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의 풍경 속 정겨운 사람들과 즐거운 달리기

라오스 여행기를 연재했던 소방관 김경식 박사가 또 한 편의 글을 보내왔다. 남승룡 마라톤의 사후 행사로 세이셸에서 열린 마라톤 참가기이다. 그는 지난해 순천에서 열리는 전국적인 마라톤 대회인 남승룡 마라톤 운영에 기여했다. 자매결연을 맺고 이 행사에 참가한 세이셸의 마라톤 대회에 답방 형식으로 참가한 것이다. 본지 고정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열혈 소방관의 두 번째 여행기를 싣는다. <편집자 주>

출국수속을 하고 짐을 찾아 대기실로 나오니 코리아마라토너를 찾는 안내자가 보인다. 눈치 백단인 필자가 먼저 봤지만 콩글리시가 주언어인데 우짤꼬, 통역이 가능한 주무관에게 가보라고, 이 정도가 나의 역할. 안내자는 세이셸공화국 체육부소속 직원(나중에 이름이 Rose로 암)으로, 차량과 운전자를 동행하고 나온 것이다.
 

▲ 세이셸의 수도 빅토리아

뜻밖의 저녁 외출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도중 스콜(우리의 소나기보다 더 심한 국지성 호우)을 만나 더디게 도착, 간단하게 중식을 하고, 배정받은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위해 모였다. 그러나 호텔 식당에 예약이 안 되어 식사제공을 못한다고 한다. 우리 일행보다 먼저 방문했던 팀들에게 전해들었던 것과는 딴판이었지만 자세한 일정은 날이 밝아 체육부 관계자로부터 듣기로 하고, 세이셸의 수도 빅토리아 시내로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택시로 약 30분 거리다. 요금은 25달러, 이탈리아식 레스토랑으로 재즈바와 식사를 겸할 수 있는 곳이었고, 라이브로 현지인들이 재즈를 불러 흥을 돋는 방식이고, 1곡당 2달러를 주면 연주를 해주고, 노래도 부를 수 있어 7080주점과 비슷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들어오자마자 모두 쿨쿨…비행기에서 잠을 자기는 했지만 여독이 쉽게 풀리겠는가?

호텔 주변 이국적 풍경 물씬
창가에서 자던 필자는 훤하게 떠오르는 먼동에 잠이 깼다. 우리네 시계는 10시, 이들의 시계는 5시다.

마라토너들은 해변으로 방향을 잡아 뛰었고, 필자는 걸으면서 호텔주변 경치를 관광하는데 한쪽 귀퉁이에 코끼리 거북이 보인다.
 

▲ 코끼리 거북. 호텔 인근 도로에서 만났다.

아침 10시. 세이셸 안내자가 도착해 우리가 달릴 마라톤코스를 차량으로 구석구석 안내했다. 코스는 북부해변과 수도인 빅토리아를 관통하는데 우리의 시골길을 달리는 듯한 느낌이다. 주도로는 빅토리아에서 공항까지만, 나머지는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로, 거의 모든 차량은 시속 40Km를 넘지 않고, 빵빵 거리는 경적도 없고, 끼어들어도, 끼어들기를 하여도 누구하나 얼굴을 붉히지는 않는다.

마라톤코스는 세이셸 북부 해변을 돌아오는 곳으로 남승룡 마라톤대회의 주 코스인 순천만정원, 갈대밭, 화포 해변도로를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열대우림과 한낮의 기온이 무려 40도에 육박하는 가운데 가끔 스콜이 내려 시원하게 해준다.

코스답사가 끝난 후 안내자가 세이셸의 절반이 한눈에 들어오는 가장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 식당으로 안내한다.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풍경을 찍어본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이 바나나, 코코넛, 망고. 수많은 과일들이 길가에 그냥 널려 있다.

다음으로 호화스러운 요트가 잔뜩 모여 있는 이던항으로 안내를 받았다. 자그마한 섬 자체가 하나의 요트 정박지로 며칠씩 튜닝피싱(참치낚시) 또는 유람을 가는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일주일 임대료는 1인당 1500~2000달러 정도라고.
 

▲ 이던항 요트정박지. 유럽인의 휴양지로 불린다.

