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재잘거리는 청소년들을 만나면‘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게 된다. 저 나이 때 내가 했던 생각들을 되새기다 보면‘혹시 전쟁이 나면 어쩌지?’‘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지하벙커라도 만들어야하겠다’라는 꼭지가 있었던 시절이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우습다. 그런 불필요한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지금도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태평성대 한 미래를 살아가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 온 과정에 대해 얼마나 알까? 이런 잡다한 생각을 하게 된다. 
 중3때 역사 선생님이 가끔 생각나는데 그 분들이 내게 준 영향이 참 크다. 역사를 교과서에 쓰여 있는 글자로 배우지 말고 그 한 줄에 담긴 과정을 보라고 하셨다. 또한 역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민중의 역사’를 강조하셨다. 그 때 그렇게 강조하셨던 ‘역사’와 ‘민중’이라는 단어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은 것이다. 


2017년 12월 28일 역사적인 한.일합의가 있었다.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불가역적인 합의. 그것은 국민 모두에게 충격적이었다. 갑 질을 한 자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준 돈 몇 푼에 제3자가 용서를 해버리고 당한 을은 바보가 된 것이다. 졸지에 말 한마디 못하고 용서를 한 것이 되어버리다니...  
너나없이 인정할 수 없다고 성명을 냈고 전국 여기저기서 ‘평화의 소녀상’을 국민들이 건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들 관심 없을 거라는 착각 속에 행해진 국가 간 합의의 결과가 국민들에게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단결하게 만든 것이다. 


전남에서도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여수, 순천, 광양, 나주, 목포 5개시와 담양,곡성,해남,무안,구례,장성,장흥,영광,함평등의 군 및 학교의 작은 소녀상까지 18개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어딘가는 쾌척한 기금으로 세워진 곳도 있으나 대부분은 시민들이 한푼 두푼 간절한 마음을 모아 세워졌다. 


이러한 마음이‘평화의 소녀상’건립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소녀상을 통해 더 많은 국민이 뼈아픈 고통의 역사를 되새기며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한 대표적인 예로 전남의 소녀상 건립지역이 모여 더 연구하고 활동하고자 ‘전남평화의소녀상연대’를 결성하게 되었다. 이 조직 내에 ‘평화인권센터’를 두고 학생 및 시민들을 찾아가는 ‘평화인권수업’을 2년째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간의 관계에 있어 과거를 청산해야만 건강한 미래가 있는데 그 청산의 방법은 전쟁범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전쟁 중에 일어 난 모든 범죄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법적배상 및 한.일 양국의 역사교과서에 진실을 기록하여 교육하며 사료관과 추모관 건립으로 시민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교육하여 다시는 그런 아픈 과거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함에 있다. 그렇게 진심어린 사과의 행동이 있어야 용서라는 것도 있고 한.일간 화해 속에 진정한 미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인간으로서 태어났기에 어떤 환경에 놓이더라도 존중받아야 할 인권이 가장 최악의 유린 상태가 되는 ‘전쟁’에 대해 반대하며 일상생활 속에서도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자고 하는 것이다.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전쟁이 일어나고 나흘이면 보통의 사람들은 살기위해 그리고 최악의 스트레스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기본가치를 잃어버린다고 한다. 
그러니 각 개인의 인성교육을 아주 잘 한다고 해도 전시상황이 되면 역부족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이 모든 것은 청소년 시절부터 접할 때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라도 반영이 되지 않을까싶다. 내가 어릴 때 무심코 들었던 ‘민중의역사’처럼 말이다. ‘평화의 소녀상’과 찾아가는 평화인권 교육은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지금 더 중요한 의미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반도 평화를 넘어 전 지구가 평화를 사랑하면 좋겠고, 거창하게 인종, 종교, 성, 직업 등의 차이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그냥 일상생활 속에서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 
 전남평화의소녀상연대 김승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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