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재경 정당인
지난 11월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홈페이지를 통해 ‘복음의 기쁨’이란 제목으로 ‘교황 권고문’을 발표하였다. 교황은 권고문에서 ‘배제와 불평등한 경제는 살인자’라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현대의 사회를 “오늘날 모든 것은, 힘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누르고 사는 경쟁과 적자생존의 법칙에 예속되고 있다”며, 배제와 불평등은 “인간 자체를 쓰고 버려지는 소비재로 간주하고 있고, 이것은 착취와 억압 차원의 문제가 아닌 새로운 차원의 문제이며, 그 사회의 일원도 아니며 버려진 것이다”고 진단하였다.

그리고 교황께서는 이러한 자본주의를 “공공선을 위한 어떤 통제도 거부하고 일방적이고 무자비하게 자신의 법칙과 규칙을 강요하는 새로운 독재”로 규정하고, “교회가 손에 흙 묻히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현실 참여를 강조하였다. 그리고 정치지도자들에게는 “접근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며, 결연한 의지와 미래에 대한 통찰을 갖고 도전에 나서달라”고 촉구하였다.

교황은 현대사회를 착취와 억압을 넘어서는 전혀 새로운 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그 위험성에 대한 통찰과 절절한 호소에 실로 감탄과 존경이 절로 나온다.

박근혜 정권은 교황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고삐 풀린 자본주의라는 독재를 잘 통제하여 인간을 위한 경제를 만들라는 교황의 가르침을.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교황이 지적하고 있는 배제와 불평등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죄악을 해결하려는 의지는커녕 오히려 급격히 가중시키는 죄악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정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기업의 법인세는 7400억원의 세부담이 줄어드는 데 반해 봉급생활자 세부담은 약 5조원 늘어난다.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가 내는 종합소득세는 695억원 늘어나는 것에 그칠 전망이어서 늘어나는 세수의 부담은 봉급자에게 짜내고 대기업에게 추가로 감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중장기적 조세정책 운용방향’을 보면 1순위로 부가세 인상을 추진하고, 술·담뱃세 인상, 소득세는 현행유지, 법인세는 다단계 세율체계를 1단계로 일원화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간접세는 인상시켜 서민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법인세는 낮춰 대기업 감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건강한 시장경제는 경제의 민주화와 소득재분배라는 적절한 정책을 통해서만이 지속가능하다. 민주주의 없는 시장경제는 범죄이고 통제되지 않는 시장경제는 탐욕과 폭력이다. 박근혜 정권의 몰이성적인 종북몰이와 공안통치, 민주주의 후퇴는 시장경제의 범죄와 탐욕을 끝없이 부추기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 결과 소수의 부자에게 더욱 부가 집중되고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이미 박근혜 정권 들어 그 징후가 보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4000달러를 넘겼지만 소득격차는 사상 최대로 치닫고 있으며, 서민경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대표 조세정책인 ‘지하경제 양성화’는 정책 대상에서 대기업을 비켜가고 있다. 게다가 지하경제의 핵심인 큰 손들의 역외탈세나 석유시장 등에서는 진전이 없고, 애꿎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소규모 유통업자, 소규모 인터넷 쇼핑몰 등의 무자료 거래 징수에 혈안이 되어 부가세와 소득세를 동시에 물어야 하는 세금폭탄을 서민에게 안겨주고 있다. 5년 전 결손처리된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까지 어느 날 수백 수천만원 찾아드는 세금폭탄의 원성이 주변에서 잦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서민의 피를 말리는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교황의 가르침대로 끝없는 탐욕을 채워가는 소수 가진 자의 탈세를 양성화하고, 부자증세를 통해 가진 자와 없는 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세정의를 확립해야 한다. 큰 덩어리의 ‘지하경제 양성화’는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그 미명하에 서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것은 조세의 불평등이다. 정책의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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