정 때 ‘위원장은 회의록을 지체 없이 시의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여야 한다.’는 항목을 신설하였다.
공무여행규칙과 시의회 출장조례를 비교하면 심사위의 의결도 차이가 있다. 공무여행규칙은 예전과 같이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반면 시의회 출장조례는 지난 3월 개정 때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바꿨다.
순천시민단체 회원 김 모 씨는 “순천시의 공무여행규칙은 시의회 출장조례보다 뒤늦게 지난 5월 20일에 개정했다. 그런데 왜 시의회 출장조례를 본받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옆에 있는 시의회도 본받지 못하면서 이역만리 해외에 가서 무얼 본받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개정한 규칙은 공개성, 개방성, 공정성 등에서 한참 모자란다”고 평가했다.
공무여행 심사위원회,
계속 ‘의견 없음’
“원안대로 가결하고
마치겠습니다.” 회의 끝
순천시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는 2017~18년 총 69차례 회의를 하여 163건의 안건을 심사했다. 두 해에 걸쳐 올라온 여행 계획을 심사위는 단 한 번도 반려하거나 부결하지 않았다. 모든 위원은 묵묵히 자리를 지켰고, 아무 의견을 내지 않았다. 위원장은 언제나 ‘원안대로 가결’을 선포했다.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8시 30분에 제31차 공무여행 심사위가 열렸다. 심사위 간사는 모두 5건의 공무여행 제안을 설명했다. 6일 후에 이탈리아와 프랑스, 대만으로 출국하는 2건과 10일 후에 일본으로 출국하는 2건, 12일 후에 네덜란드와 독일로 출국하는 1건을 심사하는 안건이었다. 아래는 그 후의 회의내용이다. 다른 심사위 회의처럼 15분 만에 어떤 의견도 없이 끝났다.
○ 위원장 : 심사번호 1호에 대한 의견 있으십니까? ○ 위원장 : 다른 의견 없으므로 원안대로 가결하고 공무국외여행 심사를 마치겠습니다. |
심사위, 2017년 76건을 의결,
연인원 385명이 553일간 10억 6천여만 원의 세금으로 여행
2018년 87건을 심사했고,
연인원 390명이 603일간 8억 6천여만 원의 세금으로 여행
모 전직 순천시 부시장은 “공무원의 모든 국외여행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 공무여행심사위원회의 강화를 주문했다. 심사위원회에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가 참여하고, 사전에 여행 규모나 여행자 등을 조정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공무원의 시각을 넓히기 위한 여행은 필요하다. 하지만 결과를 꼼꼼히 살피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포상 여행을 없앨 수 없다면 줄이는 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외여행 떠나기
하루 전에 심사하기도
계획서 제출 시한 정해야
“심사위원들이 자판기냐?”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시장실에 국장들이 모였다. 4월 12일 오전 8시 30분, 제8차 공무여행 심사위가 열린 것이다. 다음날인 4월 13일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하는 공무원의 국외출장을 심사하는 자리였다. 바로 다음날 여행을 떠나는 일정을 심사하는 회의는 15분 만에 끝났다. 159만 원의 여비는 전액 시비로 지급 하였다.
지난 3월 8일에 열린 제4차 심사위에서는 3월 10일 출국하는 출장을 심사했다. 3월 29일에 열린 제6차 심사위에서는 4월 1일 출국하는 출장을 심사했다. 4월 5일에 열린 제7차 심사위에서는 4월 6일 출국하는 출장을 심사했다. 제안 설명을 듣고 모두 15분 만에 끝났다.
연향동 김 모 씨는 “출장일과 심사일의 간격을 보면 얼마나 졸속으로 심사가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다. 출장 가는 공무원이 심사위원들을 자판기로 아는가보다. 넣으면 바로 나온다. 기가 찰 노릇이다”라며 심사위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 국외여비,
시의원보다 10배 많아
순천시, 전남 다른
시보다 1.5배 많아
2019년도 전국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예산에서 국외여비 총액은 약 2천억 원이다. 지자체 예산 중 공무원, 지역의원, 민간인 등에 지급되는 국외여비를 합한 금액이다. 이는 단지 지방정부 예산에 불과하므로, 중앙정부 각 부처에서 지급하는 국외여비를 합하면 액수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2019년도 지자체 예산편성액 기준으로 2천억 원은 장학금 및 학자금 예산 538억 원, 시험연구비 719억 원, 공립대학 운영비 1,372억 원 등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금액인지 알 수 있다.
전라남도 5개 시의 2019년도 국외여비 편성액은 약 41억 원이다. 이중 집행부의 국외여비는 약 33억 원, 시의회는 약 3억 원으로 10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전남 5개 시 중 순천시가 약 13억 원으로 가장 많다. 지자체 예산 총액에서국외업무여비와 국제화여비를 합한 국외여비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타 시가 0.06%이지만 순천시는 0.09%로 1.5배나 많다.
지자체 예산 중 집행부 공무원 국외 출장비는 국외업무여비와 국제화여비로 나누어진다. 국외업무여비는 국외에 나가서 조사하고 물품을 구매하고 협력사항을 체결하는 등의 업무와 국제회의, 국제행사 등에 참가하는 업무를 위한 여비이다. 국제화여비는 공무원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각종 해외시찰, 견학, 참관, 자료수집 등과 국외훈련여비를 포함한다.
2019년 순천시 예산을 보면, 국외업무여비는 약 2억 5천만 원인데 비해 국제화여비는 약 7억 8천만 원으로 3배가 넘는다. 현재의 업무 수행을 위한 국외출장보다,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미래의 업무능력 향상과 훈련을 위한 예산이 3배나 많다.
이정우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