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제주도 4.3 추념식에서 울려 퍼진 애국가, 함께 제창하다 울컥한 마음에 입을 다물었다. 하룻밤 사이에 350여명의 마을 주민이 영문도 모른채 끌려 나가 이유 없이 총살당해 지금은 ‘잃어버린 마을’로 남은 동네들.
  살아남은 자는 고아로 과부로 홀 애비로 아들 잃은 애비로 어미로 남은 세월을 살아내야 했다. 이 뿐이겠는가. 숱한 희생의 처절한 사연은 우릴 얼마나 고통스럽고 절망하게 하는가.
“괴로워도 충성을 다하라는 나라.” 그 국가 공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살육을 두 눈으로 감당하고  마른 가슴을 쥐며 살아내고 있는 유족들의 응어리가 한 치라도 풀렸단 말인가?
  도대체 누가 괴로워도 충성을 다하라는 이 유감스러운 구절의 애국가를 4절까지 유족들을 일으켜세워 따라 부르게 할 자격이 있는가? 충성을 다하면 가해자였던 국가가 이제라고 마음 바꿔 위로와 보상을 해 줄 테니 순응하고 충성을 맹세하라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에 서늘한 날이 선다.
  그러다 앞 줄에 연로한 탓에  허리가 굽어 제대로 서 있기조차 불편해 보이는 유족들이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모습에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여순사건 재심을 앞두고 지역 내에서 ‘재심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여순 관련 사업을 진행해온 여러 단체 및 관련 분들과 유족들에게 ‘재심’이라는 기회를 통해 여순사건의 진상규명 및 특별법 제정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마련되었다.
  하루라도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가슴 아린 사과와 사죄를 드릴 시간을 앞당겨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로 국가 폭력의 존재를 인정하고, 나아가 재판 없이 즉결 처분되어진 많은 희생자들의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으면 한다.   

                                              서은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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