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민 여러분도 항상 안전의식을 갖고 생활해 주세요.”

[인터뷰] 강원도 산불 지원출동한 순천소방서 서면119안전센터 문금식 팀장

  “새벽 3시, 8시간을 달려 강원도에 도착했죠.”4월 4일 저녁 7시쯤 강원도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소방청은 화재비상 최고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전국에 있는 가용 소방력을 총동원했다. 화재가 발생한 저녁인, 4월 5일 새벽 3시, 그날 출동 가능한 인력의 3분의 1을 출동시키라는 지시에 순천 또한 승주119안전센터와 서면119안전센터에서 2대의 소방차와 5명의 소방공무원이 8시간을 달려 강원도 산불 진압현장에 갔다. 서면119안전센터에서 박민석, 조대익 요원을 이끌고 지원출동에 다녀온 문금식 팀장을 만났다.

▲ 인터뷰 하고 있는 서면소방서 문금식 팀장

처참했던 강원도 산불 현장, 순천소방대원의 역할은 급수지원과 잔불정리

  “소방공무원으로서 일한 30년 동안 전국에서 소방차가 지원출동 한 것은 처음”이라며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는 문금식 팀장. 화재 현장에 진입하기 전부터 강원도에 다다르자 산림청과 소방청 헬기가 물을 실어 나르느라 많이 떠있었던 것이 보였다고 한다. 문 팀장은 수많은 화재 현장을 봐왔지만 이번만큼 참혹하고 처참한 현장은 처음 본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숲이 연결된 도심은 모두 다 탔다고 보면 된다. 강원도는 주택과 숲이 인접해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상황은 더 심각했다. 조립식 판넬이 까맣게 타서 쓰러져 있고, 집기류도 검게 타고, 매캐한 냄새도 심했다. 몸만 빠져나왔다는 한 중년이 무엇을 건져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 타버린 집 앞에서 서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마치 전쟁이 끝난 다음의 모습 같았다.” 그날의 기억을 말할 때 문 팀장은 질끈 눈을 감았다.

  강원도 화재현장에서의 순천 소방공무원들의 주된 역할은 급수지원과 잔불 정리였다고 한다. “강원 속초에 도착했을 때는 주불은 이미 다 꺼진 상태였기 때문에, 진화를 하는 소방차에 급수지원을 하고 시내 곳곳에서 잔불 정리를 했다.” 주불 진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잔불 정리가 중요한 이유는 바람이 불면 그 불이 담배꽁초 불처럼 살아나 더 큰 화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화재 사건은 바람이 너무 세서 잔불도 도깨비불처럼 금방 가서 옆으로 붙어 방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고산지대의 강원도 피해 클 수밖에 없어

  강원도 산불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람 때문만은 아니었다. 순천은 산이 낮아 인력이나 장비가 진입하기 더 수월하다. 강원도는 고산지대라 사람이 들어 갈 수 없는 곳이 많고, 헬기나 산불 장비를 이용해야 한다. 그 때문에 바람이 세게 불지 않아도 강원도 산불의 피해는 순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한다. “순천의 산불은 주택이나 도심, 상가 쪽으로 불이 붙는 경우가 거의 없고, 보통 임야소실만 있다. 강원도는 산 속에 주택이 있고 또 그 안에 펜션도 밀집돼 있어 피해가 더 컸다”며 인력만으로 강원도 산불을 진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강원도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실제 소방차 앞에서 문금식 팀장과 함께 출동했던 조대익 대원

순천산불도 잔불정리로 이틀 걸려 . . .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잔불정리

  순천도 이달 4월 1일 5시간 만에 산불을 진압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또한 실제로는 잔불 정리 때문에 이틀이 걸렸다고 한다. 문 팀장은 “요즘 같은 봄철은 산림이 우거지고, 잔목과 퇴적이 많아서 잔불 정리에 애를 먹었다”고 말하며 “불이 당장 보이지 않으니 불이 꺼졌다고 생각하지만 끝까지 잔불 정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강원도도 그렇긴 했지만 바람이 불면 남아있던 불씨가 다시 살아난다. 산불이 그런 점이 무섭다”고 덧붙였다. 잔불 정리는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고, 대량의 물을 쏟아 부어 그 물이 완전히 땅을 덮게끔 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하니, 산불을 진화하는 소방공무원들의 노고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연기만 봐도 신고해주세요

  우리나라에서 산불은 산림법에 의해서 처벌을 받는다. 고의로 저지른 ‘방화’냐 논·밭두렁을 태우다가, 담배꽁초를 버려서 일어난 ‘실화’냐에 따라 처벌 수위가 갈린다. 실수로 발생한 실화라 할지라도 처벌의 수위가 높다고 한다. 그래서 논·밭두렁 소각의 경우도 산불과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사전에 소방서에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를 안 하고 논·밭두렁과 쓰레기를 태우면 시·도 조례에 의해서 과태료 처분이 나간다.

