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최초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 순천전자고 학생들을 만나다

순천에는 일반계고와 직업계고(일명, 특성화고)를 포함하여 15개 고등학교가 있다. 거의 대다수 학교에서 크고 작은 동아리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 14일 점심시간에 순천 전자고 도서관에서 아주 특별한 동아리를 만났다. 전남지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 회원들과 조경선 선생님(담당교사)을 만난 것이다.

▲ 순천 전자고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 학생들. 2018년 3월 처음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우선 순위 동아리는 아니었는데, 노동인권을 알아야 할 것 같았어요”

순천전자고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는 올해 3월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1학년 4명, 2학년 6명으로 총 10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 날은 일곱명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많은 동아리 중에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가고 싶은 동아리가 있었는데, 올해 개설되지 않아서 친구 따라 왔어요”
“pc정비사반 동아리에서 필기시험 합격하고 나서, 생소하지만 공부하면 좋을 거 같아서 왔어요”
“이름이 어려워서 고민했는데, 내년에 알바도 할 생각이 있어서 왔어요”
“우선 순위는 아니었지만 도제반을 선택했기 때문에 노동인권을 알아야 할 것 같았어요”

각자 다른 이유를 솔직하게 이야기한 학생들에게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 활동의 반년의 경험은 어땠을까?
 
동아리 모임은 매주 수요일 5~6교시에 도서관에서 진행한다. 상반기에는 조경선(국어교사)선생님과 함께 만화 『송곳 1~6권』과 드라마 ‘송곳’을 보면서 모임을 했다. 인상적인 장면이나 대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노동인권에 대한 이해를 높여갔다.

“노동자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면서도 ‘부당한지 모르고 사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이 힘들어 보여서 성질이 났어요”

1학년 이슬희 학생은 드라마 송곳을 본 소감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또렷히 기억나지 않지만 송곳의 장면들은 학생들에게 노동인권의식을 조금씩 심어주고 지나간 모양이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와의 만남

▲ 하반기 동아리 모임은 주로 순천 중앙동에 위치한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승규센터장을 비롯한 상근자들과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순천 전자고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 학생들

최근 동아리모임은 매주 수요일 학교 밖으로 나와 중앙동에 위치한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로 간다. 그 곳에서 청소년들이 꼭 알아야 할 노동법에 대해서도 배우고, 청소년노동인권 캠페인 활동을 함께 하기도 한다.

“센터 선생님들로부터 근로계약서를 꼭 써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나서, 사장님에게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다칠 일도 없던 아르바이트였지만 나중에 다치거가 불이익을 당할 경우를 생각해서 사장님에게 말했어요”

김도현 학생의 요구에 사장은 “근로계약서를 꼭 써야 되냐?”고 재차 물으면서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말한다.

어느 날은 센터에서 모임을 하고 있는데 청암고 학생 3명이 찾아왔다. “센터가 이런 상담활동도 한다는 것을 알았고 멋있었어요” 라고 동아리 회장 전지헌 학생은 이야기한다. 학생들이 평소 알고 있는 직업이 아닌 또다른 세계의 간접 경험을 그들은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청소년노동인권캠페인에 함께 하다

8월 21일은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 특성화고에서 진행하는 노동인권캠페인을 순천전자고 노동인권동아리와 함께 진행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근로기준법 OX퀴즈, 알바수첩 배포, 노동인권 홍보 등을 학생들과 함께 한다. 이 날 캠페인이 성사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조경선 선생님은 “상반기에 진행하려고 한 노동인권캠페인이 차질이 생겼어요. 그런데 하반기에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와 함께 한다고 하자 자연스럽게 캠페인을 잘 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앞으로 전자고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 스스로 교내에서 노동인권캠페인을 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9월 15일은 순천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진행된 ‘청소년어울림한마당’에 노동인권부스를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와 함께 하기도 했다. 학교 안 캠페인에서 학교 밖 캠페인으로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는 순천전자고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 지난 6개월간의 변화는 무엇일까?

▲ 9월 15일 순천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진행한 ‘청소년어울림한마당’ 행사에 노동인권상담소 부스 운영을 함께 한 순천 전자고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 활동도 많이 해서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머리를 갸우뚱하며 들어왔던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단다.

“처음엔 ‘나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했는데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어요”
“‘우리가 알아야 할 기본적인 상식을 배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도제반이라 현장에 빨리 나가는데 도움도 되고, 아르바이트 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되요”
“센터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북카페도 가고, 학교 밖으로 많이 나가 많은 것을 알게 된 거 같아요”

동아리활동은 1학년, 2학년이 하기 때문에 현재 2학년 6명이 3학년이 되면, 신입생 홍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단다. 하반기에는 노동인권UCC를 만들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UCC를 곧잘 만드는 김도현 학생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감독, 대본, 배우, 카메라맨 등 역할 나누기에 열심이다.

순천전자고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 그들 스스로의 기대를 넘어선 학교 안팎의 활동이 그들을 얼마나 더 성장시킬지 사뭇 기대된다.


[틈새인터뷰] 조경선 ‘순천전자고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 담당 교사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를 개설한 이유?
 

▲ 조경선 
    순천전자고 교사

국어교사인 그에게 전남지역에서 처음으로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를 개설한 이유를 물었다. 교직생활 14년 동안 주로 농촌의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했던 그는 작년부터 순천전자고에서 일한다. 

“작년에 제주도 서귀포 모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 나가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교사로서 특성화고 제자들을 열악한 현장실습으로 밀어내는 듯한 마음이 들었다”며, “학교에서는 대부분 취업에 대해서만 준비하는데, 그것만큼 소중한 노동인권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실천하는 동아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노동에 대한 이해, 노동조합의 필요, 노동인권 전반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 좋은 영상, 좋은 책을 보면서 교사들과 토론하고 싶다”며, “동아리 학생들이 학교밖으로 나가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만나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성장하는 순천전자고 청소년노동인권동아리의 또다른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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