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여수YMCA 사무총장

68년 전 6․25한국전쟁, 31년 전 6․10항쟁이 있었던 6월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지방자치선거가 치러진다.

작년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탄핵을 부른 촛불혁명과 조기대선으로 이런 격동의 해가 또 오랴했는데 격동을 넘어선 쓰나미가 한반도를 넘어 세계역사를 덮치고 있다. 북 핵실험장이 스스로 붕괴되고 남북정상이 물꼬를 튼 지 한 달 만에 ‘친구 만나듯’ 전화 한 통화로 만나서 대화를 한다.
 

북미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상상을 뛰어넘는 현실이다. 진정 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 듯 반전에 반전을 겪고 있지만 결국은 실현될 것이라고 본다. 힐러리를 누르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가졌던 낭패감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세상모를 일이다.

작년 이맘때 한 세대 30년이 흐른 6․10항쟁이 이제 새로운 시대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가다듬자는 칼럼을 썼는데 올해 31주년 6․10은 오랜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어 가버린 것처럼 아득하다. 그만큼 한반도비핵화, 종전과 평화협정체결, 북미정상회담 추진이 갖는 역사적, 세계적 의미가 너무나도 깊고 크기 때문이다.

여기 한가운데에 우리가 촛불로 뽑은 문재인대통령이 거인의 얼굴로 자리하고 있다. 취임 일 년 만에 한 나라를 완전히 뒤바꾸고 남북을 합치고 세계를 뒤흔드는 그의 통치력과 통합력은 한마디로 신묘하기만 하다. 하지만 곰곰이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이 문재인대통령의 위인성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6․10항쟁의 정신이 연연이 흘러 촛불혁명으로 이어졌고 그 열망이 문재인이라는 시대적 인물에 모아진 것일 게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방자치제 30년이 다되어가는 가운데 맞는 이번 ․지방선거는 걱정이 더 앞선다. 지방자치분권개헌이 자유한국당의 후안무치 작태로 날아 가버린 데다 거대한 한반도이슈에 관심의 뒷전으로 밀려버렸기 때문이다. 선거는 해보나마나 여당승리라느니, 지방의원은 물론 시장군수가 누가 나오는지도 모른다는 말이 횡행한다.

이래서야 앞으로 4년간 지방정치세력으로부터 당할 일이 벌써부터 아찔하다. 지역공동체, 지역정치가 성숙하지 못한 채 눈감고 찍은 투표의 결과는 지역갈등과 분열, 반목, 개발동맹과 타협, 주민 무시로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28년간의 지방자치제에서 처절하게 경험하고도 남았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일찍이 지방선거가 주민들의 관심과 축제로 치러져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선거법개정, 지방자치분권제도 개선, 각 정당의 후보검증 및 공천개혁 등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지방선거는 벌써부터 혼탁해져가고 있다.

이런 비극은 비단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유권자들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그만큼 비싼 대가를 지불했으면서도 여전히 지역의 비전이나 정책공약에는 관심 없이 누가 무슨 색 옷을 입었는가, 얼마나 인사를 잘하는가만 보고 있다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한 지인은 선거 때만 인사 잘하고 비위맞춰 당선되고 나면 반대로 유권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찾아온다며 그 때문에 정치인들도 함께 질이 떨어진다고 자조한다. 

70년 전쟁, 30년 항쟁, 그리고 지방자치, 새로운 역사를 써가는 첫걸음이 이번 6월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중 우리 민초들이 맡아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6․13지방선거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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