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書

쏜살같이 세월은 가버린다. 세월이 스쳐 간 자리에는 예외 없이 꼭 흔적을 남긴다. 순천시 청사도 흔적이 만만치 않다. 오래전부터 신청사 건립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올 초 현 시청 건물의 동쪽으로 확장하여 신청사를 짓는다고 결정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낡은 건물만 새로 지으면 끝일까? 요지는 새로 짓는 게 건물만이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시청이 공무원들의 딱딱한 사무공간을 넘어서 시민이 더욱 친숙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는 공유공간으로 탈바꿈하면 어떨까? 
시청사는 시쳇말로 ‘늘공’(늘 공무원)이나 ‘어공’(어쩌다 공무원) 등 공무원이 일하는 공간이다. 시민들은 지적한다. 공무원, 특히 ‘늘공’의 생각이 여전히 자신들이 주인이라 생각하지, 시민이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민원인의 의자도 공무원의 의자보다 불편하고, 주차공간도 협소하고, 텅 빈 회의실도 시민들은 쉽게 이용치 못한단다.
전근대적 지시와 훈도를 내용으로 담았던 공공건축 공간은, 현대에 들어서면서 시민의 자유로운 참여를 보장하고 추동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 예로 경북 영주시에서는 공공건축물을 이용하여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0년 전부터 ‘지역총괄건축가’ 제도를 만들고 수려한 디자인과 시민 중심의 기능성을 갖춘 공공시설물을 세웠다. 혐오 시설로 여겨진 장애인복지관을 시내 한복판에 짓고, 모든 시민이 어울릴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였다. 시민들의 지역 애착심이 높아졌고, 세금 낸 보람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반면 순천시는 올해 장애인종합복지관을 30억 원 넘게 들여, 서면 골짜기에 증축한다는 계획이다. 한마디로 구태의연하다. 장애인과 가족들은 멀리 떨어진 외곽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갈 게 뻔하다. 허석 시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공존과 포용의 도시’에 대한 의지는 장애인종합복지관 건물에도 녹아있어야 하지 않을까? 작은 복지관 건물에도 시장의 철학이 관철되지 못하는데, 신청사 건축에 반영되리라 생각하는 것은 오판이 될 확률이 높다.

기차 안에 있으면 모른다. 얼마나 빨리 달리고 있는지를. 우리 이제 기차에서 내릴 때다. 촉촉한 흙을 밟고 들판을 거닐 때가 되었다. 세월의 흔적을 어루만지며 서로를 위로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이정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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