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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촌의 먹을거리
양동식  |  bushma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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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호] 승인 2018.06.21  14: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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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식
    한의사. 문학박사

광양 사람들은 고춧가루 서 말 먹고 뻘 속으로 30리를 긴다고 한다. 속담도 아닌 이따위 터무니없는 소리를 듣고 그냥 웃어넘길 것인가? 그러나 가만히 의미를 새겨보면 전혀 근거가 없는 말도 아니다. 고춧가루는 얼마나 매운 물질인가. 광양 사람들은 강인하다. 예부터 순천 총각과 광양 처녀가 결혼하면 부자가 된다고 했다. 광양 사람들은 부지런하기 때문이다. 인조 때 광양의 김여익(1606~1661)이 맨 처음 김 양식을 시작하여 진상품으로 올렸다고 한다. 뻘속으로 30 리를 기는 개척정신이 아니면 이루지 못할 일이다.

일본 사람들도 광양의 김을 무척이나 좋아하여 우표딱지 크기로 잘라서 지갑에 넣고 다니며 여행할 때 먹기도 한다. 김은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며, 가볍기 때문에 운송과 유통이 편리하여 국내외에 널리 퍼졌다. 김은 모든 사람이 즐겨 먹는다. 그러니까 광양을 ‘김의 고장’이라고 불러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순천에 가서는 ‘인물 자랑’하지 말라고 한다. 순천시는 비록 도시라고 하지만 주변의 동부 6군은 모두 농촌이며 쌀농사를 많이 짓는다. 보통 ‘한 마지기’ 는 논 200 평을 말하는데 볍씨 한 말을 뿌렸을 때 쌀 두 가마니를 수확한다는 용어다, 그러므로 쌀농사는 매우 제한적인 수입에 의존한다. 농사는 아무리 풍년이 든다고 해도 일확천금 따위는 없다. 그러므로 순천 사람들의 씀씀이는 매우 ‘뻔’한 생활방식이지 짠돌이가 아니라는 말이다.

순천만 일대에서 꼬막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저장과 유통이 어려운 생물이기 때문에 전국적인 상품으로 확대되지 못했다. 그러자니 순천은 간척지 개발이 늘었고 쌀의 생산이 많아졌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할지라도 농사는 천둥지기다. 가뭄이 들면 망조가 든다.

그러나 좌우간 순천에는 쌀이 많고 그래서 상품명도 ‘미인쌀’이며, 좋은 쌀을 많이 먹어서 인
물이 좋아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순천을 이름하여 ‘쌀의 고장’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여수에 가서는 ‘돈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선이 한번 출항하여 재수 좋게 만선이 되면 바로 돈다발이다. 돈벼락을 맞은 뱃사람들은 흥청망청 돈을 쓴다. 실제로 여수에 가서 친구를 만나면 거창하게 술 접대를 받는다. 어업은 농사처럼 비료대나 농약 값이 들지 않는다. 농사처럼 가뭄을 타지도 않으니 흉년도 없다. 더구나 바닷속의 생선을 도둑맞는 일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또 생선의 가격은 얼마나 비싼가! 그러니까 여수는 ‘생선의 고장’ 아니겠는가?

순천은 順天이다. 하늘 즉 기상이 순조로워야 농사를 잘 짓는다. 그리고 순천 사람들은 매우 순하다. 마음이 순하므로 얼굴도 이쁘지 않을 수 없다. 광양 光陽은 김 양식의 관건인 일조량이 풍부해야만 한다. 빛나는 태양이 그대로 땅이름으로 된 이 땅의 이름은 그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여수 麗水는 아름다운 쪽빛 바다에 풍부한 프랑크톤이 있으니 어족의 보고이며 생태의 낙원 아닌가. 더구나 여수는 일본과 통상이 유리한 지형적 조건 때문에 외국 문물의 유입도 빠른 도시다.

이와같이 광양 사람들은 김을 생산하여 순천의 쌀과 여수의 생선을 바꾸어 먹는다. 또한 순천 사람들 역시 쌀을 생산하여 광양의 김과 여수의 생선을 사다가 먹는다. 여수 사람들은 생선을 잡아서 순천의 쌀과 광양의 김을 가져다 먹는다. 이것이 바로 이웃사촌인 광양, 순천, 여수 세 고장의 ‘먹을거리’ 고리가 아니겠는가! 광양, 순천, 여수는 숙명적인 이웃사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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