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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학자 김현진의 순천 문화공간 산책] 버들가지 꺾어 주던 연자루
김현진  |  badasolkh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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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호] 승인 2018.06.21  19: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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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조(宣祖) 때 기녀이자 여류시인 홍낭(紅娘)은 한양으로 떠나는 최경창을 전송하며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의 손에, 자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곧 나거든 날인가 여기소서.”라고 읊었다. 그녀는 왜 하고많은 사물 중에 냇가 버들가지를 이별의 정표로 준 것일까?

그 유래는 중국 한(漢)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안성(長安城)의 동남문(東南門) 이름이 패성문(霸城門)인데, 이 문이 청색으로 되어 청성문(靑城門) 또는 청문(靑門)이라고 하였다. 이 청문 밖에 패교(霸橋)가 있는데, 나그네를 전송할 때 패교에 이르러 버들가지를 꺾어 주며 이별하였다.
 

   
▲ 패교(중국 서안 소재)

버들가지를 꺾어 주는 것을 ‘절류(折柳)’라 한다. 이 행위는 버들가지가 유연하여 휘었다가 놓으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복원성이 있는 것처럼, 떠나려는 임이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또 버들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임이 어디서든 잘 살기를 바라는 축원을 내포한다. 한편 버들 ‘류(柳)’와 ‘머물 류(留)’는 발음이 같기 때문에, 떠나지 말고 내 곁에 머물러 달라는 소망도 들어 있다.
 

   
▲ 떠나려는 임이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 버들.


달은 하늘 높이 떠있어서 어디서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별한 두 사람의 공간적 거리만큼이나 보고 싶은 마음을 소통시켜 줄 수 있다고 여기는 공통 매개로서 그리움을 상징한다. 예컨대 기생 능운(凌雲)은 “달이 뜨면 오겠노라 임은 말했죠, 달이 떠도 임은 아니 오시네. 생각건대 임 계신 곳에는, 산이 높아 달이 늦게 뜨나봐.”라고 하며, 언약을 잊은 임을 향한 원망 대신 높은 산 때문에 달이 보이지 않기에 오지 않는 것이라며 위안과 애틋한 그리움을 담아 노래하였다.

순천 연자루는 연자교와 옥천을 한 공간으로 결합함으로써 장안성의 청문과 패교처럼 이별의 장소가 되고, 더 나아가 기다림과 그리움의 공간으로도 인식된다.

삼월의 강남에 비가 막 개니
제비 날아오고 뜰엔 꽃 가득하네
동쪽 성곽 버들과 남쪽 다리 위 달은
모두 손억의 지난날 정표였으리
江南三月雨初晴, 燕子飛來花滿庭.
東城楊柳南橋月, 盡是孫郞舊日情.

『신증승평지병속지』에 실려 있는 소청(小靑) 김기수(金基洙)의 「연자루」 시이다. 강남은 곧 순천을 가리키고, 제비는 연자루와 호호를 상기시키는 매개물이다. 동쪽 성곽 버들은 연자교 아래를 지나 동쪽으로 흐르는 옥천 가의 버들을 가리킨다.
  
임기를 마친 손억은 자신의 연정이 하늘에 떠있는 저 달처럼 언제나 변치 않을 것이라 맹세하고 개경(開京)으로 떠났다. 옥천 가의 버들가지 꺾어 주며 임과 이별한 호호는 동쪽 봉화산 산마루에서 떠올라 서쪽 난봉산 너머로 지는 달을 연자루와 연자교에서 바라보며 그리워하였다. 밤 깊어 달빛이 환해질수록 더 크게 차오른 그리움은 마침내 눈물로 응축되고, 그 눈물은 ‘울어 밤길 예놋는’ 저 옥천에 더해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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