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호에「자전거와 카약으로 2만Km를 달려간 남자」의 저자 이준규가 보내온 두 번째 통신을 싣는다. 어릴 때부터 영국의 리버풀 축구클럽 팬으로, 자전거 여행의 최종 목적지도 영국의 도시 리버풀이었다. 지금은 축구지도자가 되기 위해 독일 행을 준비중이다.                -편집자주-

▲ 리버풀 레전드 웰컴인 파티행사장에 왼쪽부터 패트리(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핀란드 편 출연자)와 이준규

2017년 12월 한 달간 이태원 레스토랑에서 단기 알바를 하고 있었다. 바쁘게 서빙을 하고 있는 어느 날, 한 이벤트 회사로 부터 문자가 왔다.  2018년 가을 쯤 리버풀 레전드들이 한국에 방문할 계획인데 한국을 대표하는 리버풀 팬으로써 레전드들과 자리를 함께해 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정말 날아 갈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내가 해 냈던 것 들이 이렇게 돌아오다니 그 동안의 수고가 헛되지 않는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 2017년 한해가 지나기 전 내가 들을 가장 기쁜 말이었고, 2018년을 기다려지게 하는 전화였다.
해가 바뀌고  반년이 지나도록 이벤트 회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작년에 연락이 온 번호로 문자를 남겼다. 이러 저러한 경향 끝에 마지막으로 담당 부서 팀장에게서 행사는 9월에 진행되기로 했고, 3박4일로 일정이 줄어들어 환영 칵테일파티 때 함께 참여 할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칵테일파티만 이라도 정말 감사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3박4일 중 짧은 순간, 파티참석만으로는 너무 아쉬웠다. 레전드들이 왔을 때 레전드 뿐만 아니라 리버풀 다른 스태프들, 그 외에 축구 관련 인사들에게 하루 만으로 그들 머리에 나를 각인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답은 하나다. 리버풀에 직접 편지를 쓰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리버풀까지 달린 팬인데 이번에 레전드들이 한국을 방문 한다는 것을 들었다. 혹시 내가 그들이 방문 하는데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는지 정중하게 문의 했더니, 리버풀에서 답이 왔다. 행사 진행 스테프들이 한국에 도착하면 나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며칠 후, 잠실 롯데타워 공원에서 이벤트 기획 행사 팀에서 30분 동안 나의 이야기를 다른 리버풀 팬들 앞에서 짧게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지 물어 봤고, 나는 단 숨에 그 제안을 받아드렸다. 처음으로 강연에 필요한 스크립트를 쓰고, PPT 만드는 등 나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알차게 쓰기 위해 준비했다. 
행사 당일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처음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팬들은 내가 누군지 정확하게 몰랐지만, 내 이야기가 시작되자  한 분, 두 분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뉴스에서 본 그 사람이라면 알아 봐 주기 시작했다.
강연은 자전거를 탔던 이야기만 들려 준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이런 여행을 시작했는지, 여행이 끝나고 나서 얻은 점이 무엇이고,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이고 그리고 미래를 위해 지금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를 주로 말했다. 
강연과 질문, 돈 주고도 팔리지 않을 나의 얼굴을 팔아 주는 시간까지 나에게 아주 빈틈없이 알찬 시간 이였다.
처음 남들 앞에서 내 자전거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간간히 나에게 안부를 물어 오고 응원을 보내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강연을 통해 내가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이었다.

우리동네 청년 이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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