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아름다움 나의 손 끝, 발 끝, 말 끝에

「나의 손끝」 

체 게바라 

아름다움과 혁명은


(콜텍기타 해고노동자,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 파인텍-스타케미칼-
굴뚝농성자 등 송 시인은 사회의 가장 아래에서 고군분투하는
뭇 생명들의 외침에 아름다운 연대로 화답하고 있다. 편집자 주)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아름다움과 혁명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손끝에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무척이나 좋아하는 시다. 체 게바라는 전 세계 청년들의 어떤 미적 우상처럼 되어 있지만, 그의 삶은 무척이나 구체적이고 전투적이었다. 한 개인의 병을 고치는 의사보다, 한 사람의 병을 고치는 혁명가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인이면서도 쿠바 혁명을 위해 그란마호를 탔다. 함께 항해에 나선 동료 80여 명 중 총격을 피해 살아남아 밀림 속으로 들어간 건 10명 남짓이었다. 쿠바 혁명이 끝난 후에는 잡은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미련 없이 볼리비아와 콩고로 제3세계 혁명을 위해 다시 길을 떠났다. 그에 대한 운동적, 역사적 평가를 잠시 접고 보면 사르트르가 말했듯 ‘21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에 다름 아니다. 

그는 시인이기도 했다. 콩고의 밀림에서 무장게릴라 활동을 하다 사살당한 그의 배낭에는 시를 적은 노트 두 권이 달랑 들어 있기도 했다. 멋지게, 체 게바라를 소비만 하는 이들이 가끔은 진짜 체 게바라를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의 기록에 따르면 동굴 속에 감춰둔 비상식량과 의약품은 모두 발각되고, 사살당한 부대원들의 시체들이 강물 위로 떠내려 온다. 모두 물이 부족해 자기의 오줌을 받아 마신다. 자신은 더욱 악화된 천식 발작으로 말꼬리를 붙잡고 행군해야 한다. 불시에 찾아오는 극심한 호흡장애에 숨이 막히기도 한다. 그럴 때면 누군가가 소총 개머리판으로 자신의 가슴을 힘껏 쳐줘야 간신이 숨통이 트이기도 한다. 총상을 입고 죽어가던 동지가 차고 있던 시계를 벗어 자신에게 전해주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어야 한다. 이 투쟁이 끝나면 그의 아들에게 전해주어야지 하면서도, 그럴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다. 지금은 ‘적군’이지만 그도 결국 한 사람임을 잊지 않고 최소한 고통이 짧기를 바라며 정확하게 적군의 심장을 쏘려 노력한다. 그가 수행해야 했던 혁명적 삶이란 것이 그렇게 처절한 것이었다.

혁명과 아름다움

나의 손 끝, 발 끝, 말 끝에

그러나 그는 그런 참혹한 상황에서도 우리 모두의 삶이 아름다워지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얼마든지, / 아름답게, / 만들 수 있는 것을 /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은 / 결코, /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 아름다움과 혁명은 /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 바로 / 나의 손끝에 있는 것이다” 체 게바라에게 ‘아름다움과 혁명’은 반대의 것이 아니었다. 함께 취할 수 없어 어떤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혁명’에 비해 ‘아름다움’은 별 중요하지 않은 것인 양 함부로 하는 사람들에게 지칠 때면 이 시를 다시 읽는다. 이 시가 더 좋은 것은 그 실현이 어느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손 끝’에 있다는 것이다. ‘나의 발 끝’에 있고, ‘나의 말 끝’에 있다는 것이다. 결과를 떠나 모든 과정이 아름답기를 소망하고, 그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꿈꿔본다.

▲ (콜텍기타 해고노동자,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 파인텍-스타케미칼- 굴뚝농성자 등 송 시인은 사회의 가장 아래에서 고군분투하는 뭇 생명들의 외침에 아름다운 연대로 화답하고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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