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선
순천전자고교 교사

다음 주에 우리 학교 2학년들은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7월에는 대만으로 해외체험학습을 가는 학생들이 준비에 한창이다. 현장체험학습이란 줄여서 창체 활동이라고 한다.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과 교과 교육과정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활동 중 학교 밖에서 경험하는 교육 활동을 말한다. 학교의 교육과정 내에서 마을과 세계를 알아가고 체험하는 과정인 것이다. 주말에 순천남산중학교 학생들이 내가 사는 고흥으로 현장체험학습을 왔다.

몇 달 전 순천국어교사모임 선생님들이 고흥온마을학교 이수일 이사장님을 모시고,  ‘마을공동체에서 살아볼까‘ 라는 연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고흥마을학교협동조합이 고흥지역 내에 여러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소개받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남산중학교 선생님이 순천교육지원청이 무지개지구 사업으로 진행하는 농촌체험학습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방문한 것이다.

이 날 고흥을 찾은 학생들은 마복산목재체험장에서 이수일 이사장님에게 농촌의 삶과 마을학교 이야기를 듣고, 나무로 연필꽂이를 만드는 체험을 했다. 그리고, 두원면에서 나고 자라 다시 고향으로 귀농한 청년농민운동가가 마을사람들과 운영하는 와포마을기업을 방문했다. 

마을 사람들과 재배한 들깨와 참깨로 만든 들기름, 참기름, 손두부를 판매하는 착한마을기업이다. 그곳 마을에서 재배한 우리콩으로 두부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화학 응고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해 만든 전통방식의 손두부만들기이다. 마을사람들이 참여하는 마을기업에 대한 설명도 진지하게 들었다. 
 

▲ 현장체험을 통해 마을과 세계를 알아가는 중이다.


신경남 대표는 어린 시절 정직하게 농사짓고 사는 집안의 자식인 자신의 도시락 반찬이 친구들 중에서 가장 볼품없어 보이던 학창 시절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렇게 왠지 공정하지 않는 세상에서 본인이 꼭 농촌에서 살며 농사를 짓고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직접 연필꽂이를 만들고, 친환경 마을기업을 견학하고 맷돌을 돌려보고 우리콩 손두부를 맛보았던 하루, 잔잔히 저무는 바닷가 갯벌을 손잡고 걸으며 마무리되었다. 

주말을 이용해 농촌 지역인 고흥으로 와서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만난 순천남산중학교 학생들. 도시의 학생들이 농촌마을을 만나 배우고 즐거움을 찾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도시 학교와 농촌마을협동조합을 이어 현장체험학습을 하는 방식, 학생들이 소규모로 농촌마을을 직접 찾아와 배우는 방식이었기에 가능했다. 

배움의 장소는 학교 밖을 넘을 때 더욱 무궁무진하다. 지나친 경쟁 속에서 도시 위주의 삶만을 무턱대로 추구할 것이 아니라 내 곁의 농촌마을공동체에서의 삶을 구상해 보면 좋겠다. 농촌 공간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필요할 때다. 우리 곁의 농촌은 벗어나고 싶은 낙후한 곳, 특별할 것 없이 지루하고 생활이 힘든 곳이 아니다. 

한 걸음 더 디디면 뭔가 더 이룰 수 있는 곳, 한 손을 더 내밀면 뭔가 더 버리고 더 누릴 수 있는 곳. 농촌마을학교공동체를 통해 농촌공간에서 만들어내는 조화로움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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