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그’ 와 잇다

“두 발을 딛고 자유롭고 용감하게, 두려움 없이 사는 방법을 알고자 할 때 사람들이 명상과 마음 챙김에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죽은 후에 좋은 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데 ‘지금 내 마음이 천국인가’ 질문해 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죠.” 사그락 용미중 대표의 말이다. 

사그락(思그絡)은 ‘마음을 그와 잇다’라는 뜻으로 일상생활이 예술로 디자인되는 삶속에서 영적 배움과 잇고 싶은 생각으로 시작했다. 문화의 거리 주택가에 ‘말씀과 밥의 집’이라는 문패를 걸고 요리, 글쓰기, 공연, 여행 등 다양한 내용으로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간다.

지난 7월 23일부터 천연 발효 빵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한 주부들이 대거 관심을 보였다.  천연 발효 빵 수업에서는 천연발효액종과 비가로 만든 빵을 구워 먹고 식사를 하며 논다. 예정된 시간은 10시부터 12시 30분까지인데 정해진 시간에 마친 적이 없다. 끊이지 않는 웃음 속에 나누는 이야기가 마음을 맑고 밝게 하기 때문이다.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며 박장대소 웃는 중에 자기도 모르게 삶의 지혜를 얻는다.
 

▲ 천연발효액종과 비가로 만든 빵

이은하 씨는 “천연발효 요리법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다.”는 안내를 보고 찾았다가  무슨 일이든지 즐길 수 있는 마음을 얻어간다고 했다.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마음이 평화로워져요. 그냥 밥 먹는 것보다 이런 이야기 나누니 진짜 말씀과 밥의 집 같아요. 가족을 위한 의무감으로 식사준비를 빨리 마치려고만 했는데 요리 과정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요리를 하면서 예상치 않은 답을 얻기도 한다. 
주부 백영란 씨는 “그동안 아이들을 생각하며 요리했어요. 나를 위해 요리 해본 적이 없어요. 정성껏 했는데 아이들이 맛없다고 할 때 속상해요.”라며 하소연을 했다. 
용미중 선생은 “모든 일은 나를 위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순간순간이 달라져요.”

요리교실을 통해 덤으로 얻게 되는 것은 건강이었다. 4일 동안 연이어 요리하고 먹으며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경험했다. 발효음식과 미생물에 대한 자료를 읽고 나누며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음악가, 요리사, 호스피스 활동을 통한 용미중 선생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삶의 지혜가 묻어난다. 

김혜정 씨는 “점점 몸이 안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선생님이 만든 식초를 먹고 장이 깨끗해진 것 같아요. 머리가 맑아졌어요. 발효음식 정말 신기해요.”라며 감탄했다.

요리로 ‘그’와 잇다-요리로 놀Go, 먹Go에서 ‘천연 발효 요리 시리즈’ 빵 만들기에 이어서 우리 손으로 술 빚기는 9월 3,4일에 수강생을 모집(선착순10명)한 후 5일 수업을 시작한다.

지난 7월 24일 부터 이현주 목사가 안내하는 글쓰기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일명 ‘어른이 학교’다. 몸은 다 큰 어른이 되었지만 죽을 때까지 배우며 영혼도 함께 성숙하는 학생이 되자는 의미다. 
 

▲ 이현주 목사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글쓰기 교실 '어른이학교'

이현주 목사는 동화작가이며 번역문학가로 동서양과 유불선 등 지역과 종교를 넘나들며, 이에 대한 성찰의 과정을 글로 나누고 있다. 스승인 장일순과 함께 문답형식의 노자 해설서인『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를 썼으며, 금강경 해설서인『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을 썼다. 

‘어른이 학교’에 참여하는 박미라 씨는 “실력이 팍 늘 것 같아서  너무~~좋다~~ ”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1시간 30분 정도의 짧은 만남인데도 꼭 필요한 핵심을 짚어주어 확실한 변화가 일어난다. 
말은 잘 하는 것 같은데 글 쓰는 일을 두려워했던 정연희 씨는 딸과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어른이 학교’에 등록 했다고 한다. 첫 수업에 숙제로 써온 글에 자신 없는 모습을 보였던 정 씨에게 “완벽한 글이 될 정도로 잘 표현된 문장이다.”며 격려하신다. 

서울에서 이사 왔는데 이 목사님이 살고 계셔서 반가웠다는 송씨는 “이렇게 좋은 동네에 살고 있어서 기뻐요~ 자녀들이 멀리 살아서 아쉽지만 이 현주 목사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동네에 사는 것은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사그락’ 용미중 대표

“예술로 표현된 자신(마음)과 생활체를 잇고 싶어요.”

‘사그락’ 용미중 대표는 음악교육을 프랑스에서 받고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으로 26년 활동했다. 그러던 중 34세에 시작된 호스피스와의 인연으로 연주자로 호기심 많은 그녀는 죽음으로 가는 선생을 만나며 삶의 전환점도 맞았다.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을 위해 입맛을 돌게 하는 음식을 해드리고 싶어서 46세에는 요리를 배웠다. 프랑스 전통요리학교 ‘르꼬르동블루’에서 diplom을 획득한 후, 자연의 야생재료를 채집하던 호스피스 요리사의 삶은 진리의 길로 안내하는 선생을 만나게 했다. 현재 그녀는 그동안의 삶을 바탕으로 도시 수도원 ‘말씀과 밥의 집’을 순천에 마련하여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휴머니티 영성을 예술로 표현하고 있다.

▶ 순천에 이런 공간이 있다니 놀랍네요. ‘사그락’을 할 마음을 낸 계기가 궁금해요.

 ‘사그락’은 예술로 표현된 자신(마음)과 생활체와 잇는 것이에요. 자신을 위해서 삶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디자인해보자는 뜻이죠. ‘삶’이란 ‘생명’과 ‘살림살이’의 뜻과 함께 ‘사람’의 준말도 된다는데 ‘멋’이 사람의 정신적인 실체라면 ‘삶’은 작용인 것이죠. 

만약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어떠한 형태에 옷 입혀주는 예술적인 ‘멋진 삶’이 나에게서 가족으로 실현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리고 마을에서 도시로, 나라에서 세계로 확대되겠죠? 자기표현이 드러남으로써 실체를 안다면 저를 비롯해서 멋진 생활체를 영위할 수 있겠다는 점에서 ‘사그락’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 선생님이 생각하는 영성에 대해 말씀해 주실래요?

영성은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이 말은 제가 한 말이 아니에요. 많은 철학자, 미학자, 종교학자들이 비슷한 말들을 했어요. 예술이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는 형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이죠. 영성은 예술로 설명할 수밖에 없어요. 형상으로 드러냈을 때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죠. 윌리엄 블레이크는 신과 피조물사이에 깊은 심연을 메우고 다리 놓는 역할이 창조적 예술세계라고 말했어요. 제 경험에서도 알 수 있는 것이 영성과 예술은 같은 뿌리에서 돋아난 문화임에 틀림없어요. 블레이크의 말처럼 어쩌면 눈에 보이는 현실이 실재가 아니라 영안을 통해서 본 환상의 세계가 실재 아닐까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요.(웃음)

▶ 앞으로 이 공간이 어떻게 채워질지 기대됩니다. 이후의 계획이 궁금해요.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진행된 것이 아니에요. 단지 제가 경험했던 것으로,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돈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으로 하다 보니 된 것이에요.
이곳에 오시는 분들처럼 저 또한 마음을 ‘그’와 잇고 갈 뿐이에요.

☞ H.DesigneByArtCulture "사그락"(다음 카페)
   http://m.cafe.daum.net/shhosp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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