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권
사회복지사
우리사회에서 이곳만은 참 깨끗하고 공정했으면 하는 곳이 있는데, 종교계, 사회복지계, 시민단체이다. 그런데 그런 곳 중 일부가 더 세속화 되어 일반기관 뺨치는 비리의 온상이 되어 지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이 이런 기관에 기대를 하는 것은 그곳이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곳이고, 이 사회가 부패되고 썩지 않도록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허리 굽혀가며 사느라 시간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자신의 지갑도 가볍지만 기꺼이 돈을 꺼내어 헌금도 하고 후원금도 내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회복지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이것만 지켜도 신뢰받고 칭찬받고 무궁무진 뻗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되는 점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투명성이다. 일부 사회복지 기관장들 중에는 정부보조금과 후원금으로 이루어진 예산을 분별없이 쓰는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사람이 있다. 사적인 만남에서 기관카드를 쓰면서도 그것이 다 기관발전을 위해서 쓴다고 포괄적으로 합리화한다. 잘못을 잘못으로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예산과 임금이 적다고 늘 우는 소리를 하면서도 다른 사람과의 식사비 계산은 제일 먼저 한다. 기관 비전과 미션은 이용자중심을 표방하면서도, 예산편성은 가장 후순위로 밀리고 금액도 짜디짜서 소금이 나올 지경이다.

서울시사회복지시설협회에서는 올 초 전 기관들이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곧 시민들과 관의 신뢰로 이어질 것이다. 나는 첫 직장에서 외국인 상사와 함께 지낸 적이 있는데, 복사용지 한 장도 사적인 것은 철저하게 돈을 지불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만큼 공사구별이 철저하였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정원의 일탈도 베일에 싸인 예산과 정보공개가 되지 않는 점이,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사회복지기관이 세세한 정보까지도 공개하면 예산집행도 함부로 하지 않게 되고, 더 많은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순수함 이상의 용기는 없고, 솔직함 이상의 일관성은 없다고 하였다. 당당하면 행정지도나 감사, 투서, 기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진다.

두 번째로는 공정성이다. 얼마 전 개관한 복지관에서 직원채용을 하면서 제출서류를 10가지가 넘게 요구하는 것을 보고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렇게 하고라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실제로 뽑은 사람 면면을 보면 자기사람을 뽑기 위한 요식행위로 여러 조건을 내세운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실인사는 관리자가 회계부정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되고, 전횡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비전공자 채용과 직원간 위화감 조성으로 부실해질 수 있다.

올해 6월부터 서울시는 산하 17개 투자출연기관 신규직원 이력서에 출신학교나 가족관계를 적는 기입란을 없애는 ‘차별없는 표준이력서’를 도입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채용시 표준이력서 제출의무 개정안이 상임위에 상정되어 심사중에 있는데, 이를 순천시에서 선도적으로 시행한다면 공정사회를 앞당기는 일이 될 것이다.

복지기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상위권에 드는 기관들이 대다수 윤리경영을 하고, 사회복지 국제표준을 따르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셋째로는, 종교적 차별을 없애자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이런 말을 남겼다. “자신의 신앙만이 진실하다고 사람들을 설득한다면 그것은 결코 진실한 신앙이 아니다” 그런데도 순천지역 종교법인 사회복지 시설은 자신들의 종교를 가진 사람만 채용하고, 교회에 다닐 것을 강요한다. 심지어는 법인이 속한 교회에 십일조와 헌금을 내라고 한다. 이는 엄연히 사회복지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실력과 상관없이 선발기회조차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사비를 직접 투자하여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3년마다 시 위탁 심사를 거쳐서 법인의 성격이 바뀔 수 있는 기관은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독교법인에서 불교법인으로 바뀌는 순간 직원들은 성경 대신 불경을 들어야 하다면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침범 당한다.

넷째로, 경직된 조직문화를 열린조직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한 기사를 엊그제 읽었는데, 가장 큰 이유가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였다. 군사독재시대의 잔재인 일사불란한 복종문화는 어려운 특정시기에는 필요할 때도 있지만, 변화무쌍한 사회복지 환경에서는 매우 위험하다. 가장 위험한 일은 힘 있는 자가 잘못된 방향을 일관성 있게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다.

먼저 회의실 탁자부터 권위적인 긴 직사각형이 아닌 평등한 원형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한 사람의 일생은 ‘대부분의 시간을 무엇을 생각하며 보내는가’에 달려 있다고 한다. 사회복지 관계자들은 자신의 임금인상보다 ‘어떻게 하면 내가 속한 복지계통의 대상자들을 행복하게 해줄까’ 늘 생각하며 고민하는 프로다운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귀찮다는 것은 귀하지 않다는 말이라고 한다. 까다로운 이용자도 미소로 맞이하고 경청하는 태도로 대할 때 과연 전문가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사람이 죽어서 천국에 가면 신으로부터 ‘당신은 남의 인생을 즐겁게 해주었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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