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발진 편집위원

 

이번 호부터 ‘순천의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 기획을 통해 지역문화 현장을 일구는 개인과 단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문화는 개인이나 사회가 어려움을 이겨내는 정신적인 힘이며, 물질적 풍요가 타락으로 흐르지 않고 아름다움으로 승화될 수 있는 매체라고 믿는다. <편집자 주>

퀴즈 하나! 순천에 매일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없다?

불행히도 답은 ‘없다’이다. 물론 ‘순천만국제교향악축제’ 같은 일회성 행사는 있지만 서양고전음악을 일상적으로 감상할 곳은 없다. 다행히 고전 음악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적 토양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이가 있다. 바로 호(好)아트센터 최윤정 부관장(이하 부관장)이다. 

▲ 호아트센터 최윤정 부관장

지난 5월 14일 1시경 기자는 그를 찾았다. 첫 대면에 잠시 당황하였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모습을 기대했는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소박한 차림이었다. 명함을 받아보니 부관장이란 직함이었다. 

기자: 그러면 관장님은 누구십니까?
부관장: 관장은 아직 공석입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호아트를 이끌어 주실 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장님이 오시면 보다 전문적으로 끌어주시고 저희는 지원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관장’ 자리가 공석이라는 말에 겸손함이 느껴졌다. 최 부관장은 현직 산부인과 의사이며 주부에다 동시에 호아트센터(이하 센터)의 음악 영역의 실질적인 책임자이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물었다.

부관장: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대학에 입학하여 오케스트라단에 입단하고 플루트를 배우면서 더욱 가까이하게 되었지요. 결정적으로 2012년부터 아들과 함께 매주 한 번씩 광주 ‘다락’ 클래식 음악감상실에 2년 간 다니면서 우리 순천에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하는 꿈을 가졌지요. 마침 가족들이 장학사업을 구상하던 중이어서 음악으로 봉사하자고 설득하였죠. 이때 결정적으로 소아과 의사인 제부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해서 2014년에 호아트센터를 열었습니다. 말하자면 광주 ‘다락’이 우리의 롤모델입니다. ‘다락’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클래식 애호가 숫자는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기자: 초창기와 지금의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부관장: 처음에는 정말 열심히 했어요. 하루에 프로그램을 두 개씩 하던 때도 있었죠. 그것도 무료로. 국내에서 상당한 수준에 이른 분들을 많은 경비를 들여 모셨는데 그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적은 청중 때문에 연주자나 강사님께 미안하여 지인들에게 참석해 달라고 하소연하면서 저 자신도 지치고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소액이나마 무료 공연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등록비를 받고 있지만 그것은 홍보비를 제외하고 전액 강사비로 나가고 있습니다.

▲ 무대에서 바라본 호아트센터

기자: 운영하시면서 가장 큰 애로점과 보람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부관장: 애로점은 크게 운영비와 수강생이나 청중 모집인데 그 중 객석을 채우는 일이 정말 어렵습니다. 흔히 ‘클래식은 어렵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런 분들이 이곳에서 진행하는 ‘클래식 교실’ 프로그램을 들으시면 좋겠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씀처럼 자주 듣고 배우면 정말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보람은 부모님들이 자녀들과 함께 찾아오면 참 행복합니다. 지금 중학교 다니는 제 아들과 함께 광주까지 다니며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어린 학생들이 오면 가슴 뿌듯합니다.

 

기자: 선생님께 음악은 무엇입니까?

부관장: 저에게 음악은 짝사랑 같습니다. 짝사랑이란 제가 좋아하는 클래식을 순천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데 운영비나 홍보, 동호회 조직 등 모든 면에서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습니다. 광주 ‘다락’ 운영자이신 김영선 선생님은 벌써 칠십이 넘었는데도 고전 음악을 전파하시기 위해 열정적으로 동분서주하시는 모습을 뵈면 저에게 음악은 운명 같기도 합니다.

▲ 관객석에서 바라본 호아트센터

기자: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음악가나 곡을 소개해 주십시오.

부관장: 아,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음악은 장르를 가르지 않고 다 좋아합니다. 출근하면 KBS 클라식 FM 방송이 잔잔하게 하루 종일 병원에 울리도록 합니다. 특별히 꼽으라면 파이니스트 루돌프 브흐빈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좋아합니다. 그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200 년 전 베토벤과 교감하는 느낌이 들며 제 삶에 큰 위로가 됩니다. 위로가 필요하신 분들게 강추합니다.

 

기자: 순천 시민들이나 행정당국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가요?

부관장: 솔직히 클래식 음악은 초보자들에게는 지루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대중가요보다 훨씬 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여기서 하는 하는 클래식 강좌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순천의 공연장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수 예울마루, 통영 국제음악당 ······


순천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의식 수준이나 공연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인터뷰는 오후 진료 시간이 임박하면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호아트 센터가 공연마다 가득 가득 채워지는 그의 꿈이 속히 이루어지길 빌면서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에서 ‘내가 바라는 것은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오직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호아트센터(http://cafe.daum.net/artho)는 조례 홈플러스 정문 건너 아이미코병원 6층에 있다. 공연장은 약 120 석 규모로, 스피커와 앰프, 대형스크린, 야마하 피아노까지 1억원 정도의 시설 투자를 하였다. 더구나 음악뿐만 아니라 문학, 교육, 예술, 회의 등 전 분야에 걸쳐 순천의 문화예술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에는 무료로 대관을 한다.(문의 010-8799-4048)

 박발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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