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여행기를 연재했던 소방관 김경식 박사가 또 한 편의 글을 보내왔다. 남승룡 마라톤의 사후 행사로 세이셸에서 열린 마라톤 참가기이다. 그는 지난해 순천에서 열리는 전국적인 마라톤 대회인 남승룡 마라톤 운영에 기여했다. 자매결연을 맺고 이 행사에 참가한 세이셸의 마라톤 대회에 답방 형식으로 참가한 것이다. 본지 고정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열혈 소방관의 두 번째 여행기를 싣는다. <편집자 주>

저녁에 우리가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 명예총영사, 세이셀공화국 영부인, 대회위원장 등과 각국의 마라토너들이 참석하였고, 명예총영사의 인사말과 각 코스별 시상식을 겸했다. 각국 마라토너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적힌 테이블에서 준비된 음식과 술을 마시며 즐거운 담소를 이어나가며 2시간 정도 이어졌다. 우리 일행이 있는 테이블에 명예총영사와 영부인이 찾아와 담소를 나눴고, 나중에 체육부 차관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 시상식, 왼쪽부터 미스세이셀, 한국명예총영사, 영부인, 마라토너, 대회위원장, 사회자

자유여행
마라톤대회장 옆에 보트여행 광고를 본적이 있어 대회가 끝나고 바로 1인당 75달러, 300달러 4시간 여행을 예약했었다. 아침 9시까지 도착을 위해 호텔에서 택시로 항구를 찾아 갔다. 필자의 착각으로 이던항 요트정박지에 도착했으나 빅토리아항이라는 것이다. 택시기사에게 연락처를 주어 도착예정시간을 알렸고, 보트에서도 기다려주기로 하였다.

필자의 영어 실력은 콩글리쉬로 손짓발짓에다가 번역앱을 써야 간신히 의사소통할 정도인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유여행을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필자의 눈칫밥은 백단에 가깝지만 동행한 주무관이 동시통역이 가능한 유능한 인재였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그들과 대화를 통해서 우리가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아주 귀한 존재였기에 머나먼 인도양의 망망대해에서도 자유여행을 만끽할 수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다.

선장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었고, 해양부소속이라는 소개를 받았다. 눈앞에 보이는 자그마한 섬이지만 보트로 30분 이상을 가야하는 원거리에 있는 곳이다. 한참을 보트로 달리는데 파도가 약 1M, 보트가 앞뒤로 심하게 요동(롤링)을 치는데 일행들 모두 눈이 휘청하고 돌아간다. 아마도 멀미가 나지 않았을까 하는데 아무 이상없이 캔맥주와 소주를 마시는 필자가 미웠을 수도 있다.

▲ 선장과 승무원

보트가 잠시 멈추고, 선장이 우리에게 식빵을 꺼내서 준다. 왜? 선장이 손짓으로 바다에 던져보라고 한다. 모두 두어 조각을 받아들고 바다에 던졌더니 물보라가 치면서 손바닥보다 큰 약 30Cm 정도의 화려한 색상을 가진 열대고기들이 몰려들어 식빵 하나를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우리나라 관광지에 있는 연못에 건빵이나 과자 등을 던지면 수많은 잉어가 몰려오는 것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매미채나 뜰채가 없는 것이 한이라면 한인데 그것만 있었으면 수십마리는 그냥 잡는 거였는데, 이들이라고 그것을 몰랐을까? 이곳은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물고기들을 식빵으로 길들이지 않았나 짐작하게 한다.

▲ 식빵을 향해 달려드는 형형색색의 열대물고기

섬에 정박을 한 후, 맨발로 걸어도 부드럽기만 하고 아프지 않는 아주 부드러운 산호모래에 이름을 써보고 사진으로 찍고 섬과 섬을 연결하는 곳에 관광객들이 있어 그쪽으로 가보니 제일 깊은 곳이 무릎정도로 충분히 건널 수 있다. 섬 중간에 있는 바위에 앉아 갖은 자세를 취하며 셀카를 찍어보고 일행들 사진도 찍고, 여기에서도 멈출 수 없는 것이 술과 담배다.

▲ 바위에 있는 필자
▲ 바다를 건너는 일행

섬 관광을 마치고 보트로 돌아오니 선장이 튜닝피싱(참치낚시)을 할꺼냐고, 당연히 OK, 낚시 2개에 미끼를 달고 섬주변을 신나게 달린다. 한 곳에서 낚시를 하는 것이 아니고 미끼를 매달고 적당한 속도로 달리면 운좋게 참치가 달려와 무는 방식이었다. 섬진강에서 즐기는 은어낚시, 외래어종인 베스낚시와 같이 가짜미끼를 달고 계속 끌어당기면 성질 급한 물고기가 달려와서 무는 방식이다. 파도가 1M를 넘어가자 보트의 롤링은 더 심해지고 시원한 바다를 달리면서 주변 섬들을 구경하던 일행들, 이제는 포기하고 가잔다. 아직도 예약한 시간이 남았지만, 그래도 일행의 건강이 우선이다.
 

▲ 참치낚시대를 뒤로하고 셀카
▲ 넘실대는 파도

보트에서 안내자와 연락을 한 후 항구에서 점심식사를, 관광이자 선물을 사기위하여 세이셀의 전통시장을 구경하러 이동했다. 순천시의 아랫장보다 한참 작은 곳이지만 그래도 이곳에 있는 최대의 시장, 한쪽에 우리가 잡지 못한 참치를 판매하고 있었다. 크기는 대략 60Cm이상급으로 우리의 삼치와 비슷한 크기지만 조금 넓고 통통하다고 보면 되겠다. 또 다른 쪽은 관광객을 위한 상품을 파는 곳이 있는데 세이셀의 유명한 쌍둥이 코코넛과 코끼리거북을 형상화한 핸드폰장식, 진열 장식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일행 모두 선물용으로 몇 개씩 사본다.
 

