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근혜
 더드림실버타운 대표

최근들어 유아들을 위해 쓰라고 준 지원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유치원들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시청과 도청, 보건복지부에서까지 지도점검을 받고 모든 회계를 전산으로 보고하는 어린이집과는 달리 교육부가 아닌 교육청에서 감사를 받게 되어있는 유치원은 인력부족으로 인해 감사도 소홀하고 회계보고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지 않아 생각보다 많은 유치원에서 이런 비리가 있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유치원 교사를 거쳐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어린이집도 처음 회계시스템이 도입되고 평가인증이 실시될때 자살하는 어린이집 원장님까지 있었고 수많은 어린이집들이 명패를 반납하는등 많은 진통이 있었지만 표준보육과정과 누리과정으로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평가인증을 시행하면서 많은 질적 발전을 가져왔다. 3~5세 유아만을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도 같은 유아교육기관으로서 학부모들의 신뢰와 유치원의 질적 성장을 위해 운영의 투명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보지도 않은 상황을 실명까지 공개해 한 교사를 자살까지 몰고간 김포맘 까페 마녀사냥 사건을 보면 등골까지 오싹해진다. 많은 아이들을 돌보다보면 교사도 사람인지라 실수도 할 수 있고 잘 못 할 수 있는데 때때로 교사들은 너무 심한 기대와 요구를 받는다. 교사의 입장에서 돌아보면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학부모들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중의 한 가지가 교사의 자부심과 사명감에 상처를 주는 촌지와 관련된 기억이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로 촌지를 주는 학부모들은 사라졌지만 아이를 맡긴 부모의 입장에서 꽃 한송이 커피한잔도 감사의 의미로 건낼 수 없는 현실은 좀 씁쓸하기도 하다. 감사인사마저도 원천봉쇄해야했던 이유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로인해 생기게 되는 편애나 편견을 막고자함이었을 것이다.

교사시절에 스승의 날이 되면 스타킹 몇 개, 수줍게 접은 편지와 꽃, 케잌등을 받고 행복했던 기억도 있지만 값비싼 귀금속이나 돈 봉투 때문에 속상했던 기억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돌려보내면 성의를 무시한다고 서운해 하고 받으면 그 금액만큼의 관심과 사랑을 바래다 시간이 지나면 받기만 하고 입 닦는다는 뒷소리를 하기도 한다.

교육자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던 교사에게 참으로 견디기 힘든 속상함이었다. 그런면에서 김영란법의 시행은 부모와 교사, 아이들 모두에게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본다.

이런 일들은 비단 교육기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복지시설에서도 일어난다.
부모님을 시설에 맡겨놓은 보호자는 아이를 맡겨놓은 학부모와 마찬가지로 시설의 종사자들이 우리 부모에게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고 더 자주 손길을 내밀어 보살펴 주기를 기대한다.

그런 기대가 시설을 방문할 때 어르신들이 드실 간식거리와 종사자들을 위한 선물을 보호자의 두 손에 들게 만든다. 자식이 해야 할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본인대신 고생하는 종사자들에 대한 고마움이 그 속에 담겨있다.

그러나 때때로 미안함과 감사를 넘어 우리 부모를 좀 더 잘 보살펴달라는 뇌물의 의미가 담겨있을 때도 있어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런 우려 때문에 보호자들이 가져온 모든 것은 공공의 것으로 두는 원칙을 세워두었다. 그 원칙을 모르는 보호자가 신사임당 한 두장을 요양보호사선생님들 주머니에 강제로 넣어주고 가자 선생님들은 원칙대로 사무실 공공장부에 넣어두었는데 보호자는 큰언니가 돈을 주니 받던데 자기도 좀 넣어줘야 하냐고 물어왔다. 선생님들이 목걸이가 예쁘다고 한 칭찬도 혹시 벗어주고 가라는 뜻 아니냐고 물어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그 말을 전해 듣고 선생님들은 속이 상해 우셨다. 선생님들과 함께 나도 울었다.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에서만 멈추고 바라는 것들은 내려놓는다면 보육교사도 요양보호사도 좀더 자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사랑으로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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