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론] 김옥서 순천 행·의정모니터연대 운영위원장

 

얼마 전에 순천시 감사실에서 ‘청렴협약식’이 있었다 전국공무원노조 순천시 지부장을 비롯한 10개의 시민단체 대표들과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청렴한 순천세상 만들기’ 협약서 서명식이 진행되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시민으로서 협약서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천과 의식변화 등 청렴한 순천시를 향한 출발이 되기를 희망한다.


‘청렴(淸廉)’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하여 재물 따위를 탐하는 마음이 없음이다. 한국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모든 정권에서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여러 정책과 법을 만들었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소위 공수처) 설치 등 공직사회의 부패를 방지하는 제도적인 장치들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다행히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 일명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인해 공직사회가 한 단계 맑아졌으며, 공무원의 태도와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열강과 일본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들 중에 50년 만에 독재와 가난에서 벗어나 압축적인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자랑스러운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물론 물질지상주의로 인한 정신적 피폐와 미풍양속의 붕괴 등 부작용도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한다.


서구의 자본주의는 정직과 소명의식, 절약의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소비와 고위층들의 사회적 책임감(노블리스 오블리제)을 바탕으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자본 권력의 형성과정을 보면 천민자본주의의 행태를 못 벗어났으며, 졸부(猝富)들은 권력과 야합하여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각종 부패와 비리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한 2018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청렴도 평가 결과를 보면 순천시는 2년 연속 종합 3등급(내부청렴도 4등급, 외부는 3등급)으로 부패와 비리가 많은 편이다. 인근 광양시는 1등급으로 매우 청렴한 도시로 발표되었다.


최근에는 2015년~2017년 3년 동안 순천시 해룡면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근무한 6급 공무원이 특정업자에게 공사 일감을 몰아주고 수천만 원의 뇌물수수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되기도 하였다.


작년에 당선 된 허석 시장의 공약과 시정 운영의 첫 번째 공약이 ‘더 청렴한 신뢰도시’다. 이는 비단 1,500여명의 공무원의 청렴 뿐 만 아니라 시의원들과 더 나아가 시민들의 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도 혁신을 바라는 정책일 것이다. 실제 본인의 시장 재직 중에는 조선시대의 매관매직처럼 금품수수가 없는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공무원 진급 시기가 되면 순천 시내 철학관 (사주, 관상)에 떠도는 웃고픈 일화가 있다. 승진 여부를 묻는 공무원을 향해 점술가의 첫마디가 ‘당신 돈 많아’ 라고 오히려 되묻는다는 자조적인 이야기다.


항간에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금품수수를 의심하는, 물증은 없으나 심증이 가는 승진 사례들이 뒷 담화에 오르곤 했다.


특히 6급 팀장에서 5급 사무관, 이어 서기관 승진에 수 천만 원의 뇌물을 주어야 진급이 가능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으니...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나쁜 관행과 비리를 하루아침에 없애기는 어렵다. 하지만 단체장부터 청렴의식을 갖고 공정한 인사와 투명한 인·허가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일 때 더 빠르게 청렴도는 높아질 것이다. 동료의식이나 온정주의에서 벗어나 비리가 들어나면 단호하게 처벌하는 강력한 의지를 보일 때만이 청렴한 1등급 순천시로 거듭나리라 믿는다.

김옥서
순천 행·의정모니터연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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