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쉼터’에서도 외면당한 여성장애인의 현실

(사)순천여성장애인연대(‘이하’ 순여장)는 여성장애인 단체로 회원과 봉사자 그리고 후원자가 함께 이끌어가는 비영리민간단체다. 여성장애인이 주체가 된 2008년 자조모임 ‘쌈지’(바느질 모임)에서 출발했다.

2015년 순여장(순천여성장애인연대) 대표로 선출된 박만순 씨(호흡기장애 1급, 51세)는 지역사회 공모사업 추진으로 2016년 여성장애인 극단 ‘단미’를 창단했다. 박 대표는 지역사회 내에 차별 받는 여성장애인들을 대변하고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히 서도록 여성인권과 교육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 순천여성장애인연대 사무실 출입구

 
순천시 복지예산은 어디로

순여장은 여성장애인들에게 휴식 공간, 점심 식사 제공, 교육, 문화체험 등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과 교육장은 오래된 식당을 개조한 건물로 내부 벽에 창문이 없기 때문에 통풍이 되지 않는다. 박 대표(호흡기장애 1급)처럼 호흡기 폐질환 장애를 앓고 있는 이용자도 많다.

방은주(지체장애 1급, 44세), 방은정(지체장애 1급, 42세) 자매는 호흡기 질환과 근육병, 희귀난치성 병 등 12~13가지 원인불명 질환을 앓고 있는 이용자다.

현재 순여장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공모사업을 통해서만 개설이 가능하다. 사무실 운영비는 90%가 후원이다. 나머지 10%는 순천시에서 지원해주는 보조금이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단체가 유지되는 것은 ‘이름 없는 후원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 수익사업으로 여성장애인들이 직접 수세미를 만들고 있다.

순천시에는 여성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상담소·쉼터가 없다.

가정폭력,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제대로 된 상담 한 번 받기도, 편하게 몸을 의지할 곳도 없다. 가정폭펵‧성폭력 등의 의뢰가 들어오면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상담센터로 연계한다. 최근에 이모 씨(청각장애 2급)는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와서 오갈 때가 없었다. 순천여성상담센터에 의뢰했다. 그곳에서는 “여성장애인에 관한 조례가 없기 때문에 쉼터에 거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담자는 “전남목포장애인 성폭력 상담소에 의뢰해보라”고 조언했다.

여성장애인이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쉼터는 전남에서 목포 1곳 뿐이다. 하지만 심신이 지쳐있는 이 씨를 낯선 지방으로 보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판단에 임시 방편으로 박만순 대표의 집에 거주하기로 했다. 여성장애인들은 복지관을 이용할때도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 여성장애인연대 30~40여 명의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공간 식당

최근까지 타기관을 이용하던 김 모씨 (지적장애 1급)는 남성장애인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후 시설은 열악하지만 마음 놓을 수 있는 이 곳을 이용하겠다고 찾아왔다.  한서욱 팀장(41세)은 “앞으로 여성장애인이 이 곳을 더 많이 이용 할 텐데 편의시설, 공간, 식사제공 등 이 좁은 공간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할 보조 차량이 시급하다.

순여장은 2016년 순천사랑봉사대로부터 2004년식 장애인리프트카를 기증 받았다. 기증받을 당시에도 노후된 차량은 고장이 잦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량을 유지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운행 중 언제 멈출지 모르는 실정이다. 정경화 사무국장(46세)은 “지역의 많은 여성단체와 연대하여 장애인이란 타이틀 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여성의 삶을 위해서 목소리를 높여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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