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송산.

무지개 울림학교인 송산초등학교 주변 마을에 살고 있는 학부모들이 3년 전 즈음부터 배드민턴을 함께 치면서 학교 도서관과 실과실을 이용해 부모 돌봄을 해보았다. 학교에서 마을원적지 부모들을 위해 해마다 마련해주신 예산이 시발점이 되었던 것 같다. 실과실에서 맛난 음식을 준비해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주 2회의 정기적인 운동모임을 갖게 되었고 운동이 재밌어지면서 긴 겨울방학 동안 공동 돌봄을 시도해 보기에 이르렀다. 

이 경험을 살려서 아이들과 학교 체육관에서 배드민턴, 플로어볼, 전래놀이와 난타를 하고 학교 솔뫼달빛축제에서 난타공연을 하면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어우러져 노는 재미를 처음 알았다. 그러면서 공동체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생겨났고 마을공동체를 꿈꾸게 되었다. 지금 돌아보니 그때 우리는 이미 공동체가 아니었나 싶다. 뜻을 모아 마을교육공동체에 공모하기로 하고 매주 두 번씩 자연스럽게 모여 생각들을 나누며 각자의 역할을 찾아 준비했고, ‘놀빛’이라는 멋진 이름도 갖게 되었다. 꿈꾸던 희망을 한 발 한 발 맞추며 함께 내딛었던 시간들, 송산이 없었다면 꿈꿀 수나 있었을까?
 

▲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어우러져 난타를 연습하고 있다.

이야기 둘, (놀며 빛나는) 놀빛.
  
선정이 된 후 우리는 방학 중에는 전통놀이, 요리조리 요리하기, 생활도예, 창의과학실험, 연 만들어 날리기, 독서교실, 스케이트타기, 수학연산 등 아이들이 더 즐거워하는 수업들 위주로 지속했다. 

학기 중에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은 송산에 오신, 요리자격증을 갖고 있는 캐나다원어민 TALK선생님과 함께한 영어로 하는 요리였다. 아이들이 요리 자체를 좋아해서이기도 했겠지만 친근한 언니, 누나 같은 외국인 대학생 선생님의 지도로 크레이프 등 서양에서 즐겨먹는 간단한 요리를 해서 나눠먹는 이 수업은 특별히 인기가 높아 선착순 30명이 금세 마감되곤 했었다. 
 

▲ 캐나다원어민 TALK선생님과 함께한 영어로 하는 요리시간

학기 중 주말에는 부모와 함께 스스로 해보는 뚝딱뚝딱 목공체험, 예술 감수성을 일깨워주는 오케스트라, 영화관람 등 ‘문화 산책’, 그리고 지금도 웃음 짓게 하는 건 ‘놀빛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출발해 중도방죽에 펼쳐진 갯벌과 갈대밭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자연부락을 거쳐 송산초등학교 교정에 이르는 마을길 걷기였다. 긴 여정이었음에도 아이나 어른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 격려하며 끝까지 해낸 후 저녁에는 마을 수변공원에서 삼겹살 파티와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시간들을 보냈다. 어떤 이는 평생지기를 만난 느낌이라 했고, 나도 그렇다.
 

▲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출발해 중도방죽에 펼쳐진 갯벌과 갈대밭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걷는‘놀빛 산책’

이야기 셋, 빛과 그림자.

우리의 이야기가 웃음과 행복으로 가득 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월 어느 날 우리는 우리들 중 가장 밝은 빛을 내준, 놀빛이라는 이름을 갖게 했고 우리 공동체를 위해 헌신했던 이를 떠나보내야 했다. 그의 가족의 일로 인한 예기치 않은 이별이었고 우리 모두 몹시 아파했다. 다행히 고맙게도 실무를 도와줄 회원이 있었고 아픈 마음들을 서로 보듬고자 전문가를 모셔 ‘마음 나누기’의 시간도 가졌다. 

그 후, 우리는 공동체 내부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상당부분은 순전히 나 자신의 내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마을교육공동체의 현재 운영체제에서 어느 한 사람의 전폭적인 헌신이 전제되지 않을 때 마을학교의 지속가능성이 얼마나 담보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회계 등 서류작업에 능하지 못하며 온전한 헌신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우리가 마을학교를 지속하는 데는 구성원간의 신뢰와 소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우리 놀빛이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온전히 헌신할 수 없는 우리들 자신을 자책하는 것 역시 건강하지 않다. 물론, 우리 놀빛 회원들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공동체 속에서 더불어 성장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만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기심을 가진 개인의 문제 또는 역할분담이 원활하지 않은 특정 공동체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마을교육공동체 운영체제 전반’이라고 하는 좀 더 큰 틀, 큰 그림 속에서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배희진(놀빛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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