▲ 코끼리거북과 야자수 모형 관광상품

저녁은 해변에서 스킨다이빙으로 직접 잡아온 물고기를 구워서 파는 곳을 선택했다.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지만 마라톤대회 참석을 위하여 참았지만 이번에는 숯불에 노랗게 구워진 생선 몇 마리와 밥, 소세지, 음료수를 사들고 해변 벤치에 앉아서 편안한 담소를 나눈다. 상점이 아닌 길거리 음식이라고 하나 생각보다 맛이 있고, 가격은 절반정도였으니 가성비가 최고다.
 

▲ 스쿠버다이빙으로 직접 잡은 물고기를 숯불에 구워서 판매한다

한참을 우리끼리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알만한 얼굴이 보인다. 밤에 나와서 맥주 한잔 할 때 얼굴을 읽혔던 루마니아 관광객들이었다. 필자가 루마니아를 할줄 아냐고 물으면 안되고, 당연히 모른다. 그들도 필자와 마찬가지로 콩글리쉬 수준이라 손짓발짓과 번역앱을 통해 서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다.
 

▲ 루마니아 관광객


외국 관광객 이야기를 쓴 김에 하프 1위한 헝가리아 여자 마라토너를 소개한다. 유난히 잘뛰고 호텔 풀장에서 놀다 얼굴을 알아 같이 사진을 찍고 서로 연락처(이메일)를 주고 받으며,  남승룡마라톤대회가 있으니 시간이 허락하면 우리나라에도 참가해보라고 권유했다, 역시 같은 취미를 가지면 동서양이고 남녀노소고 할 것 없이 금방 친해지는가 보다.
 

▲ 헝가리 마라토너들

귀국
공항으로 가는 마지막 일정에 소방서(Fire office) 안내를 부탁했고, 조금 돌아 소방서에 도착했다. 소방서 가는 길에 삼성과 엘지의 건물이 커다랗게 보이는데 이곳에도 진출을 시작했나보다 짐작이 된다. 소방서에는 구조차, 구급차, 펌프차 등 6대의 소방차가 있었고, 펌프차 옆에 장화와 방화복을 구비한 것이 똑같다 싶을 정도였다. 세이셀에 소방서가 몇 개나 있나 물어보니 큰 섬에 1소방서가 운영중이라고 한다. 소방대원들 대부분은 20~30대의 젊은층으로 보였고, 긍지가 있어 보이는 것이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는 자부심이 강한 모양이다. 이것은 필자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 세이셀 소방관
▲ 세이셀 소방차량


공항
출국심사를 마치고 면세점을 구경하면서 간단한 요기를 한다. 앞으로 또 몇 시간을 가야 우리나라에 도착할 것인지 마냥 기다리고 마냥 비행기를 타야만 한다. 아부다비로 가는 항공기에 탑승, 잠시뒤 기내식과 음료, 위스키, 맥주가 나오는데 일행들 모두에게 위스키와 맥주를 주문하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여 모두 모으니 즐겁고 배부른 여행이다.

▲ 공항 내부

아부다비 공항을 경유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문자메시지는 외교부에서 메르스에 관련된 내용이다. 고열이나 아플 경우 또는 낙타 고기를 먹었을 경우 꼭 입국 심사 때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무려 20개에 가깝게 받았다. 너무나도 친절한 우리나라 외교부, 그런데 우리는 그저 경유만 하는 것이고, 다른 외국인들과 같이 식사를 하거나 잠자리를 하지 않았기에 무방했다.

마지막 체크인을 하니 이제 드디어 인천으로 가는 에티하드항공 탑승이다. 유럽 각국에 여행을 갔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이제는 콩글리쉬로 하지 않아도 대화가 충분하다. 탑승을 하고 안내방송을 하는데 우리나라 승무원이 한명 있다고 한다. 승객들 80% 넘게 우리나라 사람들이니 한국인 승무원이 있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싶다. 탑승시간 10시간에 시차 5시간을 포함하니 하루를 보낸 것이다.

인천공항 도착 예정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을 때 이렇게도 기쁠수가 있을까? 해외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사실일 듯, 수하물을 찾고 세관을 통과해 입국했을 때 진짜 우리나라 내음이 맛있다고 해야 할 정도로 풍긴다. 옷을 갈아입기 귀찮아 반바지와 반팔에 겉옷만 입고 담배 태울 곳이 마땅치 않아 역사 밖 한쪽 귀퉁이에서 흡연을 하는데 지나가는 행인들이 갸웃갸웃하고 쳐보다본다. 옷차림 때문인지 중국인들은 기후도 제대로 모르고 찾아와서 저렇게 고생한다고 지나가는데 왜 우습기만 할까?

광명역 식당가에서 음식을 시키는데 냄새만 맡아도 향기롭고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든다. 부족한 김치를 더 달라고, 맛이 좋다고 하니 선뜻 담아주는 식당이모가 천사처럼 보인다. 해외에서 반찬을 더 주는 곳 찾아보기 어렵고 우리와 입맛도 달라 주메뉴만 먹은 것에 비해 우리나라 식당은 맛있는 김치까지 무한리필이니 좋을 수 밖에 없다.

순천에 도착하니 진짜 내 고향맛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라고 느껴진다. 타향에 가면 고향사람 모두가 가족이고 식구이며, 해외에 나가면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가족이고 식구처럼 느껴진다. 일행 모두 건강하고 아무런 일 없이 무사히 귀국한 것에 서로 감사하며 다음에 만나서 해단식을 할 것을 약속하고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했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