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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구야 안녕?!
이민주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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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승인 2018.07.19  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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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5월이 되면 늘 드는 생각이 있다. 아! 이제 수족구의 계절이 시작되었구나.

한여름으로 들어가는 7월, 이 글을 쓰기 위해 수족구와의 추억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큰아이 J가 생후 9개월이던 3년 전, 갑자기 40도 까지 열이 치솟고 밥을 거부하더니 다음 날 손발바닥에 물집같은 발진이 오돌토돌 올라오기 시작했다. 첫 수족구였다! 진료실에서 그토록 많이 봤던 수족구이건만 내 자식에게 생기니 왜 이리 낯설고 힘든 병처럼 느껴지는지...

수족구 환아를 진료하면서 입버릇처럼 설명하던 것들을 내가 직접 실행에 옮겨보니 ‘정말 말은 쉬웠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목 안쪽과 입천장에 궤양이 여러개 생겨 아파서 삼키지 못하고 침만 질질 흘리고 있는 아이를 위해 이유식은 초기 이유식처럼 부드럽게, 분유는 조금 덜 뜨겁게, 먹을 수 있는 만할 걸 찾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봤다. 밤에 더 아파하고 열이 오르는 아이가 몇시간이라도 푹 잘 수 있게 하려고 품안에 안고 재우면서 새벽별 보기를 3일째... 드디어 열이 내리고 입안 궤양이 아물면서 J는 다시 잘 먹고 힘차게 놀기 시작했다. 약은 여차하면 먹이려고 처방해두었지만 다행히 먹이지 않고 첫 수족구를 잘 넘겼다.

한숨 돌리면서 의사로서 엄마로서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사실 나의 소아과 의사 인생은 아이를 낳기 전과 후로 나뉜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교과서적인 이성이 앞섰다면 지금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느끼는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진료받은 아이가 많이 아파보이거나 심각한 질병이 의심될 때, 보호자의 상황이 나의 상황과 비슷해 보일 때, 안타까운 가정사등을 들었을 때 감정 이입이 되면 목 언저리에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올라온다. 

소아의 병을 보는 직업이라고 간단하게 생각되지만 사실 진찰하고 진단하고 처방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픈 아이와 그 아이를 돌보는 보호자, 그리고 의사의 역할 모두가 중요함을 깨닫는다. 

같은 질병이라도 아이의 기본적인 면역상태, 현재 질병의 진행 상태, 증상의 심각도에 따른 생활의 질 하락여부, 형제자매의 유무, 보호자의 육아관과 약물을 먹이는 것에 대한 기본 생각, 아픈 아이를 돌볼 여력의 유무, 의사인 나의 최근 경험에 따라 약물처방과 설명이 그때 그때 달라진다. 

어린 시절부터 쭉 봐왔던 아이들과 그 보호자들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얼굴만 봐도 어떤 상태일지 감이 오는 경우가 많지만 처음보거나 한 두번 만났던 아이들은 짧은 진료시간 동안 전후사정을 다 살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수족구라는 질병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의사인 내가 혼자 결정 할 수 없다. 수족구는 콕사키 바이러스, 엔테로 바이러스 등 이름도 특이한 바이러스들이 야기하는 병이다. 전염력이 커서 수족구에 걸린 아이의 침, 콧물, 수포의 진물, 대변등에 접촉하면 감염되기 쉽다. 그래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 사이에 폭발적으로 전염된다. 

면역력이 떨어진 임산부, 노약자들도 감염될 수 있고 건강한 어른도 증상은 보이지 않으나 감염되어 전염력을 가질 수 있다. 수족구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의 치료에는 기본적으로 약물이 필요없다. 

건강한 면역상태의 아이라면 며칠간 증상으로 괴로워하는 날을 보내다가도 잘 먹고 잘 자면서 스스로 이겨내고 회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들도 다 의미가 있는데 면역력을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열을 초기에 바로 내려버리거나 궤양을 회복하는 진통소염제 계열의 약을 바로 써버리게 되면 아이의 몸에서 병을 이겨볼 기회조차 주지 않고 병의 경과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소아들은 악화되는 것도 순식간이라서 고열에 먹지 못하고 심한 탈수에 빠져 6시간 이상 소변을 못보고 늘어져 있는 경우 빠르게 수액을 주고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소아들의 병은 가벼운 듯 가볍지 않고 보호자와 의사 모두 매의 눈으로 아이의 상태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진료실에서 아이가 나빠지는 상황과, 언제 병원에 다시 오면 좋은지 미리 설명 드리는데 보호자에게는 불안감을 줄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알고 계시면 좋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말씀드린다. 

바이러스가 뇌수막에 감염되어 아이가 경련을 하거나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 폐렴이나 장염을 일으키는 경우, 면역이 떨어져 다른 세균이 동반 감염 되는 경우들이 있다. 수족구는 전형적인 증상을 보일 때가 많지만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서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열 없이 발진만 심하거나 목에 궤양만 생기는 경우, 발진이 꼭 손발이 무릎, 항문주변, 몸통, 팔다리 등에 생기기도 한다. 간혹 오전에 다른 병원에서 구내염이라고 했는데 오후에 발진이 나기 시작해 수족구인데 오진한게 아니냐며 소아과에 다시 오시는 경우가 있다.

구내염은 입안에 염증이 생기는 모든 질환을 통칭하는 것으로 수족구는 구내염의 한 종류이다. 아이들이 자주 걸리는 구내염은 수족구 외에도 인두개 근처에 다수의 궤양이 생기는 헤르프앙기나(Herpangina), 잇몸과 입술주변에 궤양이 생기는 헤르페스잇몸병, 곰팡이감염으로 생기는 아구창 등이 있다.

집에서 자가격리중 심심해 하는 아이를 위해 도서관이나 키즈까페, 마트등 공공 장소에 아이를 데려가는 일이 많은데 전염될 가능성을 생각해 조심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소아과학 교과서 첫머리에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에게 성인을 치료 하는 약을 단지 몸무게만 줄여서 처방하고 성인질환과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아이들은 성장과 발달을 큰 축으로 가지고 있고 강한 생명력과 회복력을 가진 존재라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소아의 질병뿐 아니라 부모로서 아이를 대할 때도 그들을 ‘작은 어른’처럼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된다. 점점 무더워 지는 요즘,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모두 수족구와 만나는 일 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여름이 되시길 바란다.

이민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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