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바다에 접근하여 가장먼저 관찰할 수 있는 것이 파도인데, 연안에서 관찰되는 파도의 대부분은 바람에 의해 생기고, 대양을 가로질러 해안에 이르는 파도는 연안에서 부서지며 돌과 자갈을 닳게 한다. 결국 파도는 해안의 모습을 쉴 새 없이 변화시키기도 한다. 해역의 표면파는 바람의 영향에 따라 해파, 너울, 쇄파(부서지는 파도)로 구분된다. 너울은 바람이 없이 다른 곳으로부터 전파되어 온 물결이거나 바람에 의해 생긴 풍랑이 바람이 약해졌을 때까지 남아 있는 물결이다. 너울은 감쇠되면서 전파되는 물결이기 때문에 같은 높이의 풍랑과 비교해 보면 규칙적이고, 봉우리 모양은 둥글고 넓은 바다에서는 조용하고 평온해 보인다. 그러나 너울은 파장이 길기 때문에 수심이 얕아지는 해안 부근(갯바위 등)에 도달하면 해저 지형 등에 의해 갑자기 높아지기 쉽다.

망망대해에 가끔 거대한 너울이 출현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수천km 떨어진 남쪽의 태풍 주변에서 발생한 물결이 남해안 연안까지 도달하는 너울이다. 태풍이 북상하는 경우에 태평양 고기압에 의해 저지되면 속도가 빠른 너울이 태풍보다 먼저 연안에 도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바다에 바람이 없어 풍랑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너울이 2개 이상의 방향으로부터 전파해오는 경우도 있다. 또한 매우 강한 바람이 부는 태풍의 부근에서는 여러 방향으로부터의 풍랑과 너울이 혼재하여 파고가 집채만한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바다에는 풍랑과 너울이 혼재하고 있는데 이러한 해파들을 통틀어 ‘파랑(波浪)’이라한다.

지금 어느 한 지점을 연속 통과하는 n개의 파를 관측했을 때, 전체 관측 값 중에서 높은 순으로 n/3 개의 파를 선택하여 평균한 것을 ‘유의파고’라 한다. 예를 들면 20분간 100개의 파를 관측했을 경우에는 파가 높은 순으로 33개의 파를 골라 평균한 것이 유의파고이다. 그래서 유의파고를 ‘3분의 1 최대파’라고도 한다. 바다에서 일반인들이 파를 보았을 때 인식하는 파의 높이는 유의파고에 가깝기 때문에 파고라 하면 유의파고를 말한다.

유의파고는 세계 공통으로써 각 나라마다 해상기상예보에 사용한다. 해면에서는 무수한 물결의 간섭․합성이 반복된다. 하지만 2개의 큰 파도가 우연히 위상이 합쳐지는 경우에는 예상외로 큰 파도가 출현하게 된다. 이러한 거대파를    ‘삼각파’라 부르는데, 확률로는 수천 파에 1파의 현상이지만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항상 주의가 요구된다.

송진옥
순천기상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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