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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흔적들, 그 선택과 오류의 기념사진사진작가 명국녕 개인전, "Time Road"
송은정 칼럼니스트  |  72109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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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호] 승인 2019.02.05  15: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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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잘 간직하고 싶어 기억으로 붙잡아 놓는 기념사진.
수많은 기억들은 우리 삶의 편린들을 잘 기념하고 있는 것일까? 
기념사진은 시간을 재단해내어 사실보다 더 선명하게 되살리는 동시에 흐릿하게 날려버리는 기억의 파편 또한 포함한다. 
‘시간 길(time road)’을 담아낸, 그만의 기념사진이라는 작품들 앞에서 그 시간 길의 여정에 대해 사진작가 명국녕의 설명을 듣는다.
먼저 드라마틱하게 변화되는 시간이 아닌 알지 못하게 흐르는 연속된 시간들 속에서 셔터를 눌러 그 순간들을 담아낸다. 하나의 앵글로 잡아낸 많은 장면 중 하나의 시간 조각을 모니터에 띄운다. 시간이 붙잡힌 선명한 모니터를 한지로 덮어 가린다. 모니터와 한지 사이 우연하게 형성되는 밀착 정도의 차이에 의해 화면의 선명도가 차이난다. 기억은 그 기억하는 주체의 한 겹의 한지 같은 인식들에 의해 선택적인 선명도를 지니는 것처럼 말이다. 그 우연의 산물들을 다시 카메라로 찍는다. 그리고 현장을 포착했던 선명한 사진과 우연한 흐림과 선명함을 지닌 사진을 겹쳐서 다시 모니터에 띄운다. 그 겹쳐진 사진들은 한 번 더 의식적인 기술적 조작이 가해진다. 화면은 우연과 선택의 과정을 지나 선명함과 흐릿함이 교차하며 점점 오류의 기념사진이 되어간다. 그리고 캔버스에 인쇄되어 박제된다.
포착된 기억들은 어느 한 부분은 날카로운 흔적으로 각인되고, 또 다른 부분들은 흐릿한 망각으로 지워진 채이다. 전시된 사진들이 형태가 뭉개져 빛바랜 색감으로 흔적만을 남기고 있거나 초점이 흐려 피사체들을 사실 그대로 담아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이미 기억은 있는 그대로의 것보다는 붙잡고 싶은 것들에만 선명함을 더해 집중한 한 자락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붙잡힌 기억들 속으로 숨는다. 선택된 한 포인트, 아주 일부의 조각 기억 속으로 단단하게 숨어들어간다. 숨겨진 선명한 기억은 기억하는 이의 내면을 채우는 은밀한 씨앗이 되어 흐릿한 번짐의 색채 벽 속에서 오류의 기억으로 자라난다. 오류의 기억은 분명한 현실, 사실들에 노출된 자신이 아니라 나이고 싶은 나만으로 만들어가게 해준다. 숨겨 나를 키우는 바로 그 선택적, 오류의 기억들. 그 기억들이 곧 각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정체성이 되는 것일지도…….
사진은 사실적 옮김의 매체가 되기를 거부한다. 기념사진이 기념해야 할 뚜렷한 요소들을 날려버리며 대상을 제대로 볼 수 없게 한다. 애매모호해진 시간의 흔적들은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한다.  
명국녕의 사진은 너무 노골적인 선명함을 요구하지 말아 달라는 듯 보인다. 분명한 사실이란 것, 그 시간의 파편인 기억들은 이미 발생과 동시에 한 겹의 한지가 입혀지듯 인식의 필터를 지나며 왜곡이 일어나는 것들이다. 객관적 분명함을 요구할 때 한번 인화된 이미지에 또다시 명암과 밝기를 조절하는 것 같은 조작을 감행해야 하니까. 
그러니 애매모호하고 흐릿한, 피사체를 확인할 수 없는 사진들 앞에서 불편해하지 말 일이다. 그저 우연한 기억의 산물들, 인식의 자의적 조작을 행하는 현상체를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 물기품은 바람의 필터를 거친 기억의 잔상 혹은 흔적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가끔 사실이라는 것들, 노골적이고, 자극적이며 직접적인 이미지들이 얼마나 폭력적이며, 포르노그래픽처럼 현혹하게 되는지를 떠올린다면 가능해질 터이다.
명국녕의 사진 작품들은 회화적인 색감으로 남은 안개벽에 숨어서 선택된 오류의 기억들로 각자의 기념사진을 품고 사는 타자들을 그냥 실눈으로 바라봐주려는 작가의 마음처럼 보인다.  

   
▲ 순천대학교 70주년 기념관에서 전시되었던 사진
   
▲ 순천대학교 70주년 기념관에서 전시되었던 사진
   
▲ 순천대학교 70주년 기념관에서 전시되었던 사진

송은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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