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시끌벅적하게 했던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수당과 보수야당의 목소리만 언론매체를 채우고 있다. 선거 시기에도 선거 이후에도 소수 정당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순천광장신문은 다양한 영역에서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리려고 노력해왔다.
선거 기간 동안 유일하게 전라남도 비례대표 후보 한명만 내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펼친 전남 녹색당. 뒤늦게나마 소수 정당으로서 선거를 치른 소감을 당원들에게 요청해 싣는다.
- 순천광장신문 편집위원회 -

 

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정치에 문외한이자 정치적 무뇌 인간으로 살았다. 빅스타들이 총대결하는 대통령 선거에나 관심을 가질까(마치 운동 경기 관람하듯이), 선거 제도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선거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지 따위에 대해서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아니, 선거를 통해 나 자신과 세계에 대한 중요한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지난 6.13 지방선거는 여러모로 낯설고 신기한 여행이었다.(여행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전남 녹색당 비례후보로 나온 수수님의 태도가 어디로보나 여행자 같았기 때문이다. 선거 활동 기간 동안 그녀와 함께 나도 따라 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흔히들 ‘선거 유세’라고 하면 갇히기 쉬운 경직된 틀이 있게 마련인데, 수수님은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였다. 정당연설회 현장 어디에서나 장르 불문하고 ‘노래판’을 펼치는가 하면 시골장터에 좌판을 벌이고 앉아 사람들을 만났다. 때로는 전남 녹색당 안에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지역 사람들을 한데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고, 바느질과 정치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와 같은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의 불씨를 당기기도 했다.
 

▲ 순천 조례호수 공원에서 당원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사진제공: 옥수수)


그렇다. 돌아보니 선거 활동이라기보다 선거를 빌미로(?) 만남을 주선하고 놀이를 조장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선거 활동을 하면서도 놀 수 있는 거였다니, 아니 선거야말로 새로운 방식의 놀이를 조직해내는 마당이라니, 정말이지 놀라운 반전이고 발견이지 않은가? 그 덕분에 나처럼 선거 활동에 경계심을 가진 사람들도 용기를 내어 무대 위로 올라갈 수 있었지 않나 싶다.(나는 굉장히 소심한 축에 속한다. 보성의 모 당원은 노는 자리가 열리면 어디라도 따라다니며 기운을 충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순천의 모 당원은 물레바늘에 찔려 잠들어버린 공주님과도 같이 숨을 죽이고 있다가 바느질 놀이를 계기로 기지개를 켰다. 그뿐 아니라 장흥의 모 당원은 체력이 딸려서 활동을 제한하고 싶다는 것으로 밝혀왔지만, 선거 기간 동안 농번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선거가 자신을 열어 보이며 노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워갔다.

선거가 끝난 뒤, 수수 이모의 낙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10살짜리 큰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수수 이모가 안 뽑힐 줄 진작에 알았어. 사람들은 수수 이모가 뽑히면 숲이나 가꾸자고 할까봐 겁이 났을걸? 그리고 수수 이모가 안 뽑혀서 정말 다행이야. 만약 뽑혔으면 수수 이모도 다른 사람들처럼 자만심에 빠졌을 거야.”
 

▲ ‘낙선음악회’라는 별천지 놀이터에서 옥수수님과 함께 한 필자와 아이들. (사진제공 김재형 당원)

아이의 말을 듣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상한 소릴 한다고 퉁박을 주었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부끄럽고 아이의 말이 맞다 싶다. 그래, 처음부터 지는 싸움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선되어야만 이기는 건가? 승패에 관계 없이 잘 노는 게 진짜 이기는 거 아닌가? 때로는 이기려는 마음 때문에 노는 법을 잊고 진정한 자신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일! 그러니 감질나게나마 노는 맛을 배웠음에 감사하며, 여행을 함께 한 이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전한다.

정청라 전남녹색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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