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박영집의 음/악/이/야/기

올해는 드뷔시가 세상을 떠난 지 100년. 100주년이 갖는 의미를 전 세계 음악가들은 물론이고 회화와 관련된 학자들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학술 세미나와 연주를 통해서 그를 기리고 있습니다. 

보통, 드뷔시를 인상주의 음악가, 상징주의 음악가라고 합니다. 드뷔시(인상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술사조와의 관계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상주의(Impressionism) 화풍은 바로크, 고전, 로코코,  낭만, 네오 클래시시즘을 거쳐서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일어난 미술사적 조류라 하겠습니다. 

인상주의는 사실적으로 그리는데서 벗어나 순차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는 빛의 느낌이나, 순간적인 빛을 포착해서 그리는 방법을 말합니다. 드뷔시가 인상주의에 경도된 것은 어린 시절 자신의 회화적 재능도 무관치는 않았을 것이며, 시인들과 화가들의 영향도 분명히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인상주의와 드뷔시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이름도 같은 당대의 화가인 끌로드 모네가 직접적으로 죽음을 그린 그림, ‘임종을 맞은 까미유’를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 끌로드 드뷔시

임종을 맞는 까미유

꿈처럼 모호하고 환상처럼 아련하기만 한 이 그림은 제목처럼 임종의 순간을 그린 겁니다. 모네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어느 날 무척 사랑했던 사람이 죽어갑니다. 점점 창백해지는 그녀의 얼굴, 그 얼굴에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그 얼굴을 관찰하고 있는 내 자신을 깨닫고는 나도 놀랐습니다. 내가 그토록 아꼈던 그녀의 모습을 붙잡으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기질적으로 변화하는 그녀의 빛들에 대한 전율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끔찍한 고통의 순간을 관찰의 힘으로 견뎌낸 그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까미유의 얼굴빛에는 삶과 생명이 빠져나와 깃털같은 육체의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희미하게 혹은 홀연하게 영혼으로 건너가는 느낌을 담아낸 이 그림은 대상이나 형체를 지워가며 색조(본질)만 남기고 있는 것은 모네 작품의 위대함이자 인상주의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끌로드 드뷔시의 ‘달빛’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을 그린 영화 ‘트와일라잇’ OST로 쓰인 ‘달빛’은 광고 음악으로도 널리 사용된 음악이죠. ‘달빛’은 소박한 피아노 모음곡인 베르가마스크 중에서 세 번째 곡입니다. 전주곡, 미뉴엣, 달빛, 파스피에를 합친 네 곡으로 이루어졌으며, 그중에서도 ‘달빛’은 인상적인 악상과 낭만적인 로맨티시즘, 그리고 그의 음악에서는 드물게도 멜로디가 분명한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주자들에게 뮤즈의 원천이기도 한 이곡은 피아노 연주뿐만 아니라 여러 악기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모네의 그림 ‘임종을 맞는 까미유’를 보면서 ‘달빛’을 들어보기를 권합니다. 시간이 멈춘 듯 그림에 몽환적으로 빨려들다가 어느새, 그림도 없어지고 음악도 없어지는 상태를 경험하는 건 저만 느끼는 것일까요.


[Youtube 링크]
추천음악:

https://youtu.be/97_VJve7UVc
https://youtu.be/93x6nURAIFM
 

 

첼리스트 박영집은 일상에서
늘 음악과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읊듯
노래를 추천하고
참삶에 필요한
음반을 권유하면서
생활 속에 늘 가슴의 언어인
음악이 함께 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