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이/사/람-순천 복성고등학교 김상철 교사

“여러분! 1학년6반이어서 행복하십니까?”
“예~”
“저도 여러분의 담임이어서 매우 행복합니다.”
“자! 여러분! 우리만의 축제, 신나게 즐길 준비되었나요?”
“예~”
“그럼 뜨거운 우리의 축제 속으로 뛰어 들어 볼까요?”
“예~”
“렛츠 고!"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반가를 합창하면서 복성고 1학년 6반의 축제는 시작되었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그리고 모두는 뜨거운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 들었다. 한 명의 아이도 빠짐없이 모두 무대에 올랐다. 학급 실장과 부실장의 진행으로 학급활동 영상, 컵타, 노래, 댄스, 연주, 난센스 퀴즈, 영상댄스, 디제이 리믹스(DJ remix) 등으로 이루어졌으며, 1시간 50분 동안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는 신나는 축제 한마당이었다.

순천 복성고 김상철 교사는 이 시대의 교육에 대한 답답함과 고민을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교실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의 반에서 생활한 학생들은 지난 1년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가득한 한 시절로 기억했다.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
인문계 고등학교 담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고뇌를 요구한다. 지금과 같은 입시경쟁의 구조 속에서 학생들에게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한다는 것은 너무 힘든 상황이다. 같은 교실에서 어깨를 맞대고 살아가는 친구들이 자신들의 경쟁상대로 인식되고, 모든 교육활동이 대학 입시를 위한 경력 쌓기가 되어버린 지금의 처지에서 학생들이 행복을 누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약육강식의 경쟁체제가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되어야할 젊은 청춘들만의 문화를 매몰시키고, 불확실한 미래에 저당 잡혀 학생들은 뭔가에 쫒기는 듯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꿈과 희망을 노래하며 세상을 살아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스스로 행복을 찾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자신들만의 문화를 누리고 마음의 위안과 기쁨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같이 생활하는 친구가 경쟁상대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로 인식되게 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여야 하나?”

“자신들의 문화를 마음껏 향유하면서 공동체적인 삶 속에서 자신의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찾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질문과 고민들 속에서 여러 활동들은 계획되었다.


3월 한 달, 학생들과 돌아가며 이야기 나누다
3월 한 달은 학생들과 매일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야간자습시간에 각각 세 번에서 대여섯 차례까지 면담을 했다. 그 속에서 1년간의 학급활동 계획이 세워졌다. 학생들이 계획하고 담임이 도와주는 형태였다. 학생들은 저마다 원하는 것이 있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빼곡하니 학교생활이 잡혀 있어서 학급만의 시간을 낸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학교 행사가 없는 날과 자율활동 시간을 찾아보니 겨우 한 달에 한번 정도였다. 한 달에 한 번,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참여해서 학급단합 활동을 하자고 했다. 처음 제안에는 가뜩이나 낯선 고등학교 생활과 무섭게 생긴 담임에게 불안함과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아이들의 눈빛이 조금 흔들리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모든 기획은 학생이 무대에 는 모두 올라간다는 원칙만 제시
3월은 서로 친해지는 달, 4월은 교실에서 하는 미니올림픽, 5월은 짝 피구, 6월에는 공동체 놀이로 준비했는데 지난 5월의 짝 피구에 대한 아이들의 열정이 식지 않아, 한층 개선된 방식으로 다양한 형태의 ‘짝 피구 again!’을 진행했다. 9월에는 하동으로 기차타고 소풍을 떠났고, 10월에는 용꼬리 잡기, 인간 줄다리기, 닭싸움, 조직해체, 오리달리기, 신발던지기 등 공동체놀이를 했다. 11월은 드디어 학급축제. 학교축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많아 아이들이 전원 참여하는데 제한이 있어, 반 원 모두가 참여하는 반만의 축제를 계획하였다.

 
학급축제는 준비하는 재미도 있었고 당일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는 재미도 있었다. 수줍음이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댄스영상을 제작하여 영상으로 무대를 대신했으며, 평소 조용하고 과묵했던 학생들도 자신의 끼를 발휘하여 아이들을 놀라게 했다. 하루 종일 잠만 자던 아이는 육중한 몸매로 춤을 추는데, 다 뒤집어질 정도로 재미있었다.

모두 무대에 올라간다는 한 가지 원칙만 제시하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학생들이 기획한 행사였다.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해 보는 것이 자산이 될 거라는 믿음이었다.


 
활기찬 분위기에 학교폭력은 사라지고
매달 이루어진 학급 활동은 서로의 믿음과 화합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담임선생이 어떠한 신념으로 반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학급 분위기와 학급 구성원들과의 관계가 규정된다. 학급 활동을 통한 자연스러운 어우러짐은 담임선생과 학생들 사이의 벽을 허물고 아이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스스럼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학급 활동은 학생들이 전반적인 학교생활을 능동적이고 활기차게 할 수 있는 계기를 조성해 주었다. 수업시간 뿐만 아니라 학교행사에도 늘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였다. 학생들 간의 자연스런 어우러짐은 아이들 간의 친화력을 높여 학급내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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