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해보다 요란했던 무더위를 뒤로 한 채, 어느 새 고개숙인 들녘의 벼를 보며 다가올 9월 25일 국가폭력에 스러져간 故 백남기 농민 2주기를 생각한다. 지난 9월 11일 국회 앞에서는  ‘백남기 정신 계승, 문재인 정부 농정 규탄 전국농민대회’ 가 열렸다. “정권이 네 번 바뀌는 동안 농민은 밥 한 공기 200원으로 버텼다. 이제 밥 한 공기 쌀값을 300원 하자는 거다. 이게 무리한 요구인가” 라는 농민들의 외침을 故 백남기 농민도 저 하늘에서 함께 외치고 있을 것이다.

여순10.19항쟁 70주기를 맞은 올해 진실규명·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분주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여순항쟁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제주4.3항쟁은 특별법이 제정되었으나, 여순항쟁 관련 특별법은 2000년 이후 네 차례나 국회에 발의되었으나 무산되었고, 20대 현 국회에서는 보류 중이다.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보고서에 의하면 여순10.19항쟁 당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 수를 2,043명으로 확정했다.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뿐만 아니라, 지난 70년이 남긴 상처를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09년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에 맞선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으로 해고된 노동자 복직 문제가 해결되었다. 무려 10년만의 일이다. 하지만 그 십년동안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은 상상을 할 수 없는 정도의 고통에 직면했으며, 30명의 소중한 목숨이 우리 곁을 떠나야 했다. 복직은 환영하되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2009년 회사와 경찰이 공모해 파업을 유도한 사실에 대한 진상조사, 진압 책임자 처벌, 노동자들과 가족에 대한 사과와 명예회복 · 치유를 위한 방안 마련 등이다.  ‘해고는 살인이다’는 가슴저린 현실을 더 이상 마주하지 않는 세상에서 그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고 싶다.

‘이게 나라냐?’ 라는 외침은 촛불항쟁으로 타올랐고 정권은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게 나라냐?’ 라는 외침은 유효하다. 순천시민인 내게 ‘이게 새로운 순천이냐?’ 라는 물음 역시 유효하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새로운 봄이 온 것처럼, “이래야 나라다! 이래야 새로운 순천이다!” 라고 외칠 날을 손꼽아본다.

그 날을 위해 우리는 여전히 함께 외치고, 기억하고, 불러야 할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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