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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학자 김현진의 순천 문화공간 산책] 연자루에 한진사(韓進士)의 글만 덩그러니
김현진  |  badasolkh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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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승인 2018.07.19  21: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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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다.”는 말에는 옛사람에 대한 회상과 인생무상에 대한 성찰이 들어있다. 순천 연자루에는 손억(孫億)과 호호(好好) 못지않게 사람들이 추억하는 한재렴(韓在濂,1775-1818)이 있다. 그는 개성(開城) 사람이고, 호는 심원자(深遠子)이며, 1801년 참소를 받아 순천으로 유배 왔다가 5년 만에 풀려났고, 1807년 진사(進士)가 되었다. 이때 그는 연자루를 비롯한 순천 누정의 풍광에 대한 감상을 많은 시로 남겼다.

서에서 동으로 벽옥처럼 옥천 흐르니 
아름다운 달밤의 옛 서주라네    
술 깬 오늘밤 어딘 줄 알겠으니 
애끊는 성 남쪽 연자루로다   

溝水東西碧玉流(구수동서벽옥류),
七分明月古徐州(칠분명월고서주).
酒醒今夜知何處(주성금야지하처),
腸斷城南燕子樓(장단성남연자루).


중국 강소성 양주(揚州)에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 오나라 부차(夫差)가 건설하기 시작하여 항주에서 북경까지 연결한 경항대운하가 있고, 명승지 수서호(瘦西湖)도 있다. 그래서 서응(徐凝)은 「양주를 기억하며」에서 “천하의 밝은 달밤을 셋으로 나눈다면, 아름다운 이분을 양주가 차지했네.[天下三分明月夜, 二分無賴是揚州.]”라고 하여, 달빛이 물빛과 어우러져 빚어내는 밤풍경에 찬사를 보냈다. 한편 서주(徐州)는 경항대운하의 중간에 위치하며, 운룡호 등의 명승지가 있다.
 

   
▲ 중국 양주 수서호(출처:바이두)
   
▲ 중국 양주 수서호(출처:바이두)

한재렴은 읍성을 감돌며 벽옥처럼 푸른빛으로 흐르는 옥천과 환한 달밤의 운치 묘사를 위해 서응의 시구를 변용하며 서주를 끌어왔다. 강남의 양주・서주와 유사한 풍광을 가진 ‘소강남 순천’을 상기시키려는 것이다. 술과 달빛에 취했다 깬 그는 마침내 역사 속을 걸어가 호호(好好)와 벽옥(碧玉)의 단장(斷腸) 메아리에 쓰린 속을 부여잡는다.

   
▲ 한재렴 문집(심원당시초)

그래서일까? 소강남의 풍광을 읊고, 연자루 고사를 기억하며 주인공의 이별 슬픔도 공감한 한재렴을 사람들은 잊지 못했다. 예컨대 1880년 4월에 부임한 순천부사 김윤식(金允植,1835-1922)은 현판과 주련에 즐비한 그의 글을 본 감상을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운 달밤의 옛 서주처럼    
서에서 동으로 푸른 옥천 흐르네 
개성의 한진사는 보이지 않고
부질없이 남긴 시구만 연자루를 채웠네

七分明月古徐州(칠분명월고서주),
溝水東西碧玉流(구수동서벽옥류)
不見崧陽韓進士(불견숭양한진사),
空留佳句滿名樓(공류가구만명루)

달밤의 운치를 즐기던 한진사는 간데없고 그의 필적만 현판에 덩그러니 남은 연자루에서, 김윤식은 당시 정취에 대한 동의와 아울러 인생무상의 감회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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