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우리순천탐방여행 2] 김현진 조합원 한문학 박사

 

지난 5월 18일(토) ‘2019 우리 순천 탐방여행’의 두 번째 여행이 있었다. 전날부터 내린 많은 비도 순천의 문화공간을 탐방하고픈 시민들의 열정을 식히지 못했다. 첫 탐방지로 순천의 가장 서쪽에 자리한 외서면 월암리 월평(月坪) 구석기유적지(국가 사적 458호)를 향했다.

▲ 외서면 월평 구석기 유적지

 

외서면은 원래 승주군 서면(西面)이었는데, 1995년 순천시와 승주군이 통합되면서 순천시 서면(西面)과 구분을 위해 도심 바깥에 있다는 뜻으로 외(外)자를 더한 것이다. 월평마을 189-1번지 일대의 이 유적지는 조계산 남쪽 끝자락인데다 서북쪽 송광천과 남쪽 외사천이 감돌아 흐른다. 당시 사람들이 살만한 최적지였으리라 짐작된다. 지금까지 2차에 걸친 발굴 결과 9,400여 점의 후기구석기 유물이 수집되었고, 유적지 규모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크다고 한다. 순천의 문화공간을 구석기까지 확장해주는 이곳의 공원화사업이 활발히 추진되어, 덩그러니 서 있는 안내소에도 유적지 내 찔레꽃 진한 향처럼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면 좋겠다. 

 

▲ 낙안읍성 동헌과 금둔산

우리는 다시 동쪽으로 구불구불 백이산(伯夷山)을 넘어 임경업 장군의 자취도 서려 있는 낙안면의 낙안읍성(사적 제302호)을 향했다. 아침보다 빗줄기가 더 거세어 동헌 기와지붕 뒤로 보이는 금둔산 정상은 비구름 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래도 차경(借景), 즉 자연의 경치를 빌려 그 속에 깃듦을 중시한 선조들의 건축술에서 풍기는 운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동헌의 ‘사무당(使無堂)’은 공자(孔子)가 “송사를 처리함이 나도 남만큼 할 수 있으나, 반드시 송사가 없게 하겠다.[聽訟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라고 말한 데서 따온 말이다. 낙안에 부임한 관원은 선정(善政)을 펼쳐 소송이 없게 하라는 뜻이다. 아울러 동헌 앞 낙민루(樂民樓)는 맹자의 “여민동락(與民同樂)”을 담고 있다. 모두 위정자가 경계할 덕목이다. 

▲ 낙안면 금산 꽃마차 마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그래서 마을 공동체를 실천하고 있는 낙안면 금산의 꽃마차마을로 갔다. 이 마을은 예쁜 돌담길을 비롯해 모내기, 고추따기, 감따기, 짚풀공예 등 계절별 농촌체험활동과 전통한옥 및 승마체험을 할 수 있다. 마을 소개와 공동체 추진 과정을 듣고 식사를 하면서 활동영상과 사진을 감상하였다. 또한 빗속에 돌담길을 따라 곳곳에 지어진 한옥을 구경하면서 고즈넉한 마을의 정취를 만끽하였다.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빗줄기 때문에 금둔사는 들르지 못하고, 남제골 벽화마을로 이동하였다.

▲ 남제동 벽화마을 안내도

인제산 밑 북적이던 골목이 어느새 휑해진 것을 보다 못해, 주민들이 나서 길을 정비하고 마을이야기를 발굴하고 벽화를 그려 활력을 불어넣었다. 예전에 학생들의 자취방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벽화를 구경하며 쉬엄쉬엄 걷다 그 흔적을 간직한 집의 주인장이 반겨주어 둘러볼 수 있었다. 다닥다닥 붙은 채 빛바랜 출입문은 그때 그 시절을 연상케 했다.  

▲ 남제동 벽화마을 이야기 골목 자취방

요컨대 이번 순천 문화탐방은 구석기시대에서 출발해 조선을 지나 근현대에 이르는 문화시공간을 넘나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는 역사를 관통해 걸어 나온다. 

김현진 조합원
한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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