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드라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려 하고 있다. 하나는 북미협상이고, 하나는 지방선거다.

북미협상은 지난해 정점을 찍었던 북한 미국 사이의 핵 긴장을 해소하며 끝나는 한편의 장편 드라마가 돼가고 있다. 극단적인 핵전쟁의 공포감이 비핵화와 북미 간 종전협상으로까지 이어지리라는 기대 섞인 희망으로의 반전이다. 평창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 회담취소·복귀라는 전환을 거치며 흥행의 열기는 더욱 높아지는 양상이다.

지방선거는 이와 반대되는 양상이다. 이미 정해져 있던 날짜에 치러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촛불혁명’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사건의 여파와 남북회담, 북미회담 등 블록버스터에 빛이 바래고 있는 형국이다.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네거티브 선거전이 등장하는 것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주지하듯이,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일정에도 끝이 있다. 그 끝에서 결산이 이루어진다. 이익을 놓고 겨루는 게임에서는 흔히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패자의 고통이 승자의 기쁨으로 바뀌는 제로섬 게임이 대표적이다. 이런 게임은 관전자를 흥분시키고 관심을 모은다.

그러나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는 사람들에게 제로섬 게임은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다. 그 경쟁이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높이는 방법을 찾자는 것일 때 더욱 그러하다.

후보자들에게 선거는 ‘전쟁’일 수 있다. 당선 아니면 낙선이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 결과만 존재하는 비정한 게임이다. 그러나 선거라는 제도는 후보자 뿐 아니라 투표자도 참여하는 정치행사다. 선거의 궁극적인 목적은 후보자들이 공직을 얻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공직자를 구하는 것이다.

그러니 선거의 승패는 후보자들 승패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유권자가 좋은 후보를 얻고 선거과정에서 상처를 입지 않을 때 선거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대화와 북미회담에 가려져 빛을 잃은 지방선거가 마지막 대단원의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길이 있다면,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고 유권자가 그 과정과 결과에 만족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 아닐까? 그러면 유권자와 당선자 뿐 아니라 그 선거에 참여했던 낙선자들도 그 영광의 일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러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투표참여가 있어야 할 것이다. 6월13일이 유권자와 당선자, 낙선자 모두 승리한 날로 기록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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