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조성 사업이 숲을 망치고 있다” 표지판 없고 설명회도 개최 안 해


▲ 조례호수공원 쌈지숲에 총 1.26km의 길을 내면서 야생초와 나무 등 자연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조례호수공원 쌈지숲에서 시행 중인 숲길 조성 공사가 오히려 숲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순천시는 지난 10월 29일부터 12월 21일까지 호수공원 쌈지숲에 산림청 공모사업으로 '무장애 나눔길'을 조성하고 있다. 장애인 등의 취약 계층이 숲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내는 사업인 '무장애나눔길' 조성 사업은 지원금 3억, 시비 2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조례호수도서관 뒤에서부터 시작는 공사는 정상 부근까지 1.26km 폭 1.8m, 경사도 8도 이하로 포클레인을 이용하여 숲길을 내고 있다. 순천시 공원녹지 담당자는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고, 흙다짐 길로 자연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리 크지 않은 산을 '빙빙 돌아가면서 길을 내는 건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자주 산에 오른다는 조례동 김 모 씨는 "작은 산에 길 만든다고 나무를 베어버리고 포클레인이 주변 나무뿌리를 잘라버리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호수공원 옆 아파트에 산다는 김 모 씨는 "먼저 주민설명회를 했다면, 좋은 나무와 야생화 군락지 등을 피해가도록 했을 텐데..."라며 행정편의주의의 일방적인 공사라고 일갈했다. 기자의 취재 결과 공사표지판이 설치되지 않았고, 주민설명회나 의견 청취 없이 시행 되었다고 시청 담당자는 인정했다.


▲ ‘무장애나눔길’의 취지가 사람만이 아니라 소나무 등 자연으로 확장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장애인이 가족인 한 시민은 "장애인 이름을 팔아서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 장애인을 두 번 죽이는 거다. 시내 인도, 집 앞 인도가 파손되고 경사가 져서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다. 이처럼 시급한 일상의 보행권은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산을 오르는 데 편하게 무장애길, 유니버설디자인이라니... 이건 세금 축내기 위해 장애인을 팔아먹은 거다."라고 주장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현수막을 크게 만들면 자연경관을 해칠 수 있어서 안내문을 작게 만들었다. 용산전망대를 오르는 길처럼 자연친화적 흙다짐길로 만들려고 한다. 불편하게 해 죄송하다."며 12월 중순경에 공사를 끝내려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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