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행정학 박사 / 순천소방서 소방공무원

직업을 가지는 이유는 사람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필자의 경우 주된 이유는 경제적인 것이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라 하겠다. 둘 중 무엇이 중요하냐고 선택을 하라면 아마도 선택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을 따로 떼어놓고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벌써 나이 탓을 하면 빠를까 하는 오십대, 경력은 군생활 포함하면 벌써 30년이다. 생각같아서는 아직도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 많다고 하겠지만 아마도 지금이 뒤를 되돌아보는 적기가 아닌가 싶다.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 자체가 이미 회한의 시간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전 기고에서 우리 소방공무원들은 필기시험, 신체검사, 체력시험에 더하여 필요한 자격요건을 취득하고 난 후 공개경쟁을 거쳐서 임용이 된다고 설명하였다. 

다른 공무원에 비하여 우리는 튼튼한 체력이 요구되는 직렬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용하기 전부터 체력시험을 거쳐 소방 고유의 업무인 화재를 포한한 각 재해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요소들이 많이 존재하며, 우리는 그것을 극복하고 건강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불규칙한 식사, 불규칙한 수면, 불규칙한 출퇴근, 불규칙한 활동 등 거의 모든 것이 불규칙적인 것에서 유발하고 있다.

화재출동을 예로 들어본다. 화재출동을 알린다. 모두들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담당 소방차량으로 향한다. 심야의 화재는 발견이 늦어 대부분 대형화재로 번지는 경우가 많아 모두들 긴장속에서 출동한다. 도착하기 전에 붉은 빛으로 물든 화염이 보이기 시작한다. 운전원은 가장 가깝고 안전한 곳에 차량을 위치하고, 진압대원은 장착되어 있는 관창과 호스를 들고 현장으로 달린다. 동시에 같이 출동하는 차량들에게 현장 상황을 무전으로 전파한다.

1~3시간의 화재 진압을 마쳤을 때는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이다. 원거리 출동대부터 철수를 시작하여 가까운 출동대 순으로 철수를 한다. 119안전센터에 도착했다고 현장상황이 종료된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소방차량에 물을 담는 것을 시작으로 사용한 관창과 호스, 각종 장비를 정비한다. 또한 사용한 공기호흡기와 개인안전장구인 방화복 등을 정비한 후 시커먼 재와 땀으로 범벅이 된 활동복과 몸을 정비한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 소요된다.

하루에 한건만 화재가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하루에 한번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 것보다 2~3건 발생하는 것이 더 많다. 특히 119안전센터에 귀대하여 정비를 시작하기도 전에 또다른 화재출동이 생겼을 때이다. 최우선으로 소방차량에 물을 담고 각종 개인장비는 일단 차량에 옮겨 출동하면서 흔들리는 차량안에서 정비를 하는 것과 동시에 착용을 한다.

한번 생각을 해보자. 시커먼 재와 땀으로 범벅이 된 활동복과 방화복을 그대로 입고 가서 활동을 한다는 것을. 여름에 땀을 흘린 상태에서 몇분이나 그대로 놔두면 퀘퀘한 냄새가 날까? 그렇게 땀을 흘리고 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활동을 할 수 있는 독자들이 있겠는가?

처음 화재진압으로 이미 체력을 모두 소진한 상태에 덧붙여 정비하지 못한 방화복을 입고 또 현장으로 들어간다. 새로 발생한 화재현장의 시민들에게는 우리가 불을 끄고 왔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신속정확하게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해주기를 기다릴 뿐이고, 우리는 젓먹던 힘까지 짜내어 또 한번의 화재진압 활동을 한다.

독자들도 운동을 할 때 기진맥진할 정도로 했을 경우가 있는데, 쉬면서 체력 보충도 하지 않고 그와 똑같은 운동을 다시 하라고 하면 하겠는가? 체력을 보충할 시간을 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것이 쌓이고 쌓이면 곧 속병으로 자리를 잡게 되고, 거의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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