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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수  |  dal-nam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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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호] 승인 2018.05.31  17: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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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계수 조합원

며칠 전 우리 농장의 닭 키우는 것을 견학하겠다는 방문객이 있었다. 보통 한 해에 대여섯 차례 있는 일이다. 이런 일로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귀농을 꿈꾸면서 농사의 품목을 탐색하거나, 보다 유망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 하는 현직 농부들이다. 그러나 이번 방문객은 지역 자활센터를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의 운영자들로서 약간은 특이한 경우다.

자활센터는 소득 수준이 매우 낮은 국민 중에서 근로 능력과 의욕이 있는 사람을 선정하여 일거리를 제공하고 정부가 일정한 급여를 지급하여 자활을 돕는 복지 시책으로서 이번 방문객들은 그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었다. 그들은 과수원 임대 등 농경지를 마련해서 자활 대상자들에게 농사일을 시키고 정부에서 받은 급여를 지급한다고 했다.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양계에 관한 계획은 대강 이러했다.

임대한 과수원에 산란 시설만 간단히 설치하고 닭을 완전히 방사한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소비자를 모아 직거래 망을 구축한다. 소비자 세대당 1년에 100만 원씩 물품 대금으로 선입금 받는다. 농장에서 생산하는 신선 야채를 포함해서 질 좋은 계란과 닭고기를 직접 배송한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도농 직거래를 활성화한다.

참으로 이상적인 구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이 계획의 기초가 매우 비현실적이라 생각되어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첫째로 짐승을 키우면서 축사를 짓지 않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경우 들짐승에 의한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또 동물들에게는 비를 피할 수 있고, 밤에 안정적으로 잠잘 수 있는 공간이 절대 필요하다. 소가축, 특히 날짐승이 비를 오래 맞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데 임대한 과수원에는 제대로 된 축사를 지을 수 없다. 결국 비닐하우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매우 불안정하다.

둘째로 사육자 문제다. 자활센터에 나오는 사람들은 센터에 고용된 것도 아니고 급여도 적기 때문에(일정 시간 일하고 월 70만 원 정도) 시간 때우기가 곧 일이다. 세 사람에게 밭에서 김을 매게 하면 앞서가는 사람, 중간, 뒤처지는 사람이 생기는데, 맨 뒷사람이 맨 앞사람에게 ‘그렇게 충성할 일 있느냐’고 핀잔을 준다고 한다. 그러면 앞 사람은 중간으로 돌아와서 뒷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몸이 거의 유일한 재산인 이들에게서 내 일 아닌 일에 신명내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생명을 보살피는 일을 시간 때우기로 한다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이다. 더구나 주말에는 관리자가 바뀌어야 하는데, 이런 경우 가축에게서 발생하는 미세한 변화를 포착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에게 식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일은 높은 책임성을 지닌 훈련된 인력과 장비 등이 필요하지만 그에 대한 준비가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또 산란계는 체격이 작아 늙은 산란계는 육계로서 가치가 적고, 도축 문제도 숙제다. 결국 그분들도 자신들의 구상이 허술하다는 생각을 하고 나를 만나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역설적이지만 내게서 기대했던 대답을 듣고 돌아갔다.

그분들이 돌아간 뒤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았다. 그분들이 (먹거리) ‘운동’ 차원에서 일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 말 때문이었다. 목적의식적인 활동을 ‘운동’으로 간주하면 이점이 많다. 노동운동, 참교육운동, 민주화운동 등 ‘운동’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 과정과 궤를 같이해 온 터라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일에 정당성이 (자동적으로) 부여되고, 일의 목적과 대상이 명확해지며, 일을 추진하는 순서와 방법도 적극적으로 궁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운동’으로 간주하는 순간 그 활동은 일상의 삶과 구분되는 별개의 대상이나 범주로 여겨질 개연성을 낳는다. 그리고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면 ‘운동’과 실제 삶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인간  관계에서 비민주적인 민주화운동가, 자원 소모적이고 소비적인 삶을 사는 환경운동가처럼. 그래서 몸과 삶 전체가 투입되지 않은 소위 ‘운동’은 의식의 분열이나 심한 경우 타락의 위험성을 늘 안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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