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10·19와 문학 10]

  정지아는 1965년 전남 구례에서 출생했다. 작가의 부모는 딸의 이름을 지리산과 백아산을 합쳐 지아(智我)라고 지었다. 1990년 빨치산 부모님 이야기를 소설화한 『빨치산의 딸』을 펴내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판금 조치를 당하고, 이후 수배생활을 했다. 
  작가들은 대개 한 개인의 삶에 대한 회한을 문학적 소재로 다룬다. 그들의 회한은 대부분 꿈과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대립에서 비롯된다. 정지아의 소설에서 인물들이 토해내는 회한은 느긋하다. 인물들은 지리산 자락 따뜻한 봄 햇볕 아래서 무심히 말하고 방심한 채 듣는다. 무심한 그 말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우리 근현대사의 상처이다. 
  작가는 『빨치산의 딸』에서 여순사건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서 다루고 있다. 이후의 작품「풍경」(2005), 「순정」(2005), 「세월」(2007) 또한 여순사건과 그 뒤를 잇는 오랜 세월 동안의 빨치산 무장투쟁의 역사와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몸도 마음도 제 뜻대로 어찌해 볼 수 없는, 변변치 못한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풍경으로부터 시작된다. 
  「풍경」은 지리산 산골 외딴 집 툇마루에 백 살 된 노모와 예순 살 먹은 아들이 함께 앉아 있는 풍경이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 노모는 삼십 년 넘도록 치매에 시달리고 있다. 노모의 상처는 아들들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순사건 당시 고작 열여덟, 열여섯이었던 두 아들은 여수 14연대 빨치산을 따라 산에 들어가 이후 종적이 없다. 셋째 아들은 노름단속을 나온 “뽈갱이 피는 못 속인갑다”고 말한 “공무원의 머리통을 돌멩이로 내리치고” 집을 나간 이후 소식이 끊겼다. 셋째 아들이 사람을 죽이고 내뺀 것은 14연대 빨치산을 따라 산에 들어간 두 형으로 인한 것이다.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된 불행은 세 아들에서 끝나지 않는다. 세 아들들을 기다리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기다림을 육십여 년 내내 고스란히 자신의 몫으로 떠안아야 했던 막내아들 또한 예외가 아니다. 생존 때문에 택했던 세 아들들의 선택은 노모와 막내아들의 삶을 평생 옭죈다. 그러나 정지아가 소설에서 드러내는 것은 상처의 문제가 아니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살아야 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삶의 문제다. 
  살아남기 위해 기억에서 지워버려야 했던, 또한 침묵해야 했던 남은 자들의  삶. 그래서 여순사건은 여전히 현재인 것이다.                                

정미경 
순천대학교 여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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