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준 『푸른농약사는 푸르다』 신간 발표

 

▲ 한상준 소설집『푸른농약사는 푸르다』

한상준의 소설은 늘 배경을 농촌으로 삼는다. 화려한 산업사회의 뒤안으로 소외되어 있으나 그 산업사회의 중심부인 도시에 쌀을 비롯한 곡식과 채소와 고기 등을 생산해 공급하는 곳이 농촌이다. 전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 공급하면서도 그 역할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농촌이 지금 겪고 있는 곤경을 문제 삼고 그 대안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 한상준 소설이 갖는 일관된 주제의식이다.
한상준의 소설은 현재 한국의 농촌이 처한 상황이 매우 비정상이라는 것을 집요하게 제기하고 있다. 씨앗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통해서 다국적 종묘기업의 수탈 문제를, 시대의 모순에 정면으로 대항했던 한 치열한 농민운동가의 비극적 죽음을 통해서 농촌과 농민의 실상을, 조류독감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차원에서 대규모로 살처분되는 닭들을 통해서 인간과 동물의 공존 문제를 추구해 온 것이다.
아마도 한상준은 그런 문제들이 상식적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제3세계 농민들이 요구한다고 해서 다국적 종묘사들이 유전자 조작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며, 경찰의 무차별적 물대포 공격에 의해 한 운동가가 목숨을 잃었어도 권력과 경찰 중에서 그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았다. 또한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이 발생하면 아직 멀쩡히 살아있는 닭이나 돼지, 소 들을 거대한 구덩이에 밀어 넣은 장면을 보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한상준 소설에서 농촌은 결코 낭만적이거나 서정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이런 문제들에 대한 고발과 추궁과 대안이 더 급선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 한상준의 시선이 꿰뚫어 보고 있는 그 지점이 농촌의 지위나 역할을 인정받게 되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상준이 발표하는 일련의 농촌소설들은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