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이 현실로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여성농민의 편지>
 

▲ 남임 
    순천시 여성농민회 부회장

2017년 수확기 산지 쌀값은 1998년과 똑같다. 정권이 네 번이나 바뀌는 동안 쌀값은 오르기는커녕 더 떨어졌다. 그 어느 나라가 이토록 농업을 홀대하고 농민을 무시한단 말인가?

우리는 농민소득의 최소한의 요구 - 밥 한공기 300원 보장을 요구한다.
과연 밥 한공기 300원 요구가 농민들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무리한 요구인가?
커피숍에서 제일 싸다는 아메리카노 가격의 10분의 1 가격이고, 개 사료값 보다 못한게 쌀값이다. 자판기 커피값보다 싼 밥 한공기 200원! 한 달 국민이 쌀값에 지불하는 비용은 1만 2천원! 통닭 한 마리 값도 안 되는 가격이다.

우리 농민들이 다 사라지고 농사를 짓지 못한다면 언제까지 밥 한공기 200원이 지속될 것인가?

나는 1991년 농촌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 정부의 농업정책에 따라 농사 규모를 늘리면 잘 살 수 있을 줄 알고 농사 규모를 계속해서 늘려 나갔다. 농사 규모가 커지는 만큼 농업소득은 늘어났지만 농업소득이 늘어난 만큼 각종 농자재, 대형 농기계값은 더 많이 올라 승용차보다 훨씬 비싼 농기계를 사서 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2004년도부터 정부와 전라남도, 지자체가 나서서 친환경농사가 우리 농업의 대안이라고 권유하기에, 여름 뙤약볕에 허리가 휘도록 논에 풀을 메고 농약과 비료를 안하고 농사를 지었다. 그래도 나아진 건 없었다.

해마다 봄이면 농협에서 빚을 내어 농사를 짓고 가을이면 그 빚을 갚고, 그 이듬해 또 다시 빚을 내어 농사를 짓는 생활을 지금껏 반복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어딘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농촌은 왜 이토록 힘들고 못사는 걸까?

우리 농업은 아무리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키워서 농사를 잘 지어도 농업 그 자체로 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는 것을 정부도 지자체도 농민도 이제는 알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선진 농업국들도  마찬가지다. 시장경쟁에 의해서 농업이 생존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미국과 유럽 등 많은 나라들이 오래 전부터 ‘국가가 농업을 책임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 밥 한공기쌀 값 300원 보장!


전체 농민의 65% 이상이 년 1000만원도 안되는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다. 농업인구의  절반이 넘는 농민들이 월 10만원도 안되는 농업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대로 정부의 무관심이 계속된다면 우리 농촌은 오래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빈익빈·부익부,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 발전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농촌인구는 초고령화로 치닫고 있다. 한집 건너 한집이 폐가가 되어 흉물로 남겨지고, 농업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농촌에서 미래를 꿈꾸며 살고자 하는 젊은 청년은 찾아보기 힘들다. 30년 뒤 전라남도 전체가 사라진다는 자료가 진즉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총 인구대비 농업인구는 5.3%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더 이상 농업이 회생불능 상태에 빠지기 전에 올바른 농업정책의 수립과 생산의 주체인 농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촛불정권을 자처하는 문재인정부가 농업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은 지켜져야 한다. 
식량주권을 지키고 통일농업 실현을 위해, 우리 농민들과 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갈수록 농사짓고 살기 힘든 현실에서 정부를 믿고 농사를 열심히 짓는 우리 농민들 얼굴에 행복한 웃음꽃이 피고, 건강한 국민의 밥상을 국민과 함께 지키는 국민농업의 시대를 열어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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