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향순
     No 플라스틱 모임
    벌교 거주

주부, 초중등교사, 시민단체 회원 등 7명이 소박하게 모였다. 플라스틱 문제에 시민들이 대응해보자는 취지다. 같이 공부하고 작게라도 실천해가면서 지역을 변화시켜 가보자고 했다.

다큐 ‘플라스틱의 역습’을 보았다. 알고 있었던 것보다 상황은 더 심각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로 흘러 거대한 플라스틱 섬을 이루고, 새나 어류의 먹이가 되어 생명을 죽이고 있다. 플랑크톤보다 5배나 많은 미세플라스틱은 주변 유독물질을 흡수한 상태로 어류, 어패류의 먹이가 되고 사람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흡수가 되면 분해, 배출이 어렵고 몸 속 호르몬을 교란시킨다. 강물, 생수, 수돗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 늦었지만 지난 8월 1일부터 매장 내 1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금지되었다. 대부분의 매장에서 잘 지켜지고 있지만, 알면 알수록 안타까움을 넘어 좌절에 이를 때가 많다.

그래도 일단 실천한다. 누군가 말했다. 실천하지 않는 것은 암묵적 동의라고. 모임에서 2주간 가족이 쓰는 비닐쓰레기를 모으기로 약속했다. 최대한 적게 쓰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자 도전이었다. 모으다보니 비닐쓰레기 발생처와 줄일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더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어제 오늘 내가 발생시킨 비닐쓰레기는 없다. 어제 이웃집에서 닭모이로 주라고 음식쓰레기를 비닐봉지에 담아오셨는데 일단 닭에게 주고 봉지는 깨끗하게 씻어 말려두었다. 다음 장날 채소 팔러 나오시는 할머니 드리려고.

에너지전환 세미나에 갔는데 낱개 포장된 몇 종류의 과자가 간식으로 있었다. 하나 먹어볼까 하다가 비닐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 먹지 않았다. 근데 집에 오니 아들이 냉면을 끓여먹고 비닐쓰레기를 내놓았다. 동네분이 봉지 냉면을 거실 문 앞에 두고 가셨는데 해먹었다고 한다. 겉포장, 소스2, 면2, 육수2 해서 7장의 비닐봉지가 나왔다. 낱개 포장이 문제다. 생각하고 갖다 주신 것은 고마운데 참 난감한 일이다. 옆집, 아랫집에 모두 연세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홀로 할머니가 사신다. 가끔 손님들 오실 때 준비하는 음식이나 이바지 음식들을 조금씩 갖다드리는데, 아마 그분들도 우리와 나누고 싶으셨나보다.

쓰레기를 줄이는 원칙 중에 ‘거절’이 있다. 주유소에서 주는 화장지, 물티슈, 생수 등은 거절한다. 어느 행사의 기념품 중에 나에게 꼭 필요하지 않는 물건은 받지 않는다. 때론 그런 태도가 야박하게 보이지만 굳이 내가 소비할 필요가 없어서이다. 이웃이 나누고 싶어서 주신 것 중에는 나를 곤란에 빠뜨리게 하는 것도 있다. 봉지 냉면처럼.

가방에 늘 수저와 물병을 가지고 다닌다. 시장에 갈 때는 가방과 반찬통을 챙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우리는 크게 2가지를 이야기했다. 하나는 비닐을 포함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 또 하나는 발생된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높이는 방법.

줄이는 방법은 이중 포장, 낱개 포장 축소, 덜어서 사갈 수 있는 마트 운영(순천로컬푸드매장 등)을 제안하고, 장 볼 때 시장 가방, 반찬통 가지고 다니기 등이다. 재활용을 높이는 방법은 용기 규격(재질, 투명도 등)을 통일하는 것과 용기에 붙은 상표 및 가격표를 떼기 쉽게 만들기 등을 제안하고, 용기를 깨끗하게 씻은 후 배출하기 등이다.

실천하는 시민과 현명한 소비자, 정책을 제안하는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플라스틱에 대해 함께 공부해가고 있다. 좌절과 막막함 속에서도 함께 마음 나누고 보태는 사람들에게서 다시 희망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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