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은 7월에 두 명의 친구를 잃었다. 그는 친구를 잃은 충격에 한동안 아르바이트를 쉬었다. 자신이 친구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힘들었다. 인터뷰 하는 내내 감정에 복받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인터뷰를 하는 것이 그의 상처를 다시 들춰내는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의 죽음을 예방한다는 의미에서 용기를 내어 인터뷰를 시도했고, A군도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같은 자리에 최근에 Y군과 친해진 친구 B군도 함께 했다.

▶ 지금 심정이 어떤가요?
A: 솔직히 말하면 아직 Y 이야기가 나오면 울 것 같아요. 도저히 일을 못할 것 같아 알바를 일주일 뺐어요. 처음에는 진짜 막막했어요. ‘이미 엎질러진 거,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 되지 않겠냐’ 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니 좀 진정이 된 것 같아요.
 
B: 한 달 동안 진짜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했어요. Y군이 저를 많이 좋아했어요. 먼저 연락을 하기도 하고. Y군의 사건이 있기 전, 2주 동안 바빠서 연락을 못했는데, 내가 먼저 연락이라도 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 Y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A: Y의 속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Y의 생각은 딱 이거에요. ‘자기보다 힘든 사람은 없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그런 것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아요.
 

▶ 제2의 Y가 나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B: 무조건 안 나오게 해야죠.

A: 애들이 속사정이나 힘든 것을 잘 털어놓으면 좋을텐데 얘기를 잘 안 하려고 해요. 애들이 진짜 진지하게 털어놓을 사람 아니면 안 털어놔요. 물론 저도 그래요
 

▶ Y에게는 그런 친구가 없었던 건가?
A: 아니 있어요. 최종 밧줄인 친구가 있었어요. Y는 기댈 사람이 그 친구밖에 없었어요. 근데 받아주던 친구도 계속 받아주다보니 좀 힘들었어요. Y를 처음 발견한 친구도 그 친구였고요.
 

▶ 이런 일이 있고 나니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A: 진짜 힘들때는 이야기할 사람이 진짜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옛날 같았으면 짜증내거나 민감한 일은 입을 닫고 있었거든요. 제 친구 한 명이 그런 저에게 변화를 주었고, 제 모든 것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가 생기다 보니 고맙더라고요.

B: 친구들끼리 모여서 자기 고민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한 말이 다른 애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대화를 할 때 조심을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인터뷰 하는 내내 그들은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 한 친구의 이야기를 하였다. 그 친구가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 같았다. 그 친구가 마음을 바꿔 먹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은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필요했다. 이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내가 그들에게 ‘단 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나의 욕심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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