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부터 국내에서 사라져가는 토종 종자들을 지키고자 하는 개인이나 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토종 종자란 그 지역의 토양과 기후에 맞게 적응되어 오랜 세월 그 지역에서 재배되어 온 토착 종자를 말한다. 토종 종자를 정의하면 외국에서 들여 온 종자라 할지라도 우리 땅에서 30년 이상 적응하여 고정된 종자들을 토종종자라고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차피 목화나 고구마, 감자, 고추...등 수많은 재래 종자들이 외국에서 들여져 우리 땅에 적응된 작물이니 말이다.
1997년 후반기 IMF 상황을 기점으로 국내의 많은 종자회사들이 외국의 거대 종자회사로 헐값으로 팔려 나갔다. 농부들은 우리 종자를 비싼 로얄티를 주고 외국에서 사와야 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청양고추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 F1종자(1세대 불임종자)나 GMO(유전자 조작) 종자는 채종을 해서 다음 해에 파종해서 재배해도 그 작물의 원형이 나오지 않는다. 콩 심은 데 콩이 이상하게 나오고 팥 심은데 팥도 이상한 형태로 나오거나 발아가 되지 않기도 한다. 농부들은 해마다 씨앗을 사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

토종 종자는 왜 점점 사라져갔을까?

토종 작물들은 하나같이 작고 못났다. 그 말은 시장에서 상품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뜻이다. 크고 달고 부드럽게 개량된 신품종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토종의 맛과 약성은 개량종과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나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농부들은 판매할 작물과 가족들이 먹을 토종 작물을 따로 재배하기도 한다.
F1작물이나 GMO작물은 우월한 특정 성질만을 기준으로 개량되었기 때문에 화학비료와 농약을 다량 사용해서 재배해야 한다. 그에 비해 토종 작물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종자가 아니라 수많은 세월 동안 그 토양과 기후에 적응되어 왔기 때문에 야생성이 강하다. 그러므로 굳이 많은 퇴비와 농약을 요구하지 않는다.
각종 미디어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세계는 이미 종자 전쟁이 시작되었다. 거대 글로벌 종자회사들은 F1종자나 GMO종자를 무차별적으로 퍼트리고 비료회사, 농약회사와 동반해서 엄청난 자본의 이익을 추구해 간다. 그 씨앗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씨앗과 비료와 농약을 해마다 비싼 값에 사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식량 재료들이 어찌 건강한 먹거리가 될 수 있겠는가?

토종 종자를 찾아내고 지켜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여기가 있다. 토종 종자의 우수성을 알아 본 국내의 대기업 두어 군데에서 벌써 토종 종자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시골 할머니들의 씨앗을 가져다가 약간의 육종(?)으로 신품종인 듯 특허를 내어 판매를 시작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평생 씨앗 받아서 심어온 내 상추를 어느 날부터 돈을 주고 사서 심어야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과연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고령의 할머니들의 손에 그나마 남아 있는 토종 종자를 시급하게 찾아내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 순천시에는 순천 토종씨앗모임이 결성된 지 4년 만에 2018년 1월에 "순천시 토종 농산물의 보존. 육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우리 지역 토종 종자 전수 조사가 시작되었다. 조례 제정에 함께 도움 주신 많은 시민단체 및 시의원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전수 조사는 2018년 11월 부터 2019년 6월 까지 총 30회에 걸쳐 진행되고, 수집된 씨앗들은 도감으로 기록되고, 순천시의 공식적인 종자 자산으로 인정되어질 것이다. 감사하게도 순천시에서는 토종 종자 보존 육성에 관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한다.
농부들의 손에 의해 채종된 살아있는 생명 씨앗 토종 씨앗으로 가장 생태적인 토종 농법으로 길러진 건강한 먹거리야말로 사람의 영혼과 몸을 살리는 보약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순천의 토종씨앗모임의 활동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계속될 것이다.

김해선 순천시토종종자보존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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