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1일 순천대학교 70주년 기념관에서 순천시가 주최하고 각 단체들이 참여한 ‘발달·정신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장애인식개선공감토크’가 있었다. 이 행사는 기존의 장애인식개선강의가 아닌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발달장애당사자와 그 부모님들이 함께 한 사물놀이를 시작으로 장애인부모연대경북지부장 김신애님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 강연에 이어, 발달장애부모님들이 살아오면서 겪은 일상을 담은 낭독공연과 토크, 정신장애에 대한 환청체험과 동영상, 그리고 우리 친구들이 함께 춤을 추는 무대를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 됐다.

강의는 비장애인의 눈으로 장애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자는 내용이었다. 흑인과 백인이 다르지 않고 부자와 가난한 자가 다르지 않고 장애와 비장애가 구분되지 않는 그런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라는 내용의 강연이다. 질의 응답시간에는 ‘우울증을 어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 질문에 대하여 강사는 “일상에서 어느 누구에게 소외받는 느낌이 든 순간부터 우울증이 시작된다.”는 짧은 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낭독공연팀 ‘쉼표’에 참여한 여섯명은 한분도 빠짐없이 이날도 눈물을 흘렸다.  본인이 살아왔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어느 한 대사를 치는 순간에 올라오는 감정선이 눈물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사물놀이팀 ‘천둥-하나되어 큰 울림으로’의 식전 공연이 있었다. 이 팀은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함께 연습해 온 팀이기도 하지만, 부모와 장애당사자가 함께 어울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행복과 불행의 순간들을 겪게 된다. 비장애인도 발달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은 불행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수시로 일어나는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다. 발달장애인의 불행을 대할 때 일시적인 호의가 아닌 현실적인 대책 마련으로 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평등한 현실을 깨나가는 데 함께 해 달라는 것이다.

일등이 대접받는 사회에서는 모두가 일등이 되려고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일어나는 이전투구와 밟고 올라서기 등 무수히 많은 부작용들이 일어난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이 무시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정근  (장애인 부모연대 회장)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