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교수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성공리에 끝난 후 지금 정원박람회 성공의 주역이었던 순천만에 관한 관심과 사랑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실 순천만은 이제 생태계 보전의 전국적 아이콘이 되어 가고 있다. 전국에서 한번 가본 곳 중에서 다시 찾고 싶은 곳 1위로 선정된 곳이 바로 ‘순천’이라고 한다. 모든 인간 개인들이 각자 만들어 놓은 생활의 바쁜 굴레에서 잠시 벗어나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거리는 소박한 갈대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그 잔잔함과 그런 하늘을 날고 있는 평화로운 철새들, 그리고 게와 짱뚱어가 바쁘게 움직이는 살아있는 생동감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광활한 갈대밭 앞에서 한번 심호흡을 해 보면 일상에서 벗어난 한가로움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자연이 만들어준 순천만에 자꾸 인간이 덧칠을 하고 싶어 안달이다. 그리고 관광자원의 미끼로도 취급하고 싶어한다.

최근 순천에서는 순천만 보전에 대한 방식과 주장에 봇물이 터졌다. 실제 순천만 정원박람회에 대한 홍보 내용 중 일부는 다소 과장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순천만의 본질과 현황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게 할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정원박람회장의 정원을 홍보하려다 보니 순천만도 ‘자연이 만든 정원’이라는 주객이 전도된 온갖 미사여구가 다 동원되었기에 이것을 듣는 마음이 불편했다. 

순천만 인근은 이미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또한 절대농지도 많이 존재한다. 순천만 습지 보호지역을 비롯하여 인근 지역의 보전과 활용계획을 미리 확정하고, 정원박람회를 했어야 했다. 순천만 보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조차 없이 단편적인 정책들을 수행하면서 정책들이 체계화되지 못하였으며, 서로 충돌도 있었고, 그 중심에 PRT가 존재한다. 또한 순천만과 정원박람회장의 역할분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급기야는 정원박람회에 몰두하는 동안 이제 오히려 순천만 인근이 지역 주민은 배제된 채 무분별한 관광편의시설로 몸살을 앓게 되었다. 정신없이 아기 돌잔치 하다가 아기가 병이 나버린 꼴이다.

이제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순천만을 위해 정직해야 한다. 민간 주도로 순천만 보전이 시작되었던 18년 전부터 강조하였던 원칙이 있었다. 급해서 사용했던 생태계 보전의 원칙이나 개념들도 원칙에서 훼손된 점이 있다면 다시 정리해야 한다. 순천만의 생태계적 가치를 제대로 보전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시급한 과제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또한 순천만 보전의 의사결정을 관료주도에서 탈피하여 과학적인 자료와 판단에 근거하고, 지역주민의 경험적 판단과 자발성, 전문가의 지혜 및 순천시민들의 가치관이 소중하게 반영되고 조율되어 결정되는 거버넌스 구조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주민들의 주도로 순천만의 건강한 생태계를 활용하여 다양한 생태 사업을 활성화시켜 명실상부한 ‘머물고 싶은 생태마을’이 되어 마을 소득도 크게 향상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최근 ‘사회적 경제’가 화두인데 지역 주민들이 공동체 방식으로 마을 기업을 운영하면서 고소득 지역으로 변모한 유럽의 소도시와 같은 수준 높은 면모를 보여주게 된다면 더욱 좋겠다. 이는 생태계 모니터링이나 관리를 위해서 시에서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실시하는 주민지원사업 차원을 넘어서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 순천만 보전을 위해 가장 현명한 방안이 무엇이며, 어떠한 의사결정구조와 내용을 갖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