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정식에서 정서영 학생이 편지글을 낭독하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지난 달 4월 24일 오전 10시 순천시청 앞에서 열린 통일트랙터 출정식에서 정서영 학생(별량중 3학년)이 낭독한 편지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아래는 편지 전문이다. 

 

[편지 전문]

북한 농민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저는 전라남도 순천시에 살고 있는 16살 학생입니다. 어느새 나뭇잎이 파래지는 봄이 왔습니다. 민들레와 제비꽃이 발끝에서 피어나고, 머리 위로 해가 쏟아집니다. 

 

요즘 남과 북에게도 봄이 올 듯합니다. 맞잡은 두 손과 오가던 친절한 말들에서 우리는 희망을 봤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기뻐하고 함께 울었습니다.

 

그러나 올 듯 말 듯 한 봄이 끊임없이 바람 부는 저녁으로 따뜻한 하루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아쉬움만을 주듯 통일의 물결도 쉽게 통일을 내어주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날카롭고, 서늘한 기운이 우리들의 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 트랙터는 순천 시민들이 농민 분들에게 전하는 마음입니다. 나의 동포에게, 나의 가족에게 직접 전할 수 없는 마음을 대신 트랙터에 가득 담아 전해보는 따뜻함입니다. 이 따뜻함을 끊임없이 전하다보면 어느 순간 작은 바람이 아닌 기류가 되어 봄이 될 거라 믿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오랜 겨울이 끝나고 결국에 봄이 올 때까지 쉬지 않고 더운 바람을 보낼 것입니다. 만약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작지만 쉬지 않았던 그 바람이 우리를 진정 하나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 트랙터가 부디 농민 분들의 땅에서 새로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하길 바랍니다. 항상 외면했었던 마른 땅에 이제는 삶의 여유가 열리길 바랍니다. 더 이상은 단절 되지 않고 세계와 함께하는 북한이 되길 바랍니다. 그 열매가 자라고 자라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통일의 희망까지 품길 바랍니다.

 

그곳에 전달될 트랙터를 통일된 우리 땅에서 다시 보게 될 그날까지 항상 우리라는 것을 잊지 않고 희망을 꿈꿀 것입니다. 누구보다 배부르고, 따뜻한 삶이길 바라겠습니다. 가족으로 다시 만날 그 날까지 건강하고 잘 지내셨으면 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 정서영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