대회는 대회다
-5시간의 시차와 고온다습한 기후에 적응하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2일이지만 28시간의 긴 시간을 달려온 보람을 찾고자 마라토너들은 열심히 준비했다. 대회코스를 돌아보고 난코스인 오르막을 올라보고 해변을 달리면서 적응을 위해 아침과 저녁 달리고 또 달려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했다. 필자의 역할은 선수인지 코치인지 응원단인지 구분이 모호하지만 그래도 남승룡마라톤대회 조직위원으로 모든 책무를 다하고자 노력했다.

출발지점은 숙소에서 약 500M떨어진 해변에 위치하고 있어 시간에 맞춰 해변을 거닐며 여유롭게 도착했다. 호텔로비에서 대회를 알리는 포스터를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2년 전 방문했던 순천 대표들의 모습이 그대로 실려 있었다. 장란수 전 위원장과 정장엽 본부장의 모습이 보인다.
 

▲ 대회 포스터,  2년 전 방문했던 순천 대표(전 장란수위원장(가운데)과 , 정장엽 본부장 (우측 녹색티))들의 모습이 실려 있다.

벌써부터 참가선수들로 북적이는 마라톤대회는 국제대회로, 이 나라의 최대 스포츠행사이자 축제장이다. 몇 년 전 자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마라톤을 국기로 선택하여 해마다 개최했고, 해외 여러 국가들과 자매결연을 맺어 우수한 선수들에게 출전의 기회를 주어 동기유발을 하고 있다. 마라톤이 이 나라의 국기가 된 데는 한국의 명예총영사의 건의가 주효했고, 올해부터 세이셸공화국의 마라톤위원회가 결성되어 직접 대회를 개최한다.

이역만리에서 만난 한국인 병원장
필자의 상의는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에서 한정 배부한 한글로 된 것으로 다른 이들에게는 외국어로 보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쳐다보니 우리나라 사람이다. 50대의 부부로, 이곳에서 10여 년째 병원을 운영하며 해마다 마라톤대회를 참가한단다. 외국에서 만나면 모두 가족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그들은 타국이지만 이곳에서 풍족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고향이 그리운 것이 아닐까? 우리 일행과 함께 사진을 찍어 기념으로 남기고 언제든지 순천을 방문하면 연락주시라고, 기쁜 마음으로 재회를 하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 세이셸 마라톤에 참가한 한국선수들

국제마라톤대회인데 교통통제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한쪽에는 선수들이 달리고, 한쪽에는 차량들이 달리지만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아마도 차량 자체가 서행하는 탓도 있고 서로를 이해하는 문화에 젖어 있어서 그러지 않나 싶다. 남승룡마라톤 대회를 개최할 때 가장 큰 문제는 교통문제 해결이었다.

일찍 도착한 필자는 대회장을 구경했다. 풀코스를 완주하고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잘 익은 코코넛을 잘라 수분을 섭취하게 하는데 우리가 주고 있는 이온음료에 비해서 피로회복 속도가 빨랐다. 한쪽에는 커피, 물, 망고 등을, 메달과 마라톤대회 티셔츠 등을 나눠주는 곳과 휴식 공간이 있다.

이곳에도 응급의료소가 있었다. 10인용 정도 텐트에 간호사(?) 1명, 응급처치세트, 들것 등을 구비한 작은 공간이었다.
 

▲ 대기중인 구급차. 마라톤 지원을 위해 출동했다.

보람 있는 성과를 거두고
풀코스 1위가 들어오고 있다는 방송이 나와 혹 우리 선수가 아닐까 스마트폰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데 현지인이다. 조금은 아쉽지만 4번째로 우리 선수가 들어와 코코넛과 과일, 완주증, 메달과 셔츠를 챙기는데 아뿔사 시간이 조금 걸렸나보다. 5번째 들어오는 선수가 또 우리나라 선수여서 중요한 사진을 못찍어 아쉬움이 남는데 다행이 주무관이 들어오는 장면을 포착했다.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온다습한 곳에서 풀코스 완주만 해도 다행인데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오니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었다. 미리 걸어둔 순천시와 남승룡마라톤대회가 소개된 현수막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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