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날마다 축제’ 과감하게 줄여야

▲ 문수현 순천여고 교사

“무슨 축제를 날마다 하지?”, “그 돈을 다른 데 쓰면 좋을 텐데~”. 축제 행사장을 지나칠 때나 축제 홍보 플래카드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내가 매사 부정적이고 삐딱한 사람이라서 그런가?” 가끔 자기반성도 하면서 몇 년 간 순천시 축제를 눈여겨봤는데, 내가 지나치게 예민한 게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축제 관련 순천시 자료는 내 생각이, ‘느낌’이 아니라 ‘사실’임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에 의하면, 올해 순천시 축제는 총43개 정도다. 평균 한 달에 3.5회 이상의 축제를 하는 셈이다. 이중 기간이 하루인 축제가 18개, 이틀이 8개, 3일이 7개, 4일이 1개, 5일이 3개, 16일짜리가 1개다. 축제 기간이 한 달 이상인 것도 5개나 된다. 모든 축제 기간을 산술적으로 합하면 286일이 넘는다. 1년 12달 중 9달 반을 축제로 지내다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거의 날마다 축제를 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43개 축제를 계절별로 분류하면 봄 10개, 여름 11개, 가을 20개, 겨울 2개다. 가을에 절반 정도의 축제가 몰려 있다. 주관을 순천시 본청에서 하는 것과 읍면동에서 하는 걸로 나눌 수도 있는데 전자가 22개, 후자가 21개로 5:5 정도다. 그런데 1억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12개 축제는 본청 주관이고, 읍면동 주관 축제 예산은 각각 1천만원~3천만원이다.

축제에 드는 돈은 총 56억원 정도이다.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축제는 조수미-금난새 등을 초청하여 벌이는 순천만국제교향악축제로, 8억원이다. 다음으로 세계동물영화제와 팔마시민예술제가 각각 7억원대, 푸드아트페스티벌은 5억8천만원이다. 부서별로는, 문화예술과에서 주관하는 축제 예산이 28억7천만원 정도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국가정원운영과인데 13억6천만원이다. 두 과에서 전체 축제 예산의 81%를 집행한다.

순천만국제교향악축제 포스터-8억원 예산
제6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개막식 모습-7억원 예산

문제 중 하나는 성격이 비슷한 축제가 여럿 있다는 것이다. 봄 축제 10개 중 매화 2개, 벚꽃 2개 등 ‘꽃’ 축제가 5개나 된다. 겹쳐서 많다. 4월에 순천국제가곡제를 하는데 9월 초에 순천만국제교향악축제를 연다. 가곡과 교향악이 다르다는 건 알지만 시민의 입장에서는 왜 순천에서 거액을 들여 음악제를 두 개나 해야 하는지 납득이 잘 안 된다. 정원갈대축제를 9월 하순부터 10월 말까지 37일간 하는데, 11월초에 3일간 또 순천만갈대축제를 한다. 정원의 갈대와 습지의 갈대가 다른가? 웃장국밥축제와 순천푸드아트페스티벌은 둘 다 음식 관련 축제이고 행사 장소도 붙어있다시피 한데 같은 기간에 따로따로 열린다. 주관 부서도 다르다. 이해가 되는가? 국밥은 푸드가 아닌가? 사족이지만, 이름을 ‘음식축제’가 아닌 ‘푸드아트페스티벌’이라고 해야 품격이 올라가고 방문객이 더 오는지?
 

2017년 푸드아트페스티발 축제모습-

풍문에 의하면, 주암호다슬기축제 때는 다슬기가 부족하여 활어 차 몇 대 분량의 다슬기를 다른 지역에서 사다가 풀어놓고 축제를 했다고 한다. 웃기고도 슬픈(웃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동(면)에서 축제를 하니 우리 동(면)에서도 해야 한다고 축제 예산을 따다 놓고 주민 결속이라는 명목 하에 먹고 마시는 형식적 축제를 하는 곳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축제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1년 365일 중 286일, 한 달 30일 중 24일을 축제로 보낸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56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그 다음 문제다. 그 많은 예산을 써서 얻는 효과는 무엇일까? 주무 부서에서는 축제 효과와 문제점을 분석해 놓았을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순천시가 10월 중에 축제평가위원회를 연다고 하니, 부디 원점에서 축제의 목적과 효과 등을 철저히 따져 축제 수나 예산을 대폭 축소하기 바란다.

축제는 공동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 때 행하는 의식이다. 1년에 몇 차례면 족하다. ‘날마다 하는 축제’는 무의미하다. 순천시민이 시장을 교체한 것은 여러 적폐를 과감히 청산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설혹 다음 선거에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지라도 허석 시장은 순천시를 위해, 건강한 우리 사회를 위해 과감하게 개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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