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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시] 꿀 잠여천공단 새끼조공에서 김용균으로... 달디 단 꿀잠을 잘 수 있게
송경동 시인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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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호] 승인 2019.01.08  15: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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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 출신인 송경동 시인은 리얼리스트다. 희망버스를 기획하고,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만민공동회, 을들의 국민투표, 오체투지, 광화문 캠핑촌 등을 주도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고 외친 체게바라처럼 큰꿈을 꾸었고, 『꿈꾸는 자 잡혀간다』는 그의 산문집 이름처럼 수배와 구속을 반복하고, 머리뼈가 부서지고 발이 부러져도 큰꿈을 놓지 않았다. 
꿈꾸는 리얼리스트, 송경동 시인이 시와 산문을 보내왔다. 큰꿈 꾸는 사람이 점점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시인의 꿈을 들으며 독자들도 함께 꿈꾸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재한다.                         -편집위원회-

 

꿀  잠

전남 여천군 쌍봉면 주삼리 끝자락
​남해화학 보수공사현장 가면 지금도 
식판 가득 고봉으로 머슴밥 먹고
유류탱크 밑 그늘에 누워 선잠 든 사람 있으리

이삼 십 분 눈 붙임이지만 그 맛
간밤 갈대밭 우그러뜨리던 그 짓 보다 찰져
신문 쪼가리 석면 쪼가리
깔기도 전에 몰려들던 몽환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꿈자락 붙들고 늘어지다가도
소 혀처럼 따가운 햇볕이 날름 이마를 훑으면
비실비실 눈 감은 채로
남은 그늘 찾아 옮기던 순한 행렬 

 

- 시집 「꿀잠」(삶이 보이는 창, 2006) 수록

 

   
▲ 박근혜퇴진 광화문캠핑촌 촌장 시절
   
▲ 2009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 시절
   
▲ 2007년 이라크파병반대 집회에서

                                                                                                                                                                           

스무 살 언저리 첫 공단 생활을 여천석유화학단지에서 했다. 일용공비정규직 새끼 조공이었다. 새벽 5시에 깨어 간신히 찬물에 눈꼽을 떼고 어둑한 길에 서 있으면 우리를 수거하러 오는 통근버스가 있었다. 노역장으로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현장에 도착하면 6시 반. 옷 갈아입을 곳도 따로 없어 약간 외진 작업장 구석을 찾아 작업복을 갈아입고 7시 정각에 현장에 투입되면 점심 먹을 시간까지 쉴 틈이 없었다. 담배도 입에 문 채로 일하면서 피워야 했다. LPG통은 멜만 했지만 산소통이나 알곤통은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들쳐 업고 일어나기도 어려웠다. 비 오는 날 용접은 특히 죽을 맛이었다. 피복이 벗겨진 용접선들을 끌고 다니다 보면 언제 저기에 붙어 순식간에 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찌릿찌릿했다. 그렇게 가도 별 상관없는 밑바닥 버려진 인생이었다. 육중한 H빔에 눌려 발가락이 부서지는 이들이 다반사였고, 고공작업을 하다 떨어져 죽는 이, 피복 벗겨진 전기선에 붙어 가버린 이도, 중기에 깔려 가는 이들도 있었다. 누군가 병원으로 실려 가거나 죽어가도 공장과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워낙 노동강도가 세서 오전 10시쯤 한 차례 새참을 먹어야 간신히 기운을 내서 점심시간 전까지 일을 할 수 있었다. 식권을 모아 사먹는 새참은 늘 가스테라나 소보로빵 하나에 우유 하나였지만 달디 달았다. 그 우유나 빵만큼이나 단 것은 점심시간에 잠깐 눈 부치는 쪽잠이었다. 그 쪽잠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면 점심시간 종소리를 기다렸다 100m 달리기로 함바로 달려가야 했다. 보통 작은 함바 하나에서 작업자들 모두가 식사를 해야 했기에 어떤 땐 긴 줄로 늘어서 배식을 받는 데만 30여분이 걸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분만에 후다닥 밥을 밀어넣고 나면 스티로폼 조각이나 박스 조까리 하나를 주워들고 쪽잠들 곳을 찾아다녔다. 이 시를 쓰던 가을 중반 쯤엔 장소 잡기가 애매했다. 그늘로 들어가면 서늘해 깨어나게 되고, 볕은 아직 따가워 잠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얼굴 쪽은 그늘에 들고, 몸통은 볕에 내놓을 수 있는 곳이었다. 아직도 그 달디 단 꿀잠을 잊을 수 없다. 아직도 그 여수 바닷가 석유화학단지를 다니며 쪽잠 잠깐이 그리울 평범한 사람들의 생을 잊을 수 없다. 까마득히 빨려들던 그 꿀잠 속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조금은 더 달디 달 수 있기를 바라는 내 마음도 잊을 수 없다.
얼마 전 고 김용균 태안화력 청년비정규직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 소식을 접하곤 그 시절이 자꾸 오버랩 되기도 했다. 그 나이보다도 어렸을 때지. 하루하루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작업장이었지. 그 시절로부터 30여년이 지나도 이 사회는 여전히 가난한 노동자들에게는 발 디딜 곳 하나 없이 위험한 곳이라는 여전한 현실이 아프고 분하기도 했다. 그의 기숙사에 남겨진 가방에서는 몇 년 전 서울 구의역 전철 스크린도어에 끼어 죽어간 청년비정규직의 가방에서처럼 미처 먹지 못한 컵라면들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가 그토록 끼고 싶어했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반지는 그의 몸이 이윤만을 좇는 콘베어벨트에 끼어 두 동강이 난 다음날 도착했다고 했다. 누가 그 소박한 노동자들의 몸을 착취하며 오늘도 배를 불리고 있는 것일까. 생전에 마지막 찍은 사진, ‘대통령님 비정규직과 만나주십시오.’가 그의 유언이 되었다. 그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그래서 오늘도 새벽밥 먹고 일터로 향하는 모든 노동자 가족들이 조금은 더 안전하고, 평화롭고, 달디 단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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