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을 들었어.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어.
난 너와 함께 제주도 여행도 같이 다녀오고, 패러글라이딩 체험도 같이 갔기 때문에 더욱 가슴이 미어졌어. 그동안 내가 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자괴감에 한동안 힘들었어.

제주도에서 너는 거칠지만 마음이 참 여린 아이였어. 부모님 주려고 산 초코렛을 너브숭이 기념관 옆에 있는 애기무덤에 무던히 던져 놓으며 한 말이 아직도 내 귀에 생생해.
“이 아이들은 초코렛을 못 먹어 봤을 거잖아요”. 그랬던 니가 그 친구들 곁으로 갔구나.

넌 다른 아이들이 밥을 차리는 것을 귀찮아할 때 먼저 나서서 요리를 만들어주곤 했지. 
누군가에 잘 보이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었어.
제주도여행을 다녀온 뒤로 난 너를 한동안 볼 수 없었어.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 아주 가끔씩 만나곤 했지. 
봄눈별 아저씨의 강연을 들으러 왔고, 좀 뒤에 다시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하러 왔지.
오토바이 사고로 몸이 안 좋을 상태에서 페러글라이딩 체험을 하러 온 너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니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해 보겠어요?”하면서 수줍듯 이야기 하는 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뒤에 난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시 보지 못했다.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에게는 단 한 사람이 필요했더구나. 자신의 고통, 힘든 여정을 털어 놓을 수 있는 그 한 사람이. 

지금 생각해 보면, 제주도 여행 때 니가 나에게 “선생님, 여행 끝나는 마지막 날 되기 전에 술 한 잔 해요”라고 했는데, 난 꼴랑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너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구나. 그 뒤에도 난 너의 아픔을 들어줄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내지 못했구나.

너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어. “괜찮은 어른 한 명과 Y와 같은 친구들이 함께 모여 살면 어떨까?”라고. 너는 혼자서 동물들과 함께 원룸에서 살았는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니 옆에 다른 친구가, 너에게 또 다른 ‘사회적 부모’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친구들에게 그랬다지. “세상에서 내가 가장 힘든 것 같다”고. 그런 너에게 난 “세상을 등질 용기로 살아야지”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나에게 묻는다.

Y야…
그동안 살아가느라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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