  문 팀장은 “아직도 주택에 사시는 분들은 종종 집 마당에서 쓰레기를 태운다. 옆집 이웃은 그걸 보고도 신고했다고 괜히 싸움 나기 싫다며 신고하지 않기도 하는데, 멀리서 연기만 나도 신고접수가 들어오고 또 그게 큰 불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저하지 말고 신고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소방공무원은 멀티다 “아기도 3번이나 받아봐”

  소방공무원은 운전·기관요원, 경방요원, 구급요원, 구조요원으로 나뉘는데, 주역할은 있지만 인력이 부족할 때는 같이 도와서 일을 한다고 한다. “소방공무원은 한 가지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구급요원이 화재 불이 났을 때 인력이 부족하면 현장 활동도 해줘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사실 구급이 굉장히 힘들다. 우리 소방서에서 화재 출동도 많지만, 구급활동이 정말 많다. 순천시 인구가 28만이라고 하지만 실제 거주하는 사람은 30만이 넘을 것이다.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환자가 발생하겠냐”며 구급요원의 고충을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문팀장은 과거 구급 전담 인력이 없을 때 2주간 구급 교육을 받고 15년간 구급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 당시 아기도 3명이나 받았다며 기자에게 산모의 배를 주물러줬던, 아이의 머리를 받쳐 받은, 탯줄을 잘라준 경험 등을 들려주기도 했다.

▲ 왼쪽부터 서면소방서 조대익 대원, 문금식 팀장, 조은수 요원. 문 팀장은 경방요원으로 일하는 조은수 요원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을 거두어 주길 말하기도 했다.

길을 비키시오 . . .  순천 의식 많이 개선

  재작년에 발생했던 충북 제천 복합건축물 목욕탕 화재사건으로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과 소방법 재정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실제 많은 법이 바뀌었다. 법 개정 전에는 소방차와 구급차가 출동할 때 비켜줘야 한다는 강제성이 없었는데, 이제는 강제성이 생겨 교통위반, 신호위반, 강제로 진행차량에 위해를 가했을 때 모두 과태료나 벌금이 나간다. 소방차에는 모두 블랙박스가 달려있어 그것을 이용해 경찰서나 시 교통과에 신고를 하고, 운전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고 있다. “아직 소방도로도 더 만들어야 하고, 옥내소화전이나 도로의 소화전 같은 소방시설도 더 많아 져야 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설치가 돼 있는 편”이라며 “순천도 예전보다는 소방차와 구급차가 출동할 때 시민들이 잘 비켜준다”고 했다.

 

빠른 대처와 아쉬운 제도 . . .  소방공무원의 전면 국가직 전환 필요

  문 팀장은 이번 강원도 화재가 엄청나게 큰 화재였지만 그래도 정부와 소방청이 신속하게 잘 대응해 빨리 불을 진화한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아쉬움은 있다. 소방공무원이 모두 국가직으로서 소방청 소속이었다면, 소방청장이 바로 출동명령을 하기 때문에 더욱 빠른 파견이 가능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소방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뉘고, 지방직은 도지사와 광역시장 아래 있다. 문 팀장은 “그래서 이번에도 소방청장이 지방자치단체장인 도지사나 특별시, 광역시장에게 소방 비상사태이니 도와주십사 요청했다. 이게 바로 이원체제”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렇게 이원화 돼 있는 것은 국민들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은 여러 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바이다. 대표적으로 서울과 경기는 재정자립도가 높아 필요한 소방장비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지방재정자립도가 낮은 기타 지역은 필요한 장비를 충분히 살 수 없다. “장비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는 저층건물이고 현대는 고층건물인데 장비가 똑같을 수 없다. 국가직으로 바뀐다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에 사는 국민들도 똑같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안전불감증 문제 심각해

“주차구역 잘 지켜주시고, 콘센트도 잘 뽑아주세요.”

  “과거에 비해서 너나 할 것 없이 풍족한 생활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안전의식은 따라 주지 않는 것 같다. 자녀들이나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안전에 대한 의식을 잘 세웠으면 좋겠다”며 마지막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문 팀장. “소방차나 구급차가 야간에 아파트로 출동했을 때, 주차공간이 아닌 곳에 주차를 해서 못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요원들이 장비만 들고 뛰어간다. 주차구역에 안전하게 주차해 달라. 거리에 있는 소화전에 불법주정차를 하지 말아야 한다. 건물의 옥내소화전도 가리지 말아야 하고, 위급한 상황에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도 항상 열 수 있게 무거운 짐을 앞에 쌓아두지 말아야 한다.”

  “불이라는 게 과거에는 산에서 땔감을 가져와서 불을 지피고 해서 발생하는 것이어서 겨울철에 빈번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전기·전자제품을 많이 쓰기 때문에 계절이 없다”라며 특히 콘센트를 잘 뽑아달라고 당부했다.

 

  9주기 근무(주주주야비야비야비)로 돌아가는 순천시 소방공무원의 일상, 그 안에서도 쉬는 날은 노인 복지관 급식봉사와 목욕 봉사, 헌혈, 청소년 상담 복지 시설 상담도 한다는 문금식 팀장은 마지막에는 여성 요원에 대한 차별이 없었으면 한다며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우리 센터에 여직원이 있는데 불을 끄는 경방요원이다. 처음에는 나도 잘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지금 너무나 잘해주고 있다. 나도 성차별적인 생각을 한 것이다. 현장에 나가보면 여성 경방요원이라고 차별적으로 대하는 시민분들도 계시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은수 요원이 원래 강원도 화재에도 가려고 했는데 숙소 문제 때문에 함께 못간 것이지 다른 남자 요원과 비교했을 때 전혀 부족함이 없다.”

임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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