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질병은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나쁜 것이라는 생각.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씀 중에 “재수 없이 이놈의 병에 걸렸다!”는 말은 정확히 말하면 틀렸다.

옛날에는 병에 걸린 사람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행실이 잘못되었다든지,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든지, 전생의 업보를 타고났다든지 하여 병에 걸린다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문둥병이라 불린 한센병, 소아마비 등이 그렇게 생각하는 대표적인 질병이었고, 현대에는 에이즈가 대표적이다. 요즘에는 유전이나 생활 주변의 오염, 사회적 지위, 영양상태 등등에서 질병의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여하튼 예나 지금이나 병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병이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또한 쓸모없는 것은 더욱 아니다. 아프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사람은 아프면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파야 산다.

완전한 건강상태가 과연 있을 수 있을까? 건강과 질병을 무 자르듯 명쾌하게 나눌 수 있을까? 없다. 단언컨대, 없다. 알건 모르건, 느끼건 느끼지 못하건, 작건 크건 우리는 병과 함께 살고 있다. 병이 없는 몸은 죽은 몸이다. 나쁘다거나 좋다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원래 존재하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질병은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질병,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따끔한 채찍이다. 지금 겪고 있는 병을 잘 다스려, 보다 성숙한 인간이 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고충이 드러난 것이 질병이므로, 질병의 치유과정은 반드시 그 고충을 해결하는 과정과 함께 해야 한다. 그럴 때 질병은 유용한, 반드시 필요한 삶의 전환점이 된다.

2. 질병에 걸리면 나는 가만히 있고 대신 의사가 치료한다고 생각한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씀이 “원장님헌티 내 몸 맽겼으니께 잘 치료해주쇼!”다. 이건 아니다. 의사가 시키는 대로 약 잘 먹고 주사 잘 맞으면 치료되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런 경우도 많다. 문제는 만성병이다. 이것은 단순하게 일시적 치료만으로 완치되는 게 아니다. 설령 나았다 하더라도 얼마 안가서 다시 재발한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감기, 손 씻기만으로 엄청 줄어든다. 충치, 정확한 칫솔질만으로 엄청 줄어든다. 여드름, 철저한 세안만으로도 엄청 호전된다. 당뇨와 고혈압, 식이조절만으로도 엄청 좋아진다.

자신의 몸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중환자도 아니고 멀쩡히 걸을 수만 있으면 자신의 몸은 자기책임 하에서 다스려야 한다. 물론, 불가항력적인 것도 많다. 생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걸리는 병도 이루 말할 수조차 없다. 모든 질병의 책임을 개인적인 위생 상태나 청결 자세 등만으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 허나 치료는 자기 자신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작은 토끼 한 마리를 잡기 위해 호랑이는 전력 질주한다. 아무리 작은 병이라도 전력 질주하듯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부어 고장 난 몸을 스스로 고쳐내야 한다. 그러려면 바른생활을 해야 한다. 그것이 기본이다.

3. 건강검진을 하면 내 몸속에 있는 병은 모조리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암진단 오진율이 44퍼센트에 이른다. 미국 의학 협회지에서 암환자 250명을 대상으로 한 추적 조사 결과 111명이 암이 아니거나 진단부위가 잘못되어 사망한 경우였다.(출처 -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사진을 찍으면 자기 몸속의 병을 다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적지 않은 병을 검진을 통해 알아내고 있다. 하지만 많은 병은 결코 알아낼 수 없다. 가장 잘 아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렇기에 의료진과 충분한 대화와 교류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몸을 자기가 잘 관찰해야 한다. 언제부터 아팠는지, 어쩌다가 아프게 되었는지, 어떨 때 조금 낫고 어떨 때 더 심해지는지, 몸의 여러 부분의 증상들이 서로 관련성은 없는지 등등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자신의 상태를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그럴 때 나아가는 모습도 스스로 느끼고 더욱 빨리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병이란 나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유익하기까지 하다. 병은 조짐이다. 또한 의사에게 내 몸을 완전히 맡길 것이 아니라 나의 과거 생활을 돌아보고 지금의 상태를 치밀하게 살펴보자. 질병을 재수 없이 걸린 ‘못 쓸 것’이 아니라, 몸도 마음도 느긋하게 뒤돌아보면서 잠시 쉬어가기를 당부하는, 주인에게 부르짖는 몸의 절규라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

이정우
민들레하나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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