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행정학 박사 / 순천소방서 소방공무원

우리는 건강했었다. 또한, 지금도 건강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프면 바로 퇴출당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이 글에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의문을 갖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이다. 글로써 표현못하는 부분이 더 많이 있을 것이나 이 지면을 빌어서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니 제목에서 생활 속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에 대한 문제가 아니고 소방공무원의 문제라고 탓하기보다는 한 번쯤은 생각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몇 년 전부터 공무원 시험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평균 급여에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 소방공무원들처럼 필기시험, 신체검사, 체력검정에 더해서 자격요건을 갖추는 곳이 어디 있을까 싶다.
필자가 들어왔던 25년 전 턱걸이,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멀리뛰기, 1200M 달리기였을 것이다. 공무원에 대한 열풍이 불기 전부터 소방공무원에게는 체력 즉 건강이 시험합격 요인이었다. 아무리 필기시험을 잘 보았다 하더라도 체력이 미달이면 그것은 곧 탈락이었다. 현재는 악력, 배근력, 멀리뛰기, 윗몸일으키기, 허리굽히기(유연성), 20M 왕복하기 등으로 체력검정이 한층 강화되어 있다.

전역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필자의 체구는 건장하기 그지없었다. 174cm, 90kg, 가슴 120cm, 허리 34인치, 허벅지 24인치 등 어디에 내놔도 굽히지 않을 체격으로 소방공무원으로서 직업 시작을 하였다. 필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소방공무원은 법규에서 정하는 한도 내에서는 최고의 체력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소방공무원들은 업무에 따라 1년에 1~2회의 건강검진을 의무적으로 받고 있다. 119구조대원과 구급대원은 보통 2회를, 행정직과 진압대원들은 1회를 받는다. 필자의 경우 건강검진을 갈 때마다 긴장감의 연속 선상에 있다. 신체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많다. 늦은 나이에 결혼 한 탓에 아직도 부양해야 할 자녀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될까? 건강이 안 좋아지면 천직으로 알고 있는 소방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흔히 가지는 이명과 환청에 관한 것을 예로 들어 보겠다. 군 생활을 하면서 사격을 해봤던 경험이 있는 많은 사람은 약간의 이명과 환청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소방공무원들은 현장의 소음에 너무 심하게 노출되어 있어 이명과 환청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귀마개를 하고 현장 활동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이것은 사후약방문도 아닌 말도 안 되는 소리로서, 당장 위급한 환자가 있는데 귀마개를 하고 있다면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이 기정 사실인데 요구조자를 죽이자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긴박한 순간에 나 자신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소방공무원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노라고 들어왔으니 당연한 결과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우리 소방공무원도 누구의 자녀이며, 누구의 부부이며, 누구의 보호자이며, 피와 살로 이루어진 연약한 사람이지만, 이를 악물고 견딜 뿐이다.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소방공무원이 질병에 시달리면 그것은 곧 소방공무원으로서 자격상실을 의미한다. 필자의 글이 억측일까?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면 바로 나올 것이다. 질병에 걸린 소방공무원이 공상을 받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해당 질병에 걸린 것이 소방공무원으로서 현장 활동을 하다가 생긴 것이라는 것을 소방공무원이 입증하라는 말도 안 되는 현실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우리는 들어 올 때 법령에서 정하는 이상의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들어왔으며, 규정된 근무시간의 체력단련 이외에도 쉬는 날 끊임없이 체력단련을 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 소방공무원의 체력이 약해서 구해야 할 생명을 못구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몸이 부서져라 했건만 건강이 악화하면 곧 퇴출이 되는 우리 소방공무원의 현실을 누가 알아줄까?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 소방공무원들은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오늘도 내일도 땀 흘리며 현장에서 묵묵히